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꽃의 비밀’은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흔하지 않은 코미디 연극이다. ‘장진식 코미디’를 통해 태어난 개성 넘치는 네 명의 여성 캐릭터들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여기에 배우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가 합류해 힘을 더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꽃의 비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행사에는 작·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극 ‘꽃의 비밀’은 갑자기 남편 없이 생계를 꾸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네 명의 아줌마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황당한 상황의 연속으로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내는 한편 여성 혼자의 힘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사회구조를 엿보게 해 가슴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든다.
지난해 연말 초연과 올 상반기 앵콜 공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 ‘꽃의 비밀’에는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가 새롭게 합류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이혼하자는 말은 소심하게 남편이 잘 때 밖에 못하고 늘 술에 취해 노래하는 자스민에 캐스팅된 배종옥은 기존의 우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제대로 망가졌다.
배종옥은 이날 “코미디를 안했던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초연을 보고 이 역할을 꼭 하고 싶어서 장진 감독한테 미리 도장을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무거움, 진지함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꿈꿨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전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드라마 ‘아이가 다섯’ 이후 차기작으로 이번 연극을 선택한 소유진은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지금은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모니카로 분했다.
소유진은 “4년 만의 무대다. 드라마 끝나고 올해 좀 쉬려고 했는데 조재현 선배 추천으로 하게 됐다. 장진 감독 팬이어서 초연을 재미있게 봤었다. 그래서 이게 들어왔을 때 고민을 하다가 감독님 코미디를 너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라며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소유진과 같은 모니카 역을 맡아 첫 연극에 도전하는 이청아는 “연극이라는 장르에 항상 호기심이 있었다. 내가 잘하지 못할까봐 겁냈던 것도 있다. 눈 앞에 관객 분들이 있는데 그 앞에서 공연한다는 거에 공포감이 있었다. 이번에 배종옥 선배님이 한다는 얘길 듣고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관객 앞에서 해본 게 오늘이 처음인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서 공연 때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좋은 작품, 배우, 감독에 끌려 배우들이 모였지만 이날 장진 감독은 사실 이 공연을 올리지 않으려 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진 감독은 “내 마음 속으로는 다시 하는 게 힘드니 하지 말자고 결정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원래 남자 배우들이 여장을 한 채 하는 거였다. 초연에 너무 무리한 시도가 될 거 같아서 여자로 한 거였고, 다음에는 남자로 하려고 했는데 못 하게 됐다. 또 개인적으로도 연극을 할 수 있는 편한 일정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진 감독은 “배종옥 선배님이 공연 보러와서 다음에 공연하면 시켜달라고 해서 예의상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계속해서 압력을 넣으셨다. 이거 하려고 다른 작품도 고사를 했다고 들었다. 전화가 와서 ‘이거만 기다렸는데 다시 생각해봐. 이거 안하면 어떡해’ 하셔서 너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라며, “이 공연 올라가는 건 50프로 이상은 배종옥 선배님 덕분이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누군가에겐 정말 새겨지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 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2014년 겨울에 이 작품을 썼다는 장진 감독은 이날 “한국에도 잘 만들어진 상황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자체의 배경이나 설정을 이탈리아로 한 건 희곡의 완성도만 가지고도 라이선스를 외국으로 가져가보고 싶어서다”라고 작품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끊임없는 상황 코미디, 기대를 빗껴가는 대사, 너무나도 진지한 상황인데 웃을 수 밖에 없는 코믹함, 캐릭터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장진식 코미디’와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가 만났다. 여성이 주연인 코미디임에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연극 ‘꽃의 비밀’의 힘이다. 오는 2017년 2월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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