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백석의 아름다운 시집 한 권(종합)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백석의 아름다운 시집 한 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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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한 구절이다. 눈 덮힌 하얀 겨울의 풍경이 떠오르는 이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정식 공연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섰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행사에는 오세혁 연출가를 비롯해 배우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최연우, 정인지, 안재영, 유승현이 참석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앞서 우란문화재단 개발프로그램(시야 플랫폼, 시야스튜디오)를 통해 개발됐다. 올 초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지난 5일 정식 공연에 돌입했다. 

평소에도 백석의 시를 좋아했다는 오세혁 연출가는 그 인연으로 공연의 연출까지 맡게 됐다. 그는 최근 들어 윤동주나 백석 같은 아름다운 시를 써온 시인들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세상이 어찌됐건 여러 의미에서 아름다운 가치들이 사라지고, 퇴색되고, 감춰지고 있다. 갈수록 주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름다운 것들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올바르게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작품 속 가사와 음악의 대부분은 오세혁 연출가의 말처럼 백석의 아름다운 감정들이 담겨 있는 시를 차용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작품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마치 백석의 시집을 한 권 그대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작품에 등장하는 사내는 중간중간마다 백석의 시를 낭독한다. 

이에 대해 오세혁 연출가는 “사내는 오늘날 백석의 시를 사랑하는 어떤 젊은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내가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백석과 자야가 등장하게 되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라며, “둘의 사랑이 이어지지 않고 조각날 때마다 대사나 장면이 아니라 시를 읽어주면서 연결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과 그의 연인이었던 자야 김영한과의 사랑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1995년 자야 김영한이 죽기 직전, 백석을 만나 안타깝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때 그 과거로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에 백석 또한 20대의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백석 역을 맡은 강필석은 “사실 나는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자야 역시 아주 젊은 배우가 나이 든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젊음과 나이듦을 연기해야 하나라는 고민들을 초반에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내가 상대역을 아름답게 리드해주고, 그때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억지로 젊음을 연기하면 어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이보다는 마음 속의 이야기를 교감하는 데에 훨씬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트라이아웃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상이, 정인지, 유승현의 출연과 더불어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력파 배우 강필석 그리고 오종혁, 최연우, 안재영의 합류로도 시선을 끈다. 여기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감각적인 무대까지 더해져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올 겨울, 관객의 마음을 백석의 시로 아름답게 물들일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2017년 1월 2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