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강예원(34). 도도한 이미지와는 달리 허당에 푼수다. 솔직한 성격이 인상적이다. 완벽한 바디라인에 두루뭉술한 성격까지 겸비하니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영화 ‘연애의 맛’(김아론 감독, 청우필름 제작)에서 강예원이 연기한 길신설은 그냥 강예원 그 자체로 봐도 무관하다. 솔직함이 매력이자 무기인 강예원.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강예원은 ‘연애의 맛’에서 ‘성기 확대 전문가’ 비뇨기과 전문의 길신설로 출연했다. 길신설은 당차고 대담한 성격에 남자 환자들의 당혹스러운 반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다르다. 정작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순도 100% 연애 초보. 그러던 길신설은 사사건건 시비가 붙는 산부인과 남의사 왕성기(오지호)와 묘한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누구보다 솔직한 강예원이 그려낸 길신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 “뭘 해도 로코? 그런 기운이 있나봐”
강예원하면 로맨틱 코미디(로코)가 먼저 떠오른다. 웃음이 넘치는 로맨스, 밝은 성격의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러나 강예원은 로코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로코만 하느냐’는 말은 무척이나 많이 듣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어떤 남자 배우와 만나도 케미스트리가 상당하다. 오지호와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 그러나 두 사람은 제법 잘 어울렸다.
“스릴러를 해도 로코로 보인데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제 모습에서 로코의 느낌이 나는 모양이에요. (웃음) 주위에서도 저만 보면 남자와 이어주려고 난리에요. 갈 때마다 그런 일들이 생기니까 ‘진짜 연애를 할 때 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오지호 씨는 정말 남자답게 뚜렷하게 생겼잖아요. 전 무난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오지호 씨와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라 정말 좋았어요.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니 저야 고맙죠 뭐. 하하”

그에게서는 할리우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같은 느낌이 서려있었다. 외모보다 느낌이 많이 닮았다. 강예원 역시 인정하는 눈치였다.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 표정은 웃지 않아도 웃음이 만개하는 그런 얼굴 말이다. 막연하게 밝아 그 기운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환하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일까. 촬영장은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심각하지 않았다.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오지호 씨는 리더십이 있어요. 보기보다 훨씬 남성적이에요.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의외였어요. 전체를 잘 이끄는 큰 그릇의 느낌이었죠. 김아론 감독도 마찬가지에요. 참 편안하고 유연한 분이셨죠. 늘 ‘씨익’ 웃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힘이 났죠.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요. 한 신, 한 신 쌓이면서 시나리오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해간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것이 누구하나 잘 해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서로 이끄는 힘이 참 좋았어요.”
◆ “의상 다 내 것, 더욱 애착이 가”
전무후무한 캐릭터에 강예원은 끌렸다. 여자 비뇨기과 의사. 어디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아마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는 못 만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뻔한 역할들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19금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비뇨기과 의사는 그야말로 쉽게 얻을 수 없는 레어템 아닌가. 그래서 더욱 열심히, 계속해서 노력했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최대치로 뽑아내기 위해, B급 영화가 아닌 제대로 된 19금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직접 의상을 준비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옷들은 제가 평소에 입는 옷들이죠. 예산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요. (웃음) 오지호 씨도 그랬어요. 그래서인지 더욱 애착이 가요. 제 옷을 다 들고 가서 입어도 보고, 어떤 의상이 어울릴지 고민도 해보고. 왜 자기 옷을 입으면 더욱 편안한 느낌 있잖아요. 핀도 제 것이에요. 제 체취가 많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가요. 자신만의 향을 영화에 채운다는 느낌, 참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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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뿐만이 아니다. 장면, 장면에서도 강예원의 생각들이 많이 채워졌다. 왕성기와 길신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게 된 결정적인 포장마차 신에서 강예원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대사의 맛이 살지 않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기도 했고, 해도 해도 안돼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이 신이 망가지면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냈다. 이런 노력은 다른 장면에서도 계속됐다.
“길신설이 병원에서 남자의 중요 부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애국가’가 나오잖아요. 그 부분에 노래를 넣자고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도 저에요. (웃음) 원래는 ‘엄마가 보고플 때’로 시작되는 ‘그리운 어머니’로 하면 어떨까 했는데 저작권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까지 이야기하면 ‘이 배우 진짜 피곤하다’ 싶을 수 있는데 김아론 감독은 제가 쫑알쫑알 거려도 예뻐해 주셨어요. 애정이 있으니까 매달린다고 생각해주셨죠. 감독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진=서예진 기자 sjy@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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