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디즈니가 또 한 명의 공주를 선물한다. 이번엔 ‘겨울왕국’의 두 공주보다 더 진보한 공주님이다. 바로 모투누이 섬의 ‘모아나’다.
‘모아나’는 어린 시절부터 섬 밖의 바다로 나가고 싶어하는 모험심 강한 소녀다. 하지만 족장인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섬 안의 생활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전설 속의 저주가 섬을 덮치고,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배를 향한다.
‘모아나’는 ‘포카혼타스’(1995) 때부터 디즈니가 모색했던 새로운 공주상의 진화형이다. 디즈니는 그간 꾸준히 과거 ‘백설공주’(1937)나 ‘신데렐라’(1950), ‘잠 자는 숲 속의 공주’(1959) 같은 수동적인 공주님이 아닌, 보다 진취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물로 여성 주인공을 그려왔다.

비록 드림웍스 ‘슈렉’(2001) 시리즈의 피오나 공주처럼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공주는 아니었지만 시나브로 진행된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님 전략은 ‘겨울왕국’(2013)을 찍고, ‘모아나’를 통해 꽃을 피운다. '내가 할 일은 남의 손을 빌리는 게 아닌, 내가 하겠다'는 그런 공주님의 탄생이다.
더이상 왕자님이 필요 없는 모아나였다. 비록 반신반인 ‘마우이’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허세 가득한 영웅을 전장으로 이끄는 건 오히려 모아나다. 틀에 박힌 백인 미남 미녀의 주인공이 아닌 구리빛의 폴리네시아인을 내세운 것도 눈 여겨 볼 지점이다.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 ‘모아나’였지만 서브 캐릭터의 아쉬움은 남는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엔 귀여움이나 깨알 유머를 담당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인어공주’(1989)의 바닷가재 ‘세바스찬’이나 ‘미녀와 야수’(1992)의 찻잔 ‘칩’, 최근에는 ‘겨울왕국’의 ‘올라프’를 예로 들 수 있다.
‘모아나’에서 그 역할은 애완 돼지 ‘푸아’와 수탉 ‘헤이헤이’가 맡았다. ‘푸아’가 귀여움을, ‘헤이헤이’가 웃음을 담당하는 모양새. 그러나 ‘헤이헤이’가 모아나의 여정에 함께 했다면, 푸아는 그렇지 못하다. 등장부터 “귀여워!”라는 탄성을 자아내는 푸아였던 만큼 그의 분량을 적게 배치한 제작진의 의도에 물음표가 남는다.
하지만 태평양 제도의 풍광을 그려낸 디즈니의 CG엔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겨울왕국’에서 눈보라로, ‘주토피아’(2016)에서 동물들의 털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낸 디즈니는 CG 표현 중 가장 어렵다는 물의 표현을 질감부터 색감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는 마치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2012)의 경이로움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놓은 듯 하다.

나아가 “여기서 노래 부르면 토할 거야”라는 마우이의 으름장은 어쩌면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향한 셀프 디스. 하지만 이번 ‘모아나’에서도 음악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미 제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주제곡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있는 ‘모아나’의 메인 테마곡은 ‘하우 파 아일 고(How Far I'll Go)’다. 과연 전 세계를 ‘렛 잇 고(Let It Go)’ 열풍으로 이끌었던 디즈니의 저력이 다시 발휘 될 지 기대를 모은다.
끝으로 ‘모아나’엔 쿠키영상이 숨겨져 있으니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존 머스커 감독과 론 클레멘츠 감독이 ‘인어공주’의 감독이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더 재미있을 영상이다.
더불어 ‘모아나’의 상영 전에 등장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내 몸속 이야기’도 주목하자. 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들을 상황에 맞춰 표현한다. 이성으로 대변되는 뇌와 감정으로 대변되는 심장의 갈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인생이 행복한 삶인지를 그려내고 있다.
한편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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