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더 킹’으로 만난 조인성은 참으로 유쾌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인터뷰 시간 1시간 중 약 40%를 ‘정우성’이라는 선배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과거 정우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비속어를 쓰기는 그렇지만 제가 바로 정우성 ‘빠’였어요”라며 활짝 웃는 조인성. 자신도 대한민국 톱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건만, 아직도 그에게 있어 정우성은 우상이었고, 조인성은 한 명의 팬이었다.
자신이 배우를 꿈꾸게 해줬던, 그리고 연기에 입문한 후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이 가는 방향에 서 있을 정우성에게 보내는 존경과 우정. 그의 이야기 속에 느껴지는 진정한 브로맨스에 듣는 이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인성과 제니스뉴스가 만나 들었던 ‘19년째 걸어온 조인성의 성공한 덕후 스토리’를 이 자리에 풀어본다.
드디어 정우성 씨와 호흡을 맞췄다.
전 정우성이라는 배우와 연기를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야 바랐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성이 형은 선배의 자리에서 한 몫을 하고, 전 제 자리에서 한 몫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정우성과 함께 하니 어땠나?
먼저 우성이 형이 있어서 ‘더 킹’에 무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름값, 존재감만으로 무게를 더했다. 사실 제가 저를 평가하기 어렵다. 전 제 자체가 무거운 지, 가벼운 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선배님들에 비하면 무게가 떨어진다는 것이 개인적인 내 평가다. 그런데 우성이 형이 들어오니 무게가 달라졌다. 이건 정확한 사실이다.
사실 분량이 워낙 많아 부담이 됐을텐데, 정우성이 있어서 힘이 되는 지점도 있었겠다.
인생에 살면서 어깨에 기댈 수 있는 선배를 한 분 만날 수 있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많이 초조해 하고, 불안했던, 부담이 많은 영화였다. 그 때 마다 “잘 해주고 있다”라 말해주시니 거기에서 위로와 확신을 받았다.
사실 그동안 제가 주연을 하면서 다른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면 덜어줬지, 내 부담감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일이 없었다. 의지할 수 있는 안도감, 선배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느껴봤다. 어깨가 가벼워졌다. 모르면 모르겠다고 물어볼 수 있는 선배를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났다.
사실 지금 나이대에서 정우성의 ‘비트’는 인생작이나 다름 없다.
저도 그런 작품 하나 만나고 싶다. 사실 비속어라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요즘 말로 전 정우성 빠였다. 우성이 형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인터뷰 가지 말고 저에게 물어보면 된다. 뭐든지 답할 수 있다. ‘아스팔트의 사나이’부터 다른 작품도 다 봤다. 저도 어렸을 때 우성이 형을 따라 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제 또래 친구들 중에는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정우성과 연기를 했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다.

태수가 강식을 보고 보다 높은 검사를 꿈꿨다면, 조인성 씨에겐 배우로서 그런 존재가 정우성 씨일까?
당연히 우성이 형이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진짜 팩트다. 아직도 기억난다. ‘아스팔트 사나이’에 우성이 형이 빵모자에, 털모자, 레옹 머리 하고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거다. 이장수 감독님이 찍으셨고, 조민수 누나, 이병헌 선배 나오셨다. 우성이 형이 입술 위에 상처가 있다. 그게 그 촬영하면서 생긴 거다. 그때 촛대에 찢겼다는 걸 기사로 봤다. 그 당시에 제가 우성이 형 기사는 다 접수했다. 4대 스포츠지를 다 읽었다. 전 분명 정우성 빠가 맞다.
이런 팬심을 고백한 적 있는지?
술 먹고 많이 고백했다. 우노필름 시절부터 이야기했다. 우성이 형이 웃으면서 받아주셨다. 참 멋있는 분이다. 정말 멋있다.
술 좋아하는 배우들이 뭉쳤으니 촬영하면서 술도 많이 마셨겠다.
술자리를 하면 성우 형과 우성이 형이 마지막까지 남는다. 그 두 사람은 내가 이길 수가 없다. 이긴다는 자체가 술을 끊겠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먹으면 난 죽는다. 나와 감독님은 늘 먼저 빠진다. 정말 대단하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나면 반가워서 그렇게 술을 마신다. 그렇게 애정 표시를 하는 형이다. “한 병만 더 먹자”해서 마시고 또 “한 병만 더 먹자”해서 마신다. 그래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인 것 같다.

이번에 정우성과 함께 하며 엿보인 자신의 미래가 있는지.
앞으로의 길은 분명 보이는 부분이 있다. ‘더 킹’에서 우성이 형의 롤이 분명히 있다. 주연으로 메인 롤을 하는 영화도 하시고, ‘더 킹’처럼 좋은 영화에 상징적으로 들어가서 자기 몫을 해낸다. 그때가 더 자유로운 지점 같다. 그 길을 제게 보여주셨다. 사실 그걸 제게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런 길에 대한 불안함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우성의 자유로운 길을 제가 확인하고 실체를 봤다. 그래서 앞으로 저도 가능할 것 같다는 믿음도 생겼다.
데뷔 20년에 가까워지는 지점인데도 그렇게 미래를 그려나가나 보다. 반대로 지나온 지점을 생각한다면 어떨까?
애썼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 누구나 같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올 줄 몰랐다. 처음에는 다 막연했다. 그러다 인기도 얻게 됐다. 그렇다고 그 인기가 평생 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있기까지 참 애썼다.
정우성 씨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애썼기에 정우성과 같이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말로 들린다.
하하. 맞다. 성공한 거다.
요즘 성덕이란 말이 있다. 바로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이다.
아 그렇다면, 제가 바로 그거다. 정우성 성덕.
그럼 이미 성공한 덕후가 됐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성이 형과 새해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더 킹’ 잘 개봉하고 새해 복 많이 받자. 다른 거 필요없고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해서 술 많이 마시자”라고 말했다. 우린 술 정말 자주 마신다. 술을 마신다는 것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건강해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 '건강해서 술 계속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런 목표는 저와 일맥상통한다. 저도 술 마시려고 병원 챙겨다닌다.
하하.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면 모두 공감할 목표일 거다. 여러 의미로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하게 건강했으면 좋겠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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