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최근 tvN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쓰랑꾼(쓰레기 사랑꾼)’ 면모를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지태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스플릿’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 물 간 볼링스타 '철종'(유지태 분)과 통제 불능 볼링천재 '영훈'(이다윗 분)이 펼치는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유지태는 한때는 이름 날리는 볼링 국가대표 선수였으나 도박 볼링판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한 철종 역을 맡았다. 유지태는 볼링 자세부터 디테일한 표정, 넉살이 필요한 대사 등 철종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지태를 만났다. ‘스플릿’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유지태의 연기관과 향후 활동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흥행하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런 영화를 ‘주유소 습격 사건’ 이후 10년 만이에요.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동료, 친한 감독님들로부터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초반에는 아슬아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중후반에 중심을 잘 잡았다고, 잘 봤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유지태는 앞선 작품 ‘굿와이프’를 통해 보여줬던 슈트핏이 아닌, 허름한 옷을 입고 정리되지 않은 헤어스타일을 보여주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연기한 철종은 시나리오 자체는 무겁고 어둡지만, 약간의 허당기가 있는 인물이다.
“철종을 어떻게 매력 있게 그릴 지, 어떻게 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저는 항상 캐릭터 분석하는 걸 재밌게 생각해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요. 철종을 무겁게만 가지고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스태프, 감독님과 이야기를 할 때 철종을 가볍게 가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중반부에 들어섰을 쯤에는 다들 너무 좋다고, 제 방식을 마음에 들어 했죠”

유지태는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의 특별한 디렉팅은 없었고, 대화를 통해 유연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감독마다 추구하는 연기관과 현장을 끌어가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소통하는, 다름을 맞춰가는 것이 배우의 덕목이란다.
“처음에는 뚜렷한 디렉팅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여러 컷을 찍어서, 편집거리가 많을 수 있도록 했어요. 리허설을 해보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애드리브를 넣기도 했고요. 리얼리티 연기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렇게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유지태는 각 배우들과 호흡하는 장면마다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배우를 신뢰하는 감독과 거기서 나오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다. 본인 역시 현장에서 조언을 하거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할을 맡은 이정현과 레인 위 순수한 영혼 영훈 역을 맡은 이다윗을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현 씨는 공통점이 있어서 편했어요. 저나 이정현 씨는 박찬욱 감독님의 완벽주의를 경험한 배우죠. 처음에는 최국희 감독님도 박찬욱 감독님처럼 완벽주의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런 심적 고충에 대해서 서로 위안을 얻곤 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마다 장단점이 있잖아요. 또 너무 완벽한 콘티는 제 색깔을 낼 수 없으니까요”
“자폐아 성향이 있는 이다윗 씨와 연기를 주고받는 것은 어려웠어요. 그 친구 역할은 고립된 캐릭터고, 계속 무언가를 제가 던져서 깨야했죠. 제가 계속 애드리브를 치면서 느낌을 만들었어요. 사실 유지태라는 사람이 넉살이 좋거나, 재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원래 디테일한 연기를 좋아했던 배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넉살이나 쇼맨십을 보여주는 부분에 있어서 부담이 되기도 했었어요. 어떻게 하는 것이 선배로서 잘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촬영 전 태어나서 딱 한 번 볼링을 쳐봤다는 유지태는 0점을 기록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완벽한 투구 자세와 실력 향상을 목표로 4개월 이상 매일 하루 4~5시간씩 볼링 연습에 매진했다. 결국 유지태는 영화 촬영이 마무리 될 무렵에 250점에 육박하는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고.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제가 조금만 더 점수를 올렸으면 프로볼러에 도전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요. 지금은 스케줄이 많아서 또 하기가 힘들고요. 자세에 대한 코치를 많이 받았어요. 영화에서 꽁지머리를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프로 볼러거든요. 그 친구에게 많이 배웠어요”
유지태가 꼽은 ‘스플릿’의 매력은 신인 감독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과 그럼에도 느껴지는 경력이었다. 또 중예산의 영화라는 점도 끌렸단다. 이전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독립영화가 잘 되지 않았고, 그러던 찰나에 최국희 감독을 만나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마음에 들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요즘에는 엄청난 자본의 영화를 많이 찍고 있어요. 배우들이 그런 영화에 합류하려고 노력을 해요. 저는 중예산 영화가 다양성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블라인드 시사 때 평점이 4.4점이 나왔어요. 잘 될 것이라는 판단이 생겼어요. 그렇다면 제가 홍보를 더 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1박 2일’에도 출연하게 됐죠”
유지태는 영화 연출에 대한 욕심도 있다. 때문에 배우지만 연기 뿐 아니라 연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스태프들을 배려하는 것들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이 스태프 구성을 참 잘하셨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유연한 촬영에 익숙해져 있었고, 현장 편집을 할 때도 굉장히 손이 빠른 분들이셨어요. 편집감이 좋은 소스들을 가져와서 사용하고, 그러면서 영화를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죠”

영화 장면 중 볼링 경기 외에 유지태와 정성화가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신이 있다. 이는 볼링 경기로 주는 긴박감이 아닌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두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이기에 그 몰입도는 더욱 높다.
“원형이 있었는데 찍으면서 변형이 된 장면이에요. 완벽하게 세팅이 된 상태가 아니었어요. 스태프로부터 ‘쭉 지태 씨가 해보세요’라는 말이 나왔어요. 무리가 조금 되는 신이었어요. 성화 형에게 미안하기도 했죠. 감독님이 저에게 의지 하셨어요. 반복적으로 촬영했지만, 쭉 이끌어갔어요”
드라마가 잘 됐고, 그래서 영화 '스플릿'도 잘 돼서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듯 두 작품이 흥행하면서 더블 스트라이크를 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더불어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꾼'의 흥행까지 욕심을 냈다. 욕심많은 배우 유지태의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했다.
“‘꾼’에 집중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도 직접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고요. 시나리오도 쓰고 있어요. 계속 연기와 함께 직접 연출하는 것을 병행하고 싶어요. 배우 겸 감독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