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영화 ‘스플릿’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스크린, 브라운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왕성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정성화다. 무대에선 묵직하고 울림 있는 캐릭터를, 드라마나 영화에선 주로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스플릿’에서 비열한 악역 두꺼비로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두꺼비는 토우볼링장의 실소유주이자 도박 볼링판에서 판돈을 걸며 재력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철종(유지태 분)과 선수시절을 함께 보내며, 그를 향한 질투심과 열등감에 사로 잡혀있다. 철종의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자신보다 못한 인생을 살고 있는 철종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정성화는 전형적인 악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면을 지닌 악역 두꺼비를 탄생 시켰다. 뮤지컬에서 내뿜는 카리스마를 악역으로 소화해냈고,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가 개봉이 된 후 만난 정성화는 현 시국에서 영화가 다 잘 되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는 좋다며 뒷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Q. 최근 ‘킹키부츠’를 성황리에 마쳤다. 어땠나.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요즘 공연문화가 잘되기 어렵거든요. 다행히 ‘킹키부츠’는 입소문이 잘 났어요. 여러 가지 마케팅, 홍보효과 덕을 잘 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극 자체의 힘이 좋았어요. 기왕이면 한 번을 보더라도 이걸 봐야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Q. 무대와 영화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연기 자체는 같이 하고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요. 무대 연기는 공간을 채우고, 영화 연기는 섬세한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예요. 공간을 채우는 연기를 영화에서 하면 굉장한 괴리감이 생길 거예요. 그래서 예전에는 조금 과장도 있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죠. 그런 오버된 연기를 배제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했어요. 감독님께도 혹시나 그런 모습이 나오면 말씀을 해달라고 했어요.
Q. 영화 연기의 매력에 빠졌나.
생각은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재밌더라고요. 근데 그게 드러나는 게 신기했어요. 그냥 생각만 가만히 하고 있어도 보여지니까, 영화 연기가 좋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장르의 연기라 흥미로웠고요. 영화에선 너무 티내면 안되고, 전형적인 연기를 할수록 튀어 보여요. 보여드리지 못했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개그맨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스스로 열등감을 극복하겠단 의미에서 노력을 해왔어요. 개그를 하면서 선배들에게 욕을 먹고, 뭘 해도 중간 밖에 되지 않아서 속상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가 내가 직업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걸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중간 이상으로 갈 수 있을 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에 뮤지컬을 만났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희망을 봤어요. 점점 발전이 되고, 하는 일이 재밌어 지더라고요.
Q. 공연 티켓 판매율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처음엔 아무 것도 몰랐어요. 조승우랑 같이 했었는데, 조승우 표는 완벽히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았냐고 하는데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대극장 무대에서 주인공인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거든요. 나중에는 사람들이 알아주고, 자리도 채워지더라고요.
Q.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나.
연기할 때 확신이 없으면 답답해요. 확실히 알아야 가능해요. 그냥 감독님이 하라고 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욕을 먹었던 적도 있었죠. 조금씩 연기 경력이 쌓이니까, 적당히 타협을 하게 되더라고요. 완벽히 납득은 되지 않은데 그래도 데이터들이 쌓이다보니 이해는 돼요. ‘이런 부분에서 이런 그림을 만들려고 요구 하시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혀 모를 땐 타협도 못했었어요.(웃음)
Q. 앞으로 영화 연기에 더 욕심을 낼 생각인가.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것들이 스크린에 나와줘요. 영화를 더 예술장르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가 어떤 면에서 인문학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있죠. 제가 뭐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깊숙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반대로 더 발랄하고, 쾌활한 캐릭터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뮤지컬 영화예요. 뮤지컬 영화를 생각하고 계신 영화 감독님이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소재가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레미제라블’이 국내에서도 잘 됐잖아요. 이름이 가진 힘도 있지만 뮤지컬 영화에 대한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반증이 돼요. 우리나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주인공이던, 다시 작은 역할을 하게 되던 상관이 없나.
제가 주인공으로 올라왔단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어요. 계속 조연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더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정성화가 계속 보이다보면, 주인공이 되는 영화도 언젠간 할 수 있겠죠. 영화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할 수 있잖아요. 긴 호흡으로 계속해서 좋은 역할이 있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순서를 잘 밟아가려고 해요.

Q. 뮤지컬과 영화를 계속 병행할 예정인가.
뮤지컬은 시기적으로 2년 후의 것도 미리 이야기해요. 대관 시스템 때문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미리 결정을 해놨다가, 투자가 되지 않아서 늦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죠. 그래서 영화와 뮤지컬 작품을 고르는 게 어렵더라고요. 큰 롤은 아니고, 작은 롤의 경우는 병행하는 게 가능해요. 영화랑 뮤지컬을 병행할 생각이에요. 쉬면 녹이 슬더라고요. 무대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떨어져요. 계속 유지를 하려면 비슷한 활동을 꾸준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Q. 본인이 꼽은 정성화의 인생작은.
‘댄싱퀸’ 속 국회의원 역할이 좋았어요. 우리가 바라는 국회의원 느낌이었어요. 국회의원이지만 우리랑 가까운 사람 같았거든요. 연기할 때도 저처럼 했어요. 악역 중에선 당연히 ‘스플릿’이고요. 코믹 연기는 ‘위험한 상견례’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당시 입었던 옷을 영화 측에서 경매로 내놨었거든요. 그걸 어떤 팬분이 샀더라고요. 산 옷을 제가 공연하는 날 가져와서 저에게 다시 주셨어요. 아직 집에 있어요.(웃음)
Q. 정성화가 연기를 할 때 원동력은 어디서 생기나.
일단은 어렸을 때 가졌던 열등감도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사회 속에서 살아나가려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요. 행복감을 느끼려면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당장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요. 제 역할은 지금 연기를 하는 게 맞아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죽을 때까지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들의 목표라 생각해요. 작품을 고르는 능력도 좋았으면 좋겠고요. 백윤식 선배님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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