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목숨 건 연애' 천정명 ① '낯가림 심했던 소년, 배우가 되기까지'
[Z인터뷰] '목숨 건 연애' 천정명 ① '낯가림 심했던 소년, 배우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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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참 솔직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198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동안으로 순수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배우다. 천정명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출연했던 예능에서도 그랬다.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했던 천정명은 과거 여자친구 집에 갔다가 속옷 차림으로 여자친구의 아버지께 얻어맞은 에피소드를 밝혔다. 당연히 포털 실시간 검색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정명은 그런 사람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그리고 수줍은 표정으로 영화 ‘목숨 건 연애’와 자신의 연기관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꾸밈 없는 모습이 자신이 연기한 ‘설록한’과 닮아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목숨 건 연애’를 통해 허당 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을 돕는 소꿉친구로 지고지순한 순정파 ‘설록한’으로 돌아온 천정명과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아는 형님’에서 나름 히트를 쳤다.
‘목숨 건 연애’에 애착이 많다. 원래 예능에 나가는 걸 싫어하지만, 하나에서 둘 정도는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출연했다. 예능에 제가 나간다고 해서 많이 홍보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전 여자친구와 에피소드로 화제가 됐는데,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솔직한 성격이다. 머리에서 필터링이 없다. 그래서 매니저가 힘들어한다. ‘아는 형님’ 작가님이나 감독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고정으로 나오시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 촬영 전에 긴장이 돼서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화장실에 오셔서 ‘각오하고 들어가야 한다. 여자 게스트가 나오면 여자 게스트에만 포커스가 맞춰진다’라고 경고하셨다. 그런데도 칭찬 받았으니 다행이다.

울렁증이 있다는 게 방송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맞다. 예능 울렁증이 있다. 말실수를 할까 봐 엄청 긴장했다. 이번에 ‘아는 형님’에서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정말 막 던진다.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해도 돼?”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잘 짜여진 콩트나 대본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누구 앞에 서는 걸 잘 못한다. 무대인사도 아직까지 어렵다. 어렸을 때도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못했다. 초등학교 때 발표하다 현기증이 나서 쓰러진 적도 있다. 참 장난꾸러기였는데 남들 앞에 서는 건 긴장된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다.
어렸을 땐 상상도 못했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다 놀란다.

거기에 군대에선 조교까지 했다. 정말 남 앞에 서는 보직이다.
사실 조교도 진짜 하기 싫었다. 하하. 보통 조교는 우수한 인력, 체력이 좋고, 건장한 애들을 뽑는다. 체육학과도 많이 차출된다. 제가 체육학과를 나와서 된 것 같다. 제가 군대 가기 전에 수색대에 가고 싶다고 수차례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데 신병교육대에서 저를 차출했다. 바로 옆 부대가 수색대였는데, 그쪽 대대장님이 “천정명 어디있냐”며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 ‘수색대에 가는구나’했는데, 알고보니 신병교육대 대대장님이 군대 짬밥이 더 높았다. 결국 그렇게 조교가 됐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 ‘밤의 여왕’ 때보다 더 순애보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록한이는 지금보다 더 지고지순한 캐릭터였다. ‘영심이’에 나오는 ‘왕경태’ 같은 캐릭터? 순하디 순한 남자였다.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캐스팅이 된 케이스인데 리딩 때 제 해석대로 연기를 했더니 감독님과 지원 누나가 깜짝 놀랐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연기였나 보다. 그런데 제가 연기한 쪽이 완전 마음에 든다고 해서 지금의 록한이 만들어졌다. 조금은 더 까불거리고 더 설쳐대는 캐릭터가 된 거다.

송민규 감독이 열려 있는 스타일인가 보다.
감독님한테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제가 생각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한 것을 잘 조율하셨다. 그리고 감독님이 되게 재미있으셨다. 처음에는 몰랐다. 감독님과 촬영을 하다 보니 굉장히 독특하셨다. 똑똑하시고 설명도 잘 해주신다. 상황의 전체적인 그림을 잘 말해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록한이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제인이는요?”라고 물었더니 부인이라고 말하셨다. “어우~ 멋있다”라고 말해드렸다.

하지원 씨와 연기를 함께 했다. 평소 굉장히 좋아했던 선배라고 들었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다. 제가 형들한텐 잘 하는데 여자 선배님들에겐 많이 조심스럽다. 지원 누나도 저보다 누나이고 선배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제가 진짜 낯가림이 심하다.

여배우들과 호흡이 좋은 배우로 유명한데, 여자 선배를 대하기 어렵다니 조금 의외다. 가장 낯가림이 심했던 선배는 누구였을까?
고현정 선배님이 가장 무서웠다. 정말 많이 혼났다. 지금은 엄청 친하지만, 지금도 많이 혼난다. 하하. 호통이 대단하시다.

낯가림은 어떻게 극복했나?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현장도 낯설고 제가 대인관계에 약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주변에서 신인 때 많이 잘 해주셨다. 많이 혼나면서 친해진 것도 있다. 또 너무 혼나니까 불쌍해 보였는지 잘 해주신 것도 있다. 박희진 누나, 흥수, 려원 등 참 고마웠다. 노주현 선생님하고 박영규 선생님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렇게 혼나면서도 배우로서 의지를 불태운 이유가 있을까?
오기였던 거 같다. 제가 승부욕이 있다. 신인 때 제가 호되게 혼이 안 났다면 지금의 제가 안 됐을 것 같다. 배우에겐 자극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 이병헌 선배님 인터뷰한 걸 봤는데 선배님도 신선한 자극을 받을수록 원동력이 생긴다고 했다. 배우들에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자극을 받아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그때 내가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 2편에서 계속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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