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차이나타운' 박보검, 깊은 눈망울이 아련하네
[ZEN인터뷰] '차이나타운' 박보검, 깊은 눈망울이 아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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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박보검(22)에게서 느껴지는 첫 느낌은 어른 남자보다는 여린 아이다. 영화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 플룩스픽처스 제작) 속 이미지 역시 가장 밝고 기운이 있으며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박보검을 제대로 알고 나면 조금 다른 매력을 찾게 된다.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깊으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그렇게 아련할 수가 없다.

박보검은 ‘차이나타운’에서 아빠가 남긴 빚 때문에 늘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지만 현실 그대로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셰프 석현을 연기했다.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태어났으니 죽을 순 없잖아?’라고 말하는 석현. 그 한마디 대사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파스타를 만드는 손놀림, 그 환한 미소에서 묻어나는 어둠이 마음을 적신다.

◆ “혼자 밝아서 튀지 않을까 염려”

어둠이 가득한 ‘차이나타운’에서 박보검만 등장하면 화면이 밝아진다. 표정도, 대사도 없이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밝은 빛을 내는 사람이 바로 박보검이었다. 여기에 사채업자로 등장하는 김고은(일영)까지 합세하면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질적인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차이나타운을 검색해보면 다문화 가정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단어만 봐도 전체적인 그림을 알 수 있지 않나요? 어디서 태어났는지 저마다 집안은 다르겠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죠. 그런 의미에서 석현은 딱히 다른 인물이 아니었어요. 혼자 밝아서 튀지 않을까 염려는 됐지만 차이나타운 속에서도 석현과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죠.”

때로는 슬픔을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마음속으로 삭힐 때가 있다. 석현이 그랬다. 항상 웃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가면일 뿐. 집으로 몰려드는 사채업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몸에 배여 있는 사람, 항상 얼굴에 웃음이 고정되어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석현이었다. 처음 본 일영에게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며 친하게 굴려고 한 것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아나가는 모습도. 그렇게 석현은 박보검과 맞닿아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저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석현은 자신에게 처한 현실이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인물이거든요. 재미있고 신선하지만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감정 선과 톤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다 어두운데 혼자서만 밝으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점이 들기도 했어요.”

◆ “셰프 역할, 프라이팬에 쌀로 연습”

석현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미래에 더욱 큰 꿈을 꾸는 요리사 석현은 흰색의 옷을 입고 정갈한 상태로 프라이팬을 돌린다. 박보검과 요리사,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이런 완벽한 훈남 요리사가 내 앞에서 요리를 한다면 어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소에도 종종 집에서 요리를 한다는 그. 그래서 실제 요리를 배우면서도 훨씬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었다.

“실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시는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어요. 프라이팬을 들어서 면을 뒤집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못해서 쌀로 연습을 했죠. 스파게티 면을 삶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전수를 받았어요. 뜨거운 부엌에서 하루 종일 있는 분들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는 떡국 만드는 걸 좋아해요. 김치찌개나 볶음밥도 종종 하고요. (웃음)”

영화는 어두웠지만 촬영장은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촬영장은 즐거워야 된다는 한준희 감독의 마음가짐이 단단히 한 몫 했으리라. 박보검은 김혜수 김고은 등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연기자가 됐다. 주차장 신에서는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완전히 석현에게 빠져들었다. 함께 연기한 김혜수는 박보검의 눈빛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할 정도였다니, 그야말로 온전한 석현 아니었겠는가.

“(김)고은 누나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해졌죠. 나중에는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할 건지, 뭘 먹고 싶은지 알았어요. 2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이끌어나가는 에너지가 굉장했죠. 연기를 할 때와 실생활의 모습이 변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김)혜수 누나는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았요. 또 뵐 수 있겠죠? 하하.”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