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무뢰한' 전도연이 지금 20대라면? "다 죽었죠"
[ZEN인터뷰] '무뢰한' 전도연이 지금 20대라면? "다 죽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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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숨길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이들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빛나기에 어쩔 수 없는, 사람 자체에서 새어 나오는 매력 말이다. 배우 전도연(42)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바라만보고 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의 힘이 있는 사람. 영화 ‘무뢰한’(오승욱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 속 전도연은 그렇게 참 예뻤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는 향기, 그 향기에 매료됐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살인자 박준길(박성웅)의 여자 김혜경으로 출연한다. 텐프로 출신의 김혜경은 박준길과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무심한 듯 챙겨주는 정재곤(김남길)에게 이끌린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여린 여자, 일부러 강한 척 애써보지만 김혜경의 실체는 그대로 읽히고야 만다. 그래서 더욱 처절하고 가련하며 안타깝다.

◆ “큰일 났다, 더 예뻐져서”

과거 김혜경은 소위 얼굴로 먹고 살던 여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성성을 점차 상실하고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극 중 전도연의 모습은 참 예쁘다.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여자,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여자, 그래서 더욱 정재곤에게 마음을 갈구하고 싶은 여자. 자신의 외모와 매력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여자인데 이상하게 전도연이 그려낸 김혜경은 예뻤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김혜경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택한 삶이 아니라 선택 당한 삶을 살잖아요.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는. 그런 김혜경이 마음을 열어서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그것이 바로 정재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혜경은 분명히 강하지만 깨지기 쉽죠. 그 지키고 싶어 했던 자존심을 메이크업이나 의상으로 나타냈어요.”

점점 더 예뻐진다는 말에 미소를 보이며 좋아한다. “큰일 났다. 더 예뻐져서”라는 농담을 던지는데 그 모습마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사실은 전도연이라는 배우 자체가 예뻤던 것이 아니라 김혜경이 예뻤던 것 아닐까”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전도연이 지금 20대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에 “그럼 다 죽었다”고 웃음을 보이는 그가 참 귀여웠다.

“20대 때도 외모로서 어떻게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예쁜 전도연이 아니라 그저 옆집 여동생 같은 전도연이었죠. (웃음) 1990년대에는 여배우의 아름다움에 대한 규정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아름다움보다는 개성이잖아요. 그 다양한 예쁨이 참 부러워요. 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나 에너지도. 예전에는 ‘내가 예뻐? 쟤가 예뻐?’였다면 요즘은 ‘저 친구 참 예쁘다, 매력 있다’가 된 것 같아요. 그럴 걸 보면 참 부럽죠. 하하.”

◆ “앞으로도 목표나 목적은 없어”

전도연에게 ‘무뢰한’은 조금 특별했다. ‘협녀’ 촬영 후 ‘남과 여’가 잡혀 있었고 그 중간에 ‘무뢰한’을 만나게 됐다. 무거운 캐릭터라 망설였지만 시나리오가 좋아 선택을 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상대 배우였던 이정재가 어깨 부상을 입었고 결국 하차를 하고야 말았다. 무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중심이 돼 잘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핑계 삼아 나도 빠져 볼까?’라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하게 됐다.

“촬영이 지연돼도 문제였어요. 그 뒤에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오승욱 감독의 애틋함 때문에 뿌리를 칠 수가 없었죠. (웃음) 김남길 씨는 궁금했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나쁜 남자 스타일에 약간은 스타일리시하잖아요. 그런데 만나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알던 그 김남길이 이 사람 맞나’ 싶었죠. 남자 선배들에게도 애교가 그렇게 많아요. 어우. 부담스러웠어요. 하하.”

전도연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모두가 꿈꾸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몇 번이나 밟았고 여배우가 이루고 싶은 결혼과 아이를 다 가졌다. 인기도 명예도 모두 말이다. 이처럼 부러운 이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그에게 이 모든 것은 그저 ‘이루어 낸 것’일 뿐이었다. 자신의 욕심으로 어떤 것을 이루고자 했던 마음을 처음부터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 흐르는 듯 살아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에 말이다.

“제가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이건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고, ‘참 잘 했어요’라는 하나의 칭찬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럴 때 일수록 제게 온 것들을 아주 크게 생각하기보다 더욱 끌어내리려 해요. 무언가 작품적으로 제 마음이 채워져 가야되는데 그게 안 될 때의 실망감과 좌절감, 상처가 싫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목표나 목적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은 강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