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밸런타인데이, 썸 타는 연인이 절대 피해야 할 영화 5
[기획] 밸런타인데이, 썸 타는 연인이 절대 피해야 할 영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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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밸런타인데이를 젊은 연인들만을 위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녀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도 2월 14일만 되면 괜히 마음이 설레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 달달한 사이라면 무엇을 함께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이성들에게 이런 날은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고 이런 날을 이용해 무턱 대고 스킨십을 하거나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별한 날일수록 추억과 감동은 필수.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 관람이다. 나란히 앉아 한 스크린을 함께 바라보고, 우연인 듯 고의적이듯 팝콘에 손을 동시에 넣어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기까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들이 영화관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오히려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영화를 관람한 뒤 끝나고 각자 집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할 터. 그만큼 영화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에 사랑을 하고 싶은 썸남썸녀가 자연스럽게 함께 봐도 좋을 영화와 조금은 피해야 할 영화를 소개한다.

“괜히 봤다”... 이날만은 피해줬으면 하는 영화

1. ‘최악의 하루’(2016)

‘최악의 하루’는 거짓말을 일삼는 여자 은희(한예리 분)와 뻔뻔한 남자 현오(권율 분), 징그럽게 찌질한 남자 윤철(이희준 분) 사이의 만남과 이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은희가 세 남자를 차례차례 만나는 동안 변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관객은 시간이 지날수록 은희를 알기보다 오히려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 그는 낯선 외국인 남성을 거리낌 없이 돕는 해맑고 친절한 한국 여자였다가, 이내 연인과 알콩달콩 풋풋한 연애를 이어가는 여자친구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돌연 양다리를 걸치는 여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썸남썸녀가 함께 본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싫은 일이다. 괜히 옆에 있는 여자의 마음을 들쑤셔 놓지 않으려면 다른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2. ‘500일의 썸머’(2016)

‘500일의 썸머’는 운명을 믿는 순수청년 톰(조셉 고든 레빗 분)과 사랑을 믿지 않는 복잡한 여자 썸머(주이 디샤넬 분)의 500일간의 반짝이는 연애담을 그린 설렘백배 레전드 현실로맨스다.

‘500일의 썸머’는 고난과 갈등을 극복한 커플이 다시 결합하는 해피엔딩의 뻔한 로맨스가 아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건과 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친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멜로라는 평단의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제 67회 골든글로브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작품상 후보, 제 62회 로카르노영화제, 제 3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제 52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하지만 썸남썸녀에게 ‘500일의 썸머’는 비추다. 제목만 봐도 심상치 않다. 썸머이지만, Summer가 아닌, Some으로 읽히는 것은 기분 탓일까? 영화 속 썸머는 상대의 마음에 불꽃을 집혀놓고 예고 없이 불쑥 사라지는 인물이다. 그는 “나는 심각한 관계는 싫어”라고 말하며 관계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인물이다.

썸타는 중인 상대가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길 바란다면 이 영화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괜히 좋았던 관계도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고 썸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는 여자가 이 영화를 보자고 한다면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할 것이다.

3. ‘봄날은 간다’(2001)

상대방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잘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사랑은 흔들리고, 슬슬 어긋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천리만리길을 한밤중에 한달음에 달려와서 “사랑한다”고 외쳐대도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일 것이다.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것을 바로잡으려 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더 멀리 가버리려 한다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라는 것을 ‘봄날은 간다’는 녹여냈다.

‘봄날은 간다’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가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을 만나면서 서로의 감정을 알아가는 모습을 세심하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두 사람은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들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녹음 때문에 여행을 떠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서 ‘봄날은 간다’는 꽃이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봄의 모습을 담아내며 두 사람의 감정을 심도있게 표현해 낸다.

‘봄날은 간다’의 제목이 가진 의미는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가 여름이 오는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국민 작업 멘트로 등극한 “라면 먹고 갈래”에 혹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봄날이 간다’ 국민 이별 멘트인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로 귀결되는 멜로 영화다.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도 않은 커플에게 사랑이 변하는 이 영화. 특별한 날에는 잠시 뒤로 미뤄두는 것도 좋을 듯 하다.

4. ‘건축학개론’(2012)

‘건축학개론’은 대학 졸업 후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난 첫 사랑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멜로영화다. 배우 엄태웅과 한가인이 현재 시점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으며 과거 대학 신입생 시절은 이제훈과 수지가 연기했다.

영화는 향수 어린 90년대의 풍경과 첫사랑의 애틋함, 오해로 인한 이별 등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또한, 1990년대의 음악과 소품 등을 등장시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10~20대뿐 아니라 30~40대 관객들까지 사로잡아 41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듯 ‘건축학개론’은 영화로서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다. 허나 썸남썸녀들에게는 최악인 영화다.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회상시키기 때문에 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피해야 한다.

5. ‘키친’(2009)

‘키친’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감성의 도발적 매력을 겸비한 그녀 모래(신민아 분), 오직 자신의 사랑을 위해 앞만 보고 돌진하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프랑스 출신 천재요리사 '두레(주지훈 분), 모든 여자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완벽한 조건과 착한 성격까지 지닌 상인(김태우 분) 세 명이 펼치는 시크릿 로맨스 영화다.

‘키친’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세 명의 배우와 따뜻한 영상이 잘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또한 칼과 도마가 맞물릴 때마다 따닥 거리는 소리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제 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비경쟁부문에 공식초청 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썸남썸녀에게는 작품성도 무의미 하다. 영화를 보면 세 사람의 관계가 일반적인 삼각관계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가 보면 둘이 아닌 셋의 사랑이 인간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도록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불륜이다.

불륜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이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내 튀지 않게 만들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커플에게 불륜, 양다리라는 단어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함께 하면 좋은 영화도 많은데, 굳이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어색해지는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까? 올 밸런타인데이에는 썸남썸녀 모두 영화가 끝난 뒤 손잡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영화관을 나갈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진=CGV아트하우스, 팝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실버스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