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소처럼 쉬지 않고 일할게요”라고 매번 인터뷰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유연석이 SBS ‘낭만닥터 김사부’ 합류 전, 잠시 쉼표를 찍었다.
거침없이 내달린 그에게 5개월간의 휴식은 스스로도 낯선 경험이지만, 그 어색함도 잠시, ‘낭만닥터 김사부’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tvN ‘응답하라 1994’ 이후 또 한 번 인생작을 썼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청률 역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후 인터뷰차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만난 유연석은 다소 피로한 얼굴의 모습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난 이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만큼 밀려드는 작품 섭외와 화보 촬영, 인터뷰 등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 때문이다.
잠 잘 시간도 모자른 상황이지만 유연석은 그저 기쁘다. "이 또한 작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답. 작품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는 여전히 목 마른, 그래서 소처럼 일할 수 밖에 없는 배우 유연석이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드라마 관련 인터뷰는 오랜만이다. 기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드라마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하하.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많은 분이 관심 가져줘서 감사했고, 이렇게 작품을 끝내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뻐요.
드라마의 높은 인기 덕분에 포상휴가까지 다녀왔다. 어땠나?
촬영하는 동안은 서로 바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이번에 세부에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 잔씩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이것이 다 같이 모이는 게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이 드라마가 잘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응답하라 1994’ 이후 또 하나의 인생작을 썼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사실 ‘응답하라 1994’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미지가 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물론 이번 작품도 이미지 변신을 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어요. 이런 생각 때문인지 ‘낭만닥터 김사부’는 유독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많았고 ‘인생 캐릭터 발견’이라는 말도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배우가 연기하면서 인생 캐릭터를 한 번 만나는 게 어려운데 저는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니 놀랍고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008년 MBC ‘종합병원2’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하지만 분량이 적어 의사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서 이번 '강동주'에 대한 남다른 다짐도 있었겠다.
그때 못다 한 한을 풀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 안에서 원 없이 수술을 집도했죠. ‘종합병원2’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그 경험들이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때 수첩에 노트했던 것을 오랜만에 찾아서 보고, 거기에 이어붙여 새로 메모도 했어요.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의학용어라든지 수술신을 촬영할 때, 대역을 쓰기보다 직접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잘 반영돼 나중엔 주변에 아는 의사들이 "공감하며 몰입해서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시작할 땐 걱정도 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걸 잘 해내고 나니 더 큰 보람과 칭찬으로 다가와서 기분 좋아요.
후반부에 갈수록 수술은 물론 감정 연기까지 소화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강동주가 처음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생긴 야망 때문에 주변 인물과 소통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나며 성장하고 김사부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본인의 의사로서의 신념도 쌓아갔어요. 그런데 그 김사부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됐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엔, 의사로선 이해가 되지만 아들로선 이해가 안 되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한 번에 몰려왔어요.
저도 촬영하면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나왔는데, 나중에 방송을 모니터하니 저도 생각지 못한 표정들이 나와 놀랐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는 한석규 선배를 비롯해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박수 쳐주면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강동주와의 싱크로율은?
반반인 거 같아요. 장난스러울 때도 있고 진지할 때도 있고 섞여 있는 거 같아요.
강동주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었던 것에는 티격태격하면서 브로맨스를 형성한 한석규와 달달한 러브라인을 연출한 서현진이 있었다. 두 사람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좋았어요. 현장에서 선배가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한석규 선배 덕분에 촬영장이 유쾌했고 부드러웠어요.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 선배님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실 정도로 멋진 분이셨어요. 특히 한석규 선배는 낭만적이셨어요. 옛날 노래를 듣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갖고 있고, 칭찬도 자주 해주시고 정말 본받고 싶은 선배였어요.
서현진은 상대 배우로서 너무 좋았어요. 주변 배우들을 불편하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워낙 데뷔 때부터 작품들을 차근차근 열심히 해온 친구라 현장 분위기를 금방 파악하더라고요. 최근엔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참이라 함께 호흡을 맞춘다기에 저도 기대를 많이 했어요. 촬영하면서 이 친구가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고요. 로맨틱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답게 특히 멜로신에서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래서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현진과 극 중 선보인 키스신이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당시에 모두 와인을 한 잔씩 나눠 마셨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장 분위기가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바뀌었어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낯부끄러워질 수 있는, 더군다나 1회 때 키스신이라 현장에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와인 한 병에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만약 와인이 아니고 소주였다면 또 달랐을 거예요. 지금 생각엔 키스신 전 가글을 하는 것보다 와인 한 잔을 준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해요.(미소)
실제로 윤서정 같이 할 말 다하고 일 열심히 하는 여자 스타일은 어떤가?
좋아요. 요즘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여자가 좋더라고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뜻이니 이런 면에서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극 중 강동주는 윤서정을 향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인 ‘직진남’이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강동주처럼 돌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직진도 후진도 아닌, 그 중간쯤 될 것 같아요. 그럼 좌회전남? 우회전남? 인가요? 하하.
‘낭만닥터 김사부’는 작품은 물론, 연기까지 칭찬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 스스로 되돌아봤을 때 만족하나?
현장이나 분위기 등은 좋았지만, 제 연기는 만족하지 않아요. 다만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유연석도 성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초반에 찍었던 신들과 말미에 찍은 신들을 비교해 보면, 좋은 선배님들과 촬영하면서 저도 이 드라마와 함께 성장했단 걸 느껴요. 특히 주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유연석에게 낭만이란?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낭만닥터 김사부’에선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질문했어요. 저도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여행 다니기도 하고, 드라마 속 김사부처럼 수술을 하다가도 비틀즈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나설 생각인가?
아직 차기작이 정해진 것은 없어요. 쉬면서 여행 다니고 충전이 완전하게 된 후 천천히 작품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곧 좋은 작품 속 캐릭터로 돌아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
▶ 2편에 계속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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