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두 남자' 최민호 ① 샤이니 민호에게 보내는 당당한 고별사
[Z인터뷰] '두 남자' 최민호 ① 샤이니 민호에게 보내는 당당한 고별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샤이니 민호의 눈빛이 달라졌다. 긴 속눈썹의 커다란 눈망울은 꼭 사슴눈을 연상시키는데, 아이돌의 예쁜 눈망울이 아닌 우수에 가득 찬 슬픈 눈망울이 됐다. 아마 ‘두 남자’의 ‘진일’을 만났기 때문일 터다. 이젠 관객들에게 배우 최민호로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을 안긴다.

그렇게 ‘두 남자’는 배우 최민호에게 있어 소중한 필모그래피가 됐다. 연기할 때마다 부담이 됐을 '샤이니 민호'라는 꼬리표에 이별을 고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부터 이어졌던 입소문은 영화 개봉 후 찬사로 바뀌었고, “얼마나 연기를 잘 했겠어”라는 날 선 시선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변했다.

제니스뉴스와 최민호가 서울 삼청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이날 만난 최민호의 얼굴은 말 그대로 ‘광대승천’. 언론부터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니 그간 연기자로서 고생했던 순간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을 터다. 가출팸의 리더 ‘진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연기해낸 최민호와의 인터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가 공개되고 최민호라는 배우 이름에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좋은 글들을 많이 봤고 감사했다. 그 중에서도 연기로 인정받은 부분에서 가장 좋았다. 그간 이미지와는 다르게 새로운 모습이 많았다는 말, 그리고 원래 알고 있는 분들도 샤이니 민호가 아니라 인간 최민호로 보였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배우 최민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 노력해왔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런 인터뷰 자리도 가질 수 있었다.
데뷔할 때 빼곤 라운딩 인터뷰를 많이 한 적이 없다. 주로 샤이니 활동 땐 쇼케이스를 많이 하다 보니 단체로 했었다. 혼자서 하는 인터뷰는 잘 안 해봤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영화 홍보라는 게 체력적으로 쉬운 일은 아닌데.
처음이라서 그런지 재미있다. 무대인사 다니고. 인터뷰도 돌고, 처음엔 피곤했는데 인터뷰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더 말을 조리있게 잘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저 스스로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하고, 연기력을 칭찬해주셔서 더욱 감사했다.

사실 올해 개봉했던 ‘계춘할망’ 때는 홍보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위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인터뷰 한다고 해서 기뻤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앞으로 계속 작품을 해나갈텐데, 이런 자리를 통해 관계자와 인연을 만들게 된 거다. 그럼 다음 작품도 봐주실 것이란 기대도 한다. 그렇다면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고. 스스로 좀 더 다스리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경험이 좋았다.

혼자 활동하는 부담도 있겠다.
처음부터 혼자 나왔으면 상관없을 텐데, 샤이니 멤버들과 같이 있다가 혼자 나오게 되니 심심한 것도 있다. 모든 걸 혼자 다 해야 하니까 힘든 것도 있다. 지쳤을 때 주변에서 힘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혼자서 다 떠안아야 하니까 확실히 부담되는 게 있다.

본인이 본 자신의 연기는 어땠나?
솔직히 아쉽다. 조금 부족했던 부분도 보였다. 매번 작품마다 그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려서 더 신경이 쓰였다. 저도 보면서 놀란 부분들이 많았다. ‘나에게 이런 게 있었구나’라는 것도 찾게 됐다. 촬영하면서도 저도 몰랐던 많은 감정들을 배울 수 있게 돼서 신기하고 놀랐다.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일반인 친구들이 더 정확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연기 너무 잘 했다. 재미있다”고 평해줘서 좋았다. 또 VIP 시사회가 끝난 후에도 “고생해서 잘 찍었다”라고 했다. 그냥 뱉는 말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돼서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만족을 하고 있었다. 어떤 평이 나오든 이에 맞게끔 또 다음 스텝을 밟아갈 계획이었는데 너무 좋은 평을 받아서 이 다음에 대한 걱정도 된고 불안도 하다. 기대치를 조금 낮춰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데뷔작은 아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악평도 많이 받았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싶다. ‘SM의 연기트레이닝 방식이 바뀐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저는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욕들을 무시하고 제 길을 갔다면 발전이 없었을 것 같다. 제가 그 동안 연기를 안 해왔던 것도 아니고, 작품 수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1년에 최소 1개씩 찍었던 것 같다. 욕 먹을 때 배운 부분이 많다.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연기였고, 더 잘하려고 했던 마음에 최선을 다했던 부분인데, 공감을 못 샀던 것 같다. 

가장 크게 느꼈던 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칭찬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과 제 문제점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 타고난 능력, 노력 등 다양한 해답들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 제가 깨달았던 건 ‘내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저도 모르게 좀 더 멋있어 보이려고 하고, 잘 하려고 하는 마음에 스스로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 같다. 인간 최민호가 아니라, 연예인 최민호의 이미지를 만들었던 거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을 못 했던 부분이 생겨났다. 저 자신도 억지로 만든 이미지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이해를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나의 모습을 공감되게 표현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연기가 좀 더 나왔고, 공감대도 형성됐다. 또 생각이 바뀌게 되면서 제 자신을 찾아가게 되고, 제 솔직한 모습을 캐릭터 속에 담으려고 했다. 덕분에 제가 봐도 안 어색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지는 확실히 깨졌다. 샤이니 민호의 예쁘고 바른 이미지는 이번에 증발됐다.
앞서 말한 부분을 깨닫고 나서 작품을 찍었을 때 보는 사람들마다 “잘했다”고 이야기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전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데뷔 초엔 자신감이 없었던 편이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에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욕 안 먹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비공감 캐릭터가 됐던 것 같다.

자신감이 없었다니, 이 비주얼에 그런 엄살이 어디서 나올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덕분에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뷔를 했다. 다른 멤버에 비해 노래와 춤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무대에 서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했었다. 그게 에너지 넘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어색하게 다가가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이미지 변신엔 성공했다는 평가다.
사실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이미지여서 이 작품이 끌렸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내가 이 캐릭터를 표현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다. 스크린 속에서의 거친 이미지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결과물을 통해 좋은 평을 듣게 돼서 놀랍다. 이런 칭찬들을 들을 때마다 깃털 같이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