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음원깡패’란 단어는 무서운 것 같아요”
위트 넘치는 노래 가사만큼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재치가 넘쳤다. 지난 1일 발표된 자이언티(Zion.T)의 새 앨범은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함은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자이언티’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야말로 ‘음원깡패’의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제니스뉴스는 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더블랙레이블 사옥에서 자이언티와 만났다. 그와 앨범 작업 과정, 수록곡, 더블랙레이블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앨범이 나왔어요. ‘도깨비’ OST부터 음원 강자들이 많고, 레드벨벳도 같은 날 음원을 냈어요. 그래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좋은 반응이 있어서 정말 기뻐요. 타이틀곡 하나만 들어주셔도 좋지만, 수록곡도 주의 깊게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이언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케 하는 앨범명 ‘OO’은 자이언티의 시각과 시야를 표현하는 한편, 대중과 자이언티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을 담기도 했다.
“앨범을 ‘오오’라 읽어도 되고 ‘영영’으로 읽어도 돼요. 첫 째 의미는 저의 상징인 안경을 표현한 거예요. 두 번째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소스가 시각이라, 그 의미를 담았어요. 세 번째로는 대중과 저와 교감할 수 있는 교집합이 음악 밖에 없어서요. 그 교집합의 벤다이어그램을 표현한 거예요. 뭐 삶은 계란이 될 수도 있고, 마음대로 생각하셔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웃음)”
타이틀곡 ‘노래’를 비롯해 ‘영화관’, ‘코메디언(Comedian)’, ‘미안해’, ‘나쁜 놈들’, ‘콤플렉스(Complex)’, ‘바람’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자이언티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자유로운 멜로디의 음악들로 채워졌다.
“사소한 감정부터 큰 감정까지 다 담긴 앨범이에요. 최근에 가졌던 생각들을 담았죠. 사랑에 대한 내용도 있고, 사람의 어두운 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공감대’였어요. 예를 들어 ‘나쁜 놈들’이라는 곡에서 제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해요. 부자가 되고 싶다는 표현이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심은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았어요. 이게 단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해요”
타이틀곡인 ‘노래’는 혼자만의 일기를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며 만든 곡이다. 특히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는 가사의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왜 타이틀이 됐겠어요? 전적으로 농담인거죠(웃음). 사실 유명해져야하는 노래죠. 재밌으라고 쓴 가사예요. 제 생각이 담기기도 했죠. 제가 어쩌다보니 자전적인 가사를 쓰는 가수가 됐어요. 결코 말하고 싶지 않았던, 혼자만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들게 되면서요. 예를 들어 ‘양화대교’같은 노래요. 사실 나 혼자 쓴 일기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면 창피할 수도 있잖아요. 제 감정이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들이 노래에 조금 담긴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자이언티가 YG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인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다. 자이언티는 새로운 레이블에서 음악을 하게 됐지만, 자신의 음악 동료들인 쿠시(Kush), 피제이(Peejay), 서원진 역시 더블랙레이블에 둥지를 틀면서 함께 앨범을 작업하게 됐다. 때문에 자이언티의 음악은 더욱 끈끈해지고, 노래는 더욱 자유로워졌다.
“음악을 만드는 환경에서 변화된 것은 없어요. 예전부터 함께 음악을 만들던 사람들과 작업을 했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더블랙레이블에 오게 됐어요. 양 사장님을 마주친 적은 거의 없어요. 사옥에 있을 때 가끔 지나가면서 보고 인사를 했었어요. 겉으로 제게 적극적으로 표현하진 않으셨거든요. 하지만 어디선가 저를 응원하고 계시단 소식을 접하면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이언티는 산하 레이블 소속이라곤 하나 'YG'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언더에서 활동하던 자이언티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이에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자이언티의 음악 색깔이 변하진 않을까란 우려와 함께, 소속 아티스트가 많은 YG인 만큼 새 앨범을 내놓는 간격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제 음악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는 있어요. 색깔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제 음악은 여전해요. 저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하거든요. 오히려 발전이 있어야 겠죠. 우선 얼굴이 더 잘생겨지진 않을 거예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그걸 넘어서 사람들이 좋아할 음악을 계속 할 거예요. 앞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도 시도해볼 생각이고요.
앨범 텀에 대해선, 제 건강에 이상이 있지 않고선 계속 작업을 할 생각이에요.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고요. 사실 ‘흥행’이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긴 해요. 저는 우선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것이 바람이에요. 불필요하게 비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요”
자이언티는 꾸준히 자신이 만든 곡을 대중에게 선보였고, 다수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인기를 모았다. 이는 자이언티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더 좋은 음악을 내놓아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작용했다. 자이언티는 그간 겪어온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가사가 나오지 않을 때는 힘들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도 여백이 많아요. 쓰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쓰지 않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정말 할 말이 없어서 비워두기도 했어요. 할 말이 없을 때는 안하는 게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제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를 어려웠던 때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제가 하고 있는 음악으로 물질적인 가치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행복했는데, 보상을 받게 되니까 신나는 상황이 됐어요. 계속 신나있어요. 물론 부담감이나 무게감은 생겼지만, 계속 신나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지켜나갈 생각이에요”
자이언티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신기한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잘난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놀랍단다. 앞으로 자이언티는 꾸준히 음악을 내놓을 생각이다.
“저는 제 이야기를 꼭 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른 사람이 쓴 곡이어도 상관 없어요. 다만 제 기호에 맞는 노래, 완성도가 있는 노래를 내고 싶어요. 제가 발표할 때 떳떳할 수 있는 노래면 돼요.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스토리텔링 자체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해요.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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