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가수 故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음악과 이야기를 녹여낸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재연으로 다시 돌아왔다. 공연장이 더 넓어진 만큼 풍성해진 볼거리는 덤이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행사에는 박경찬 연출, 박기영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 홍경민, 최승열, 이정열, 임진웅, 김준오, 방재호, 최성욱, 최신권, 맹상열, 조훈, 허은미, 이승우, 문남권, 안상은, 황자영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988년 故 김광석과 동물원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실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 뮤지컬 ‘그날들’을 비롯해 그들의 음악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여름, 동물원’은 음악뿐만 아니라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성격을 달리 한다.
실제 동물원의 멤버로, 이번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박기영은 “사실 동물원과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 기존에도 몇 편 있었다. 우리 노래로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얘기를 들었을때 얼마나 새로운게 있을까 생각했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박기영 음악감독은 “작업에 참여하면서 장면들을 보는데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묘했다. 밝고 즐거운 기억들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상처들도 떠올라서 불편하기도 했다. 나도 잘 몰랐는데 묻어두고 외면하고 있었던 상처들이 치유가 되고, 갈등과 화해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나에게 이 뮤지컬은 화해와 치유의 드라마다”라고 말해 ‘그 여름, 동물원’이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리얼하게 그렸는지 짐작하게 했다.

박경찬 연출 또한 “단지 이 작품을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 보다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남아있는 사람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녹이고자 노력했다. 합창 장면에서 배우들이 얼굴보다는 실루엣으로 많이 보인다. 각 개인의 캐릭터보다는 대중들을 대신하는, 그때 그 시대를 같이 살아갔던 사람들도 표현하려고 그렇게 했다”라고 밝혀 이번 작품이 단지 故 김광석을 추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 여름, 동물원’에는 김광석 역할이 ‘그 친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굳이 김광석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박경찬 연출은 “김광석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굉장히 많고, 우리 작품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김광석이 포커스가 아니라,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동물원 멤버들의 이야기다”라며, “90년대의 아픔을 표현하는 김광석이라는 네임 밸류가 너무 강해서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김광석을 표현하는 작품이구나 생각되어질 것 같아서 이름을 ‘그 친구’로 대신했다. 어떤 이름을 추모하거나 생각한다기 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떠나보낸 사람을, 가족일수도 연인일수도 있는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공통분모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故 김광석이나 동물원의 음악,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움’이라는 그 감정 자체가 오롯이 객석으로 전해진다.
박기영 음악감독의 말대로 미학적으로 뛰어난 가사도, 세련된 음악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의 삶과 닮은 그들의 노래는 오히려 더 묵직한 힘을 가지고 우리 마음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 든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2017년 1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THE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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