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우리나라에 열일 하는 배우들이 여럿 있지만 거기서 이름을 빼놓지 않는 이가 있다. 바로 배우 서준영이다. 지난 2005년 윤건의 뮤직비디오 ‘헤어지자고’로 데뷔했던 그는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 얼굴을 비췄다. 포털에 기재된 방송이 22편, 영화가 14편이다. 포털에 기재되지 않은 작품 수까지 헤아리자면 정말 1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그였다.
영화 관객들에게 ‘서준영’이라는 이름을 강하게 새긴 작품은 ‘회오리 바람’(2010)과 ‘파수꾼’(2011)이었다. 두 영화 모두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특히 ‘회오리 바람’은 칸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었다. 또한 ‘파수꾼’은 이제훈, 박정민과 더불어 충무로에 소중한 배우 3인방을 선물했다.
엄청난 주목에도 불구하고 서준영은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영화의 크고 작음을 가늠하지 않았고 자신의 소신 아래 영화를 선택하고 관객과 마주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관객들이 서준영을 믿는 이유가 됐다. 그리고 지금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로 관객과 마주한다.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는 고양이 속 영혼을 볼 수 있는 ‘나비’(서준영 분)와 고양이 ‘얌마’의 주인 ‘이정’(박규리 분), 그리고 고양이 안에 들어가 있는 영혼 ‘마장순’(이영란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간 묵직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던 서준영에겐 분명 새로울 영화다.
서울 연남동의 한 까페에서 제니스뉴스와 서준영이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니스뉴스와는 ‘서준영의 씨네레터’라는 코너도 진행하고 있기에 더욱 친근한 자리였다. 덕분에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오프 더 레코드 입니다”를 전재했기에 조금 아쉬웠던 시간. 그 안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고 이제 스크린에서 대중과 마주하고 있다.
덤덤해요. 하지만 욕심은 나고요. 평소 감정이입 되거나, 환한 영화를 추천하곤 해요. 요즘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안 좋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너무 무겁고 어려운 영화보다는 긴장하고 들어와서 가뿐하게 나갈 수 있는 영화,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영화, 가슴 설레게 만드는 영화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 느낌에서 이번 영화는 욕심이 나요.
‘어떻게 헤어질까’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였어요. 감독님과의 인연도 있었고, 대본을 봤을 때 욕심도 났고요. 특히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였어요. 제겐 참 재미있는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많은 장르를 해봤지만 영화에선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영화에서의 서준영은 꼭 사람 죽이러 다니는 사람 또는 사람 죽인 사람을 쫓는 사람이에요. 꼭 저만 출연하면 누군가 죽어버려요.
확실히 필모그래피에 비교하면 이번 영화는 남다른 지점이 있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도 누군가 죽긴 죽는다.
(웃음) 다른 식의 죽음이니까요. 그게 우리 영화의 포인트고요. 죽음의 다른 의미죠. 박명수 아저씨가 ‘끝이면 정말 끝’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우리 영화에서 이정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지 않아요. 제 생각도 그래요. ‘나는 불효자야’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잘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있을 때 잘 하자는 의미도 있고, 곁에 없다 해도 빈 공간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는 영화 같아요.

행복한 결말과 무겁게 끝나는 결말, 분명 여운이 다를 것 같다.
그렇죠. 영화 뿐만 아니라 작품 모두가 그래요. 사실 ‘천상의 약속’의 ‘태준’이라는 캐릭터를 제게서 떨어뜨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태준을 끝내고 처음으로 ‘쉬어볼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보름을 쉬었어요. 그런데 또 바로 ‘다른 쪽으로 캐릭터를 채워볼까’라고 생각해서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어떻게 헤어질까’를 찍고 바로 태준으로 넘어갔던 거였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너무 착한 태준을 그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대사는 악랄한데 표정이 너무 착했던 거죠. 그랬더니 오히려 과하게 악랄해 보였어요. 감독님께서 “태준은 나쁜 놈이지만 악역은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웃음을 아껴라”고도 했고요.
조성규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좋았죠. 저에겐 감독으로써는 호흡이 정말 나이스해요. 하지만 인간으로써의 조성규 감독님은 저를 놀려먹는 걸 좋아해요.
본인도 장난을 많이 치는 걸로 유명한데.
(웃음)저도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지만 이 분은 제가 나락에 떨어져야만 끝나요. 제가 짜증에 차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장난을 쳐요. 하지만 촬영에 있어서는 많은 걸 열어주세요. “컨디션 조절 좀 하게 해달라”고 하면 수긍해주시고요. 감독님이 연기자에게 주는 에너지가 좋고, 본인이 생각하는 확고한 것들이 참 좋아요.
고양이와 연기하는 건 어땠을까?
고양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르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전 예전에 대형견을 키웠었거든요.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한테 뭘 좋아하고, 어딜 만져야 하는지, 별 걸 다 배웠어요. 심지어 빈방에 가서 고양이와 단 둘이 있으면서 눈도 맞추고 만져주기도 하고 했어요. 나중엔 만지게 해주더라고요.

박규리 씨와 호흡을 맞췄는데.
정말 좋았어요. 제가 정재영, 이성민 선배님을 짐승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정말 이건 제가 최초로 사용했던 말이에요. ‘짐승 연기자’라는 말이요(웃음). 두 선배님들께 강렬한 맹수를 봤다면 규리 씨한테서는 아기 맹수를 봤어요. 아마 ‘카라’라는 앞 호칭이 금방 떨어져나갈 것 같아요. 머지 않아 배우 박규리로 아시아에서 꽤 잘 나가는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일본 개봉도 확정됐다. 일본 내 카라의 인기로 미루어보아 박규리 씨의 힘도 있겠다.
꽤 대단한 친구고 갈증과 갈망이 오랜 기간 동안 쌓였던 친구예요. 그것들이 잘못 터지는 게 아닌, 잘 터지려고 하는 모습을 봤어요. 굉장히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저도 아이돌과 연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무작정 이런 이야기를 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박규리는 정말 나이스하고 편안한 친구예요. 인간성이나 성격도 좋아요. 아이돌이 아닌 연기자의 갈망을 가지고 촬영장을 오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러운 감정까지 들었어요.
극찬이다. 사실 박규리 씨도 서준영 씨를 굉장히 칭찬했다. 사실 서준영과 호흡을 맞춘 사람들은 다들 칭찬 일색이다. 비결이 뭘까?
전 나이 상관없이 동생들에게도 친구처럼 지내요. 현장에 나갈 때 배우, 연기자, 연예인으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가는 게 아니에요. 전 그냥 쫄래쫄래 가서 그분들의 에너지를 받으려고 하는 거고, 받다 보면 친해지는 거고요. 게다가 아직도 막내라는 생각이 있어서 선배님들한테는 항상 커피도 타 드리고 해요.
배우 서준영에게 ‘어떻게 헤어질까’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시간이 지나봐야 되지 않을까요. 이번 영화는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좋은 배우를 만났고, 행복했어요. 그동안 영화 찍으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영화를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서준영과 제니스뉴스, 그리고 일본의 한류피아가 함께 하는 ‘서준영의 씨네레터’의 원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준영의 씨네레터’는 일본의 한류피아가 독자들을 상대로 한 가지의 테마로 한국 영화에 대해 앙케이트 조사를 펼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 후 서준영과 제니스뉴스 기자가 영화 소개를 하는 코너다.
서준영은 “원고 마감이 너무 촉박해요”라고 볼멘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일본에 한국 영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게 보람차요”라고 말했다. 올레TV에서 1년간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던 그는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였다. 인터뷰 자리를 나오며 조만간 있을 일본에서의 팬미팅에 대한 답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연출이랑 공연에 대한 큰 가닥은 잡았고요. 정말 팬미팅에서 1분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일본 가서 가장 길게 했던 팬미팅이 5시간이 넘은 적도 있어요. 2시간의 팬미팅이었는데 그렇게 됐어요. 일본 팬들은 돈을 지불하고 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진행했어요. 모든 분에게 사인을 해주고,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죠. 돈 벌려고 팬미팅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 팬미팅은 1, 2부로 진행돼요. 제 나이가 딱 그렇더라고요. 1부는 20대의 마지막을, 2부는 30대의 처음을 열어보려고 해요. ‘서른 즈음에’를 부를 생각도 있고요. 그런데 1, 2부를 나눠서 진행하니 시간이 애매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쉬는 시간, 밥 먹을 시간도 필요 없다고 했어요. 한 명의 팬이라도 정말 소중해요. 그들에게 그런 값어치를 전해주고 싶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갈 예정이에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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