[Z인터뷰] ‘스플릿’ 이다윗 “30대에 꽃 피우고, 40대에는 만개”
[Z인터뷰] ‘스플릿’ 이다윗 “30대에 꽃 피우고, 40대에는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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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배우 이다윗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던 그가 이번 영화 ‘스플릿’을 통해서는 레인 위의 순수영혼 '영훈'으로 분했다.

‘스플릿’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 물 간 볼링스타 '철종'(유지태 분)과 통제 불능 볼링천재 영훈이 펼치는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영훈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다윗은 자폐 성향이 있는 영훈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다윗은 94년생으로 아직 20대다. 결코 많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2003년 KBS1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한 14년차 베테랑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질문에도 서슴없이, 진중하게 대답할 줄 안다. 물론 때때로 농담도 던질 줄 아는 위트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소신과 열정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다윗을 만났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스플릿’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자체에 대한 부분, 유지태 선배님과의 관계에 대한 것을 가장 신경 썼었어요.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요.(웃음) 주변에서도 잘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셨어요. 애초 설정을 할 때 완전 자폐도 아닌, 정상도 아닌 중간쯤에 있는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지적장애가 있다'고 하면 뭉뚱그려서 생각을 하잖아요. 제가 연기 하려던 영훈이는 완전 자폐아는 아니거든요. 어느 정도 소통은 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그 콘셉트를 관객들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 했어요. '더 과장을 했어야 했나? 반대로 너무 과했나?' 싶은 생각들이 있었죠”

이다윗의 말대로 중간 지점에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그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 웃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지도 않은 그 중간 지점을 잘 표현했다. 자폐 성향의 인물이 가질 수 있는 말투와 행동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걱정했던 부분은 너무 희화화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만 하면, 영화가 재미가 없을 수 있잖아요. 애매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사실 영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정도만 있었어요. 감독님도 ‘같이 만들어 보자’라고 하셨어요. 볼링 자세도 그렇고, 눈 깜빡 거리는 것, 손을 표현하는 것 등이요. 감독님은 주로 행동에 대해 디렉팅을 해주셨어요. 그 외에는 ‘연기는 네가 하는 거야’라며, 저의 생각을 존중하고 믿어주셨어요. 감독님이 굳이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많이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너무 가라앉지만 않게 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말투는 약간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긴 해요”

이다윗은 ‘스플릿’에서 배우 유지태, 이정현, 정성화 등과 호흡을 맞췄다. 가장 어린 이다윗은 선배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준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배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주셨고, 제가 대사를 던졌을 때 재미있는 상황이 됐어요. 선배들이 항상 신의 분위기를 잡아주셨죠. 제가 사실 선배에게 먼저 말을 걸진 못했고 조용히 있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유지태 선배님이 농담도 던져주시고,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셨어요”

영화의 소재는 ‘볼링’이다. 왼손잡이인 이다윗은 처음으로 오른손을 이용했고, 전문적인 자세가 아닌 독특한 폼으로 볼링을 쳐야했다. 그는 볼링의 기본을 익힌 뒤 곧바로 영훈의 투구 자세를 찾는 데 집중했다. 한 달 이상 연습에만 매달렸고 독특한 자세로 150점이라는 점수를 낼 수 있게 됐다.

“원래 볼링을 왼손으로 쳤었는데 영화 때문에 오른손으로 치는 연습을 했어요. 제 오른손 손가락이 잘 벌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손에 맞게 공을 따로 제작했어요. 영훈의 자세로 나중에는 150점까지 쳤어요. 영화가 끝나고 볼링을 치러 갔었는데, 왼손으로는 하도 안 쳤더니 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오른손으로 쳤는데도 그 느낌이 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영훈의 자세로 치니까 다시 점수가 나오더라고요. 그 자세에 익숙해졌나 봐요. 영화 속 그 공을 받아서 볼링을 다니던지, 아예 가지 않던지 해야겠어요(웃음)”

이다윗은 습관이 무섭다고 생각했단다. 영훈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걷는 자세, 손짓, 말투 모두를 ‘영훈화’했다. 영훈의 행동은 이다윗의 일상에서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진행된 드라마 촬영에서도 의도치 않은 습관적인 행동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고. 그런 그에게 이다윗이 해석한 영훈은 어떤 인물인지 물었다.

“오직 영훈만의 세계에서 모든 것이 이뤄져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에만 반응하고요.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척 하면서도 다 듣고 있어요. 자기만의 생각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 상황을 살피고, 눈치를 보기도 해요. 계속 혼자서 생각을 하는 인물이라 저도 그렇게 했어요. 그래서 더 집중이 됐던 것 같아요”

특히 이다윗은 엄마의 집에 찾아가 새 아빠에게 맞는 장면에서 영훈의 감정에 극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인 영훈, 반면에 이다윗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서 감정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몇 번의 반복된 촬영, ‘커트’ 소리가 날 때마다 홀로 눈물을 쏟아냈다는 이다윗이다.

“엄마한테 맞고, 새 아빠에게도 맞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사실 영훈은 엄마나 새 아빠에게 시달렸던 것이 익숙해요. 그래서 사실 속에 억울함이나 속상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철종이 있었어요. 그 때 딱 철종이라는 존재가 확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제가 갈 집이 있다는 것과 함께 갈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요. 철종에게 ‘집에 가요’라고 대사를 하는데, 정말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영훈은 감정을 터뜨리지 않잖아요. 그걸 누르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눈물이 나오기 직전이지만 그걸 꾹꾹 누르고, ‘컷’ 소리가 나면 뛰어가서 울고 다시 촬영을 했어요”

이다윗은 15세 이상 모두가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0만 명 이상이 봐야한다고 웃으며, 배우로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언급했다.

“도박 볼링 영화인데, 이 영화는 감정적인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감성적이고 가족 영화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힘들고 낙오된 사람들이 다시 성장해나가면서,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다윗은 ‘헝거 게임’, ‘닥터스트레인지’ 같은 판타지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정통 멜로도 시도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20대 후반까지는 열심히 기본기를 쌓을 거예요. 그러다보면 30대 초반쯤에 뭔가 한 번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길을 계속 또 걷다 보면, 30대 후반쯤 한 번 더 꽃이 피고요. 40대가 돼서는 만개하지 않을까요(웃음)”

 

사진=하윤서 기자 hay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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