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대종상] 대종상 보단 대리수상, '내부자들'의 '곡성'만 울려 퍼진(종합)
[53회 대종상] 대종상 보단 대리수상, '내부자들'의 '곡성'만 울려 퍼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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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아가씨’의 ‘부산행’에 ‘내부자들’의 ‘곡성’만 울려 퍼졌다. 대종상 아닌 대리상의 오명도 이어갔다.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가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김병찬, 이태임, 공서영의 사회로 진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대종상도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있었던 배우들의 보이콧 여파가 이어졌고, 작품 출품수도 29편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과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아가씨’가 빠졌다.

네 번 무대 오른 김환희,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

첫 시상 부문인 신인남우상부터 삐걱거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영화 ‘4등’의 정가람이 불참하면서 대리수상의 포문을 열었다. 정가람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정가람의 매니저는 “제주도에 영화 촬영 중이라 참가하지 못했다. 상은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곡성’의 아역배우 김환희가 신인여우상을,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김환희는 “너무 감사드린다. ‘곡성’에서 효진이 역할 만들어주신 나홍진 감독님 감사드린다. 같이 호흡 맞춰주신 선배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정래 감독은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령이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배상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싸워가겠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신설된 뉴라이징상에는 ‘인천상륙작전’의 김희진, ‘귀향’의 최리가 선정됐다. 

무대에 오른 김희진은 “신인남우상 후보만 오른 것도 감사한데 이런 의미 있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배우로서 처음 맞이하는 시상식이자 신인으로서는 마지막 시상식이다. 가능성 하나만 믿고 멘토가 돼주신 이범수 대표님께 영광 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리는 “의미 있는 상 주셔서 감사하다. 연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조정래 감독님 감사하다. ‘귀향’으로 데뷔했는데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 앞으로 좋은 연기 하도록 하겠다”라고 인상적인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의상상과 미술상, 음악상과 녹음상은 각각 ‘덕혜옹주’와 ‘밀정’, ‘덕혜옹주’, ‘곡성’에 돌아갔다. 본격적인 대리수상의 시작이었다.

남우조연상은 ‘밀정’의 엄태구가 차지했다. 미술상에 이어 다시 한 번 수상 무대에 오른 ‘밀정’의 프로듀서는 “저희가 혹시 몰라 엄태구 씨에게 소감을 보내라 했다. 그대로 읽겠다”고 말했다. 엄태구는 이 메시지를 통해 “촬영 때문에 불가피하게 참석 못해서 죄송하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선배님, ‘밀정’의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덕혜옹주’의 라미란에게 돌아갔다. 앞서 의상상과 음악상에 이어 세 번째로 수상 무대에 오른 ‘덕혜옹주’의 프로듀서는 “오늘 ‘덕혜옹주’가 상복이 터진 것 같다.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첨단기술특별상과 편집상 시상엔 ‘대호’와 ‘곡성’이 주인공이 됐다. 편집상의 ‘곡성’의 경우 대리수상을 할 인원이 없어 신인여우상을 차지한 김환희가 대신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즉석에서 무대에 오른 김환희는 “편집상 받게 되어 기쁘다. 잘 전달하겠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김환희의 수상인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조명상 또한 ‘곡성’에게 돌아가면서 김환희는 다시 한 번 수상 무대에 올랐다. 다음 수상 부문인 촬영상 또한 ‘곡성’이 차지해 김환희는 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김환희는 “이 상도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해 이전 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아가씨’의 ‘부산행’에 ‘내부자들’의 ‘곡성’만 울려퍼졌다

1부에서 '곡성'이 빛났다면 2부는 '내부자들'의 잔치였다. 수상할 자격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경쟁을 펼쳤을 '아가씨'와 '부산행'이 빠졌기에 그 의미가 덜했다.

기획상과 시나리오상은 ‘내부자들’이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김원국 대표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 큰 축복이다. 훌륭한 원작을 주신 윤태호 작가와 좋은 글과 좋은 연출해주신 우민호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우민호 감독은 “요즘 시국 때문에 감독이 신기가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신기는 없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 훌륭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관계자들이 뽑은 인기상은 ‘인천상륙작전’의 이범수가 차지했다. 이범수는 “깜작 놀랐다. 너무 감사드린다. 이 상은 ‘인천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님과 이정재 씨, 정태원 제작자님, 스태프들과 나누고 싶다”면서,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과 함께 멋진 영화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감독상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시나리오상에 이어 두 번째 오른 우민호 감독이었으나 사회자 김병찬은 “감독님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라고 말해 미숙한 영화제 진행의 정점을 찍었다. 앞선 시나리오상 시상 땐 “우민호 작가님”이라고 소개하는 우를 범했기에 그 여파가 더했다.

우민호 감독은 “시나리오상을 주셔서 감독상을 안 주시는 줄 알았다. ’다음에 더 잘해서 받아야지’하고 있었는데 주셔서 감사하다. ‘내부자들’은 마지막 작품일 수 있었다. 제 앞선 두 작품이 흥행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내부자들’ 마저 그랬다면 전 아마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운 좋게도 훌륭한 배우와 스태프 덕분에 상까지 받았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남우주연상은 ‘내부자들’의 이병헌이 수상했다. 이병헌은 “제가 대종상을 처음 받은 게 20년 전쯤 신인상으로 무대에 올랐다. 오늘 시상식에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가 20년 전에 이 자리에 올 때 설렜??마음으로 후배들이 이 시상식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본다. 저도 태어나지 않았을 때 선배들이 이 영화제를 만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후배들이 지켜나가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의 ‘덕혜옹주’의 손예진이었다. 손예진은 이번 대종상에 불참했고, 이에 ‘덕혜옹주’의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덕분에 ‘덕혜옹주’의 프로듀서는 이날 네 번이나 수상 무대에 오르게 됐다.

최우수작품상은 ‘내부자들’의 차지였다. 무대에 오른 김원국 대표는 “청룡영화제 때부터 대한민국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내부자들’이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다. 물론 상을 받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이런 시국에 이 영화가 상을 자꾸 받는 게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때 대한극장에 갈 때 마다 벽에 붙어 있는 대종상 사진을 보곤 했다. 제가 영화일을 하면서 대종상에서 이런 상을 받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다. 제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님이 토론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도 나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극복하면 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다’고 했다. 대종상과 대한민국도 하루 빨리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누가 보아도 준비부터 진행, 그리고 행사의 마무리까지, 여러모로 미숙함을 드러낸 행사가 됐다.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는 명맥유지의 논리가 언제까지 대중들에게 통용될 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대종상을 바라보는 인내심은 이젠 한계가 아닐까? 지난 해에 했던 변화와 혁신을 내새우는 자성의 목소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그 목소리가 ‘내부자들’의 ‘곡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CJ엔터테인먼트

이하 수상 명단

▶ 신인남우상: 정가람(4등) 
▶ 신인여우상: 김환희(곡성) 
▶ 뉴라이징상: 김희진(인천상륙작전), 최리(귀향) 
▶ 신인감독상: 조정래(귀향) 
▶ 영화발전공로상: 윤삼육(살어리랏다)
▶ 의상상: '덕혜옹주' 
▶ 미술상: '밀정' 
▶ 음악상: '덕혜옹주' 
▶ 녹음상: '곡성' 
▶ 남우조연상: 엄태구(밀정) 
▶ 여우조연상: 라미란(덕혜옹주)  
▶ 첨단기술특별상: '대호' 
▶ 편집상: '곡성' 
▶ 조명상: '곡성' 
▶ 촬영상: '곡성' 
▶ 기획상: '내부자들' 
▶ 시나리오상: '내부자들'
▶ 인기상: 이범수(인천상륙작전) 
▶ 감독상: 우민호(내부자들) 
▶ 남우주연상: 이병헌(내부자들) 
▶ 여우주연상: 손예진(덕혜옹주) 
▶ 최우수 작품상: '내부자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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