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홍보 프로모션이 나름 강행군이었을까? 요즘 유행한다던 독감은 어여쁜 여배우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연신 코를 푸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그때마다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여운 배우 채서진이었다.
김옥빈의 동생으로 시작했던 채서진이 어엿한 히로인으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연아를 연기한 그는 1985년의 한수현(변요한 분)에게, 그리고 30년 후의 한수현(김윤석 분)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을 받았다.
채서진이 가진 영화 홍보 인터뷰 일정의 끝자락에 제니스뉴스와 만났다. 신인 배우답게 여러 날동안 일정을 가진 지치기도 했을 터, “피곤하진 않냐”는 염려에 “오히려 마지막 인터뷰라 기분이 좋아요.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무대인사를 다니며 관객들과 마주했는데 소감은?
무대인사를 하는 게 신기하고 기분 좋아요. 제가 이번 영화에 돌고래 조련사로 나오잖아요. 관객중에 돌고래 풍선이나 인형을 가져다 주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런 건 처음 받아봤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정신 없이 달려왔는데, 아직도 너무 신기하고 현실이 안 믿길 때가 있어요.
흥행 스코어나 관객 리뷰는 찾아 보는지?
아직 제 입장이 흥행에 대한 무게까지 느끼는 정도는 아니고요. 그저 영화 안에서 연아로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고요. 스코어보다는 그 쪽에 초점이 맞춰저 있는 거 같아요. 리뷰나 기사도 확인 안 하려고 하는데,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가장 기분 좋은 댓글이 뭐였을까?
아무래도 요한 오빠랑 케미가 좋다는 말이 가장 좋았어요. 영화를 보며 웃음이 지어졌다, 연애하고 싶다는 댓글도 좋았고요. “둘이 결혼하길 바람”이라는 댓글도 참 좋았어요. 수현이와 연아가 예쁜 사랑을 해야 윤석 선배님이 30년간 연아를 못 잊는 이유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해야할 역할이었거든요. 그래서 요한 오빠가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첫사랑이 생각나는 영화다. 거기엔 연아의 아름다움이 한 몫 했을 테다. 첫사랑은 항상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이니까.
스태프들이 애정을 담아서 찍어주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사실 전 그렇게 클로즈업이 많은 지 몰랐어요. 찍으면서 모니터를 하긴 했는데 얼굴 볼 여유 없이 연기만 봤던 거죠. 나중에 영화를 보는데 큰 스크린에 제 얼굴이 가득…, 하하. 그나마 촬영 감독님이 너무 잘 잡아주셔서 다행이에요. 영화 끝나고 따로 연락까지 드렸을 정도예요.
오디션 경쟁이 상당했다. 연아를 맞이하기까지 무려 천 명을 제쳤다.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1000:1이라고는 하시는데 제 뒤에 천 명이 줄을 서있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도 안 믿겨요. 제 방에 기욤 뮈소 책이 세 권 꼽혀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여주인공이 된다는 건, 가만히 있다가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인 거 같아요.
1985년을 배경으로 연기했는데, 공감 못할 세대 아닌가?
과거이지만 기본적인 건 같았어요. 연아와 수현이가 서로 사랑하니까요. 사랑은 시대를 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나마 1985년도의 감성을 조금 느끼려고 엄마 사진첩을 많이 봤어요. 저희 소품으로 제가 빨간 가디건을 입고 요한 오빠와 손 잡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에서 제 머리 스타일이 엄마 사진첩에서 보고 따라한 스타일이에요.
수현이와 연아의 베드신이 참 예쁘게 담겼다.
제가 그 장면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지 못했어요. 민망하기도 했고요. 오히려 찍을 땐 편했어요. NG도 많이 안 났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 예쁘다”, “연애하고 싶다”고 하시니 다행이에요.
영화 전체를 보면 연아가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스타일이다. 본인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감정 표현은 그때그때 하자는 주의예요.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해요. 한다. 말을 안 해서 생기는 오해가 싫어서 애정 표현이나 감정 표현을 그때그때 하는 편이에요.
자신의 나이든 모습으로 김성령 씨가 등장했는데, 보는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제가 김성령 선배님 팬이에요. 제 촬영 없는 날에도 일부러 선배님 촬영이신 날 찾아가서 같이 사진 찍고 자랑도 했어요. 닮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까 더 닮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영화 속에서도 너무 아름답게 나와서 좋았어요.
연인으로 호흡 맞춘 변요한 씨와는 같은 한예종 출신인데.
요한 오빠와는 사실 그 시절엔 친분이 없었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땐 오빠는 이미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번에 처음 봤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요한 오빠에 대한 전설은 많이 들었죠. 저도 단편을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요한 오빠는 워낙 많이 찍었더라고요. 워낙 학교생활 열심히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런 오빠와 이번에 같이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김윤석 씨랑은 붙는 신이 많지 않았다.
윤석 선배님은 한 신 같이 했어요. 제가 돌고래 공연하는데 멀리서 쳐다보시는 장면이요. 그 외에는 현장에서 만나면 인사드리는 정도였죠. 그런데 선배님이 워낙 다정하고 친근하세요. 후배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시고요. 오히려 덕분에 긴장을 풀고 들어갔던 적도 있어요. 일상적인 대화도 많이 하세요. 물론 대화의 이야기의 절반은 딸 이야기지만요. 하하.

이번 작품을 통해 ‘김옥빈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게 됐는데.
그러기엔 아직도 기사 제목엔 언니 이름이 많이 나오던데요? 하하. 아무래도 언니 이야기를 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언니랑 너무 다르다”였어요. “외모는 비슷한데 이미지나 기운이 다르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언니 동생인 걸 말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말해주셨고요.
영화계에 형제 배우나 자매 배우가 희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 유니크하다.
같은 분야에 있는 선배가 언니라는 것은 힘이 많이 돼죠. 그런데 언니가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물어보면 이야기해주고요. 언니는 “네가 알아서 해, 알아서 잘 하겠지, 네가 안 하면 네 손해” 이런 스타일이에요.
수현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전 안 돌아갈래요. 제가 아직 23살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제가 결혼하고 나이를 먹어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이 시기로 돌아오고 싶은 것 같아요. 아! 촬영 할 때는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수현에게 연아처럼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같이 했던 친구가 있어요. 제가 중 3때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연락이 끊긴 친구인데요. 제가 고향인 광양에 있었을 때의 기억은 다 그 친구와 함께 했던 거 같아요. 광양 친구들한테도 “그 친구 어디 갔냐”고 물어 봤는데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요. 학교 끝나면 같이 삼디다스 신고 퇴교 하고, 중학교 올라간다고 교복도 같이 맞추러 갔던 친구예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 하고 싶나.
전 그냥 길게 보고 있거든요. 짧게 1~2년 할 것도 아니고요. 20대 때 다작을 하며,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 해서 보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30대 때는 정말로 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딱 그 사람을 보면, “연예인이다”라는 말이 아닌 “배우”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요. 연기도 잘하고 시간의 흐름이 묻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무송 선생님이 그랬어요. ‘커튼콜’ 때 만났는데 정말 주름 하나하나에 세월이 베어 있으셨어요. 아무 말 안 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무언가 느껴지더라고요.
연기 생활을 길게 본다했는데 얼마나 길게 보고 있는 걸까?
저는 계속 하고 싶어요. 김혜자 선생님처럼 되면 너무 좋겠어요. 그리고 혹여 나이가 들어서 다른 직업을 가지더라도 이쪽 일은 그만두지 않고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부업을 가지더라도 말이죠.
부업이라면 어떤 부업인가? 배우가 안 됐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전 예고를 나왔으니 어렸을 때부터 꿈을 막연하게 배우로 생각했어서요.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부업을 가진다면 제주도에 감귤농장 하나 짓고 싶어요. 하하.
길게 보는 연기 생활에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어떤 영화로 남을까?
첫사랑 같은 영화? 5년 후에, 10년 후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일 거 같아요. 어쩌면 영화 속에 나오는 알약 같은 의미일까요? 30년 후에 꺼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남을 것 같아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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