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이태원 민폐녀 아닌 진짜 퀸!
[Z인터뷰]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이태원 민폐녀 아닌 진짜 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최근 정치 뉴스에 이름을 올렸던 하지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란 가명으로 한 병원을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길라임’과 ‘하지원’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하지원이 주연한 ‘목숨 건 연애’의 제작보고회 하루 전 날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덕분에 ‘목숨 건 연애’의 제작보고회엔 수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길라임’ 관련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한 듯 하지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목숨 건 연애’의 한제인이라는 이름은 쓰지 말아주세요”라며 재치 있게 응수한 하지원. 관객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목숨 건 연애’에서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하지원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솔직하면서도 털털한, 그리고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하는 하지원은 말 그대로 매력 넘치는 배우였다. 

쾌활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첫 질문으로 “방귀소리에 대한 소감”을 들을 땐 그저 크게 웃음지었다. 아무리 하지원이었어도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방귀소리였다. 극 중 제인은 절체절명한 순간마다 방귀소리와 지독한 냄새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하지원은 “시나리오 때부터 망가질 거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망가졌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내려놓긴 했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여배우에겐 쉽게 다가가긴 힘든 설정이었다.

“녹음을 하고 가편집 때 그 신을 처음 봤는데, 현장에서 촬영할 때 보다 훨씬 더 세게 다가오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언론시사 때 다시 보니 소리가 바뀌어있어서 조금 안심했어요. 귀여운 소리로 바뀌었더라고요. 사실 촬영할 때 감독님에게 ‘귀여운 걸로 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그만큼 한제인은 다소 엉뚱한 캐릭터다. 한때 잘 나갔던 추리소설작가답게 매 상황마다 의심을 하고 신고를 한다. 거의 프로신고러 수준, 하지만 매번 잘못된 신고로 ‘이태원 민폐녀’로 불린다. 하지만 이런 제인을 두고 설록한(천정명 분)과 제이슨(진백림 분), 두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 오랜 기간 짝사랑해 온 록한은 친구로만 대하고, 이상형인 제이슨에게도 용의자로 거리를 두고 접근한다. 어쩌면 어장관리의 표본, 다른 의미로는 철벽녀 같은 제인이다.

“제인이가 사랑스럽게 비춰졌으면 좋겠어요. 엉뚱하고 발랄한, 그리고 허당기도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추리소설작가라면 어느 정도 똑똑할 거 같은데 허당이죠. 어장관리요? 그렇게 보셨으면 죄송해요. 하하. 하지만 제인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록한이 입장에서는 오랜 짝사랑이지만 제인이 입장에서는 유치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 마음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애정이 느껴지는 답변, 그렇게 하지원에게 한제인과 ‘목숨 건 연애’는 소중한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받은 로맨틱 코미디여서 선택을 했고, 스릴러가 접목됐다는 것도 긴장감과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그리고 최근 강한 캐릭터들을 해왔던 만큼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한제인에 더욱 끌렸던 하지원이다. 그럼 한제인과 하지원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똑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아! 저도 굉장히 잘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이에요. 다 챙겼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뭘 빠뜨려요. 제가 아침마다 ‘핸드폰 챙겼어?’라는 소리를 들어요. 그 소리가 없으면 꼭 빼놓고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리듬이 닮은 거 같아요. 벽을 탄다거나, 뿅 하고 나타난다 거나, 제가 평상시에 그런식으로 다니는 편이에요. 장난도 많고요. 가족들 놀리려고 숨어있기도 많이 하는데, 제 몸의 그런 느낌들이 제인에게 담긴 거 같아요. 감독님도 좋아해 주셨고요”

한제인에 대한 애정은 사소한 곳에서도 느껴졌다. 하지원은 영화 속 의상을 직접 사서 준비하기도 했고, 지인에게 빌리기도 했다. 또한 가장 과감하면서도 예뻤던 레드 드레스 의상은 송민규 감독에게 확인을 받은 후 스타일리스트에게 이야기해서 따로 준비를 했다. 그런 애정 덕분일까? 송민규 감독은 하지원에 대해 “바다와 같이 넓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너무나도 과찬이시죠. 배우를 굉장히 존중해주는 감독님이신데, 제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칭찬을 해준 것 같아요. 그 말대로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목숨 건 연애’를 통해 송민규 감독님께 타이밍이나 코믹적인 부분에 있어 많이 배웠죠. ‘목숨 건 연애’ 같이 행복한 현장은 오랜만이었어요. 로맨틱 코미디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더욱 좋았고, 현장에서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즐겁게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목숨 건 연애’는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대만 배우 진백림이 삼각관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연출에서도 중국 관객을 노린 부분이 종종 느껴진다. 사실 ‘목숨 건 연애’는 중국 개봉이 국내와 비슷한 시점에서 결정났던 영화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국가적인 문제 때문에 중국 개봉이 연기됐다. “많이 아쉽다”라는 하지원의 한숨 섞인 대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원은 자신의 인생작으로 ‘시크릿 가든’을 꼽았다. 김은숙 작가에 대한 애정을 표하면서도 “그간 너무 바빠 작품을 챙겨보지 못했다”면서, “’도깨비’가 굉장히 좋다 하니 이번엔 꼭 챙겨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배우로써 악역을 해보고 싶다”면서, “막연한 악역이 아닌 사연 있는 악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로코퀸’ ‘액션퀸’과 같은 수식어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 하지원”이라며 엄지를 세울 수 밖에 없는 당찬 대답이었다.

“제가 만든 수식어는 아니니까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들을 때마다 부끄럽지만 무척 감사한 일이죠. 더 완벽한 ‘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게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