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지난달 23일 개봉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조스 웨던 감독)이 이달 17일(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0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서울에서의 촬영, 배우의 내한으로 화제가 됐지만 단연 빛났던 것은 바로 배우 수현(30)이었다. 우리나라 배우 최초로 마블에 입성한 그,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모습이 그저 반짝반짝 아름다웠다.
수현은 ‘어벤져스2’에서 닥터 헬렌 조로 출연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전공학자 닥터 헬렌 조는 어벤져스의 조력자이자 토니 스타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에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역할과 분량. 수현은 특유의 덤덤한 성격으로 입을 꾹 닫고 영화가 개봉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디에라도 자랑하고 싶은 스케일인데, 과연 그 기분은 어땠을까.
◆ “할리우드 배우들, 한국 영화 관심 많아”
지난 2005년 한중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수현은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KBS2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PLAN B)’(10)에서 능숙한 영어 실력을 뽐내던 모습은 눈에 선하다는 평가다. 더 많은 작품에서 보고 싶다는 댓글도 많았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그. 외국인의 눈에 비친 그, 그리고 한국의 모습은 어땠을까.
“외국에서 ‘너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이 봤을 때는 섞여 있다고 생각을 했었나 봐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더라고요. ‘어벤져스2’에도 한국인 설정이나 한국어 대사가 들어갔고, 보조 출연자도 한국 분이셨죠. 외국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한국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악마를 보았다’ ‘올드보이’를 인상 깊게 봤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어떻게 하면 캐스팅이 될 수 있냐는 질문도 받았어요. (웃음)”
수현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는 수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디션을 보러 갔지만 작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어진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와 상황만으로 어떤 인물인지 판단을 해야만 했다. 알 수 없는 의학 용어들 때문에 지인의 도움도 받았다. 그 영화가 바로 ‘어벤져스2’였던 것이다.
“오디션을 볼 때 일반적으로는 어느 감독이 하는 무슨 영화라는 것이 나와요. 회사를 통해 대본이 들어왔는데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죠. 가만히 보니 미래인 것 같고, 현실에 있는 연구가 아닌 느낌이었어요. 의사인 지인에게 ‘이것이 현실적으로 있는 기술인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아니래요. 완전 허구라는 거죠. 그렇게 마블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앤트맨’인 줄 알았어요.”
◆ “한국 대표, 집에서 응원받는 느낌”
캐스팅이 되고 나서도 수현은 믿기지 않았다. 기대보다는 떨리는 마음이 컸다. 기대가 큰 만큼 부담감을 감당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스스로 분량에 대한 걱정이나 초조함, 실망감은 전혀 없었단다. 오디션을 처음 할 때의 느낌이 끝까지 유지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지도 모르고 그저 오디션을 본다는 것에 대한 기쁨, 그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갔다. ‘한국의 대표’로 남은 수현. 배우들이 없는 상황에서 홀로 무대 인사를 다녔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어떤 거대한 힘을 받았다.
“아무래도 대표라는 느낌이 있죠. 무대인사 때는 간단한 인사만 하고 나오는데 관객들의 표정이 막 보이는 거예요. ‘왔네?’ 이게 아니라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고 몸을 숙이면서 ‘잘 왔다’ 하는 표정이었어요. 개봉 전에는 우려심이 많았지만 개봉 후에는 마치 하나가 돼 서포터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집에서 응원 받는 그런 느낌. 제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없이 의리 있게 단합되는 느낌에 진심으로 감동했어요. (웃음)”
촬영이 끝난 뒤 수현은 정말 많은 문자를 받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배우들로부터 말이다. 촬영은 어땠는지, 배우들과는 어땠는지 그들도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인증이 이어졌다. 개봉 전, 관객 1000만 명 돌파는 식은 죽 먹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으나 ‘어벤져스2’ 배우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나누지 않은 모양이었다. 1000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오히려 그 분위기에 취해 즐거웠단다.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개봉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는데 그것에 많이 놀랐어요. 예매율이 그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운동선수들이 외국에 다녀오면 잘했다고 응원을 해주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외국에서 작품을 하고 오면 그런 느낌을 못 받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닌 거예요.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응원을 해주시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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