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문제용(37) 감독이 생애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그렇게 처음 만든 첫 번째 작품은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 주피터필름 제작)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그러나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글뭉글해지는 영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감정들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키워드 하나만은 확실했다. 청춘이다.
지난달 28일 개봉된 ‘내 심장을 쏴라’는 2009년,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승민(이민기)과 수명(여진구)이 인생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투하는 청춘하게 바친다’를 모토로 한 ‘내 심장을 쏴라’는 띠동갑내기 이민기 여진구의 조합과 살아있는 캐릭터로 극의 활력을 더한다.
- 첫 영화다. 개봉하기까지 느낌이 어땠나.
“최종 편집까지 잠을 못 잤다. 음악 편집도 수십 번 했다. 사실은 시작부터 촬영 후반촬영 때까지 계속해서 불안함과 공포감에 시달렸다. 원작이 워낙 좋지 않나.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가 어떻게 볼지 궁금했었다. 원작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불안하기도 했고.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안도감이 들었다.”
- 정유정 작가가 특별히 주문했던 것이 있다면.
“원작과 다르게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소설은 이미 완성된 형태의 작품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라셨다. 그런데 그 점이 더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다가 원작보다 밝게 가자는 답이 나왔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굉장한 메시지 받기를 원했고, 상업적인 작품이 돼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우면서도 진지한, 묘한 작품이 탄생됐다.”

- 소설의 영화화, 첫 작품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한 가지의 장르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을 잘 헤쳐 나가야 된다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러나 좋은 분들과 촬영할 수 있어 행복했다. 여진구 이민기 둘 다 최고의 배우였다. 신인감독에게 명작 소설의 연출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 이렇게 좋은 스태프도 마찬가지고. 운이 참 좋았다.”
- 청춘과 첫 연출, 시작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다.
“사람들이 누구나 피하고 싶고, 숨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못하고, 자꾸 세상을 피하기도 하고.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피하고 싶었다. 워낙 명작이었기에 잘해봤자 본전, 아니면 나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 때 ‘네 자신을 상대하는 사람은 누구냐’라는 대사가 참 마음 속에 와 닿더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스스로가 좀 웃기긴 하지만 굉장히 신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 보트 신, 패러글라이딩 신이 참 인상적이었다.
“보트 장면에는 자유로움과 애잔함이 담겨져 있다. 계속해서 정신병원에 갇혀 있어 풀이 죽은 아이들,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만나는 자유 아닌가.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수리봉에서 헤어질 때에는 벅찬 감동을 주고 싶었다. 방점을 찍고 싶었다. 소설의 문법상 강조될 수 없는 부분들을 잘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나푸르나의 별들의 바다도 마찬가지다.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유정 작가가 실제 안나푸르나에 다녀왔는데 실제와 거의 똑같다고 하더라.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 언어가 아닌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은 어디인가.
“정신병원에 갇힌 환자들만의 이야기였다면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적인 느낌의 정신병원이라기보다는 동화 같은 느낌을 원했다. 보통 생각하는 흰 벽이 아니라 에메랄드 색을 입혔고, 환자의 옷도 보통의 병원 복과 다르게 상징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환자별 소품도 부담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함을 추구했다. 지옥 같은 곳이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 띠동갑 이민기 여진구의 조합이 참 재미있다.
“남성적인 승민과 여리여리한 수명이 하나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나이가 같은 인물이었다면 이런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나이를 먹었지만 자유로운 승민, 어리지만 가라앉는 묵직한 수명이 만나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두 배우가 가진 나이에서 오는 성숙과 미성숙의 합체 말이다. 수명이 성숙된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자유롭고 강한 승민이 어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절묘함이 있었다.”
- 엔딩크레딧에 ‘이민기 보컬선생님’이 있더라, 배워서 그 정도였나. (웃음)
“하하. 못 부르게 가르쳤다. 노래 잘 부르니까 좀 이상하더라. 괜히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게 되지 않나. 못하는 데 한 곡조 뽑는 게 오히려 더 승민스럽다. 녹음을 정말 많이 했다. 이민기 씨가 어느 정도 가창력이 따라준다. 승민의 자유로움, 객기가 담기길 바랐는데 계속 잘 부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더 못 하게, 더 투박하게 승민의 에너지만 불어넣으려고 했다. 춤 선생님도 있었다. 엉거주춤. (웃음) 원래 이민기 씨가 춤을 잘 추지는 않는데 연습으로 잘 추는 단계까지 왔었다. 그런데 다시 못 추게 만들었다. 괜한 장기자랑 같아 보이니까. 열심히 훈련을 해서 만들었다. 노래를 못 하게, 춤을 잘 못 추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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