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배우 강혜정에게도 여배우로서 전성기였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고, 2005년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웰컴 투 동막골’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내뱉었던 대사 “마이 아파”는 현재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해 각종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런 강혜정이 이제는 시간이 흘러 여배우라는 칭호보다 ‘하루 엄마’라는 수식어로 더 자주 불리고 있다. 영화 안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를 떠올렸을 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강혜정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현재 강혜정은 과거의 모습과 조금 달랐다. 혼자 음료와 다과를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한지 “드세요”라며 함께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챙겼다. 또한 “춥지 않으세요?”라며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인터뷰 현장은 자연스럽게 훈훈함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혜정은 여배우로서 전성기가 지난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 엄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표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공백기가 길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알게 모르게 할 일이 많았어요. 사실 ‘이 작품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작품도 없었고요. 그런 가운데 ‘루시드 드림’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지적인 정신과 의사라는 역할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어요.
개봉이 밀리고 지연됐는데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나?
중간중간 모니터를 많이 했어요. 가끔 감독님에게 “우리 언제쯤 개봉하냐”고 묻기도 했고요.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예산에 비해 CG로 처리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불안하긴 했지만, 감독님을 믿고 기다렸죠. 그 기간이 2년이나 걸렸네요. 하하.
CG 완성도 면에서 만족하는가.
만족해요. 해외에서 사용하는 블록버스터급 CG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마음에 들어요. 오히려 약간 어색한 듯한 CG가 리얼함을 살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고수, 설경구에 비해 분량이 적은데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 작품에서 제가 맡은 소현은 대호(고수 분)를 돕는 정신과 의사예요. 정보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진 만큼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고요. 많이 나오면 오히려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은 없어요.
정보 전달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은데.
스스로 루시드 드림이라는 것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했고, 관객들이 다소 생소한 단어들을 이질감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노력했어요. 최선을 다해 연기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나오는 제 모습은 아쉽네요. 아직도 제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보겠어요. 괜히 민망하더라고요.
캐릭터의 특성 때문인지 외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감독님께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머리를 자른다는 생각에 걱정도 앞서긴 했지만, 영화로 완성된 모습을 보니 자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많이 해줬고, 짧은 머리로 인해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난 거 같아서요. 다만 하루가 “엄마 빨리 머리 길러”라고 싫어해 요즘 열심히 기르는 중이에요.
신인 감독과 호흡을 맞춰 본 소감은?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는지.
감독님의 특별한 디렉션은 없었어요. 배우들을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셨어요. 어느 날 저를 부르더니 루시드 드림과 관련해 논문을 써도 될 만큼의 방대한 양의 자료를 주셨어요. 특히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PPT로 정리해 놓은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어요. 덕분에 루시드 드림이라는 자체를 빨리 이해할 수 있었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절약됐어요.

영화는 자각몽에 대해서 다룬다. 만약 자각몽을 꾸게 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자각몽보다는 공유몽을 꿔보고 싶어요. 딸 꿈 속에 들어가서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알아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함께 출연한 설경구와 고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어요. 설경구 선배, 고수 씨 모두 친분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따로 친해질 시간을 갖지 않아도 됐어요. 설경구 선배는 데뷔 초반 SG워너비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췄어요. 이후 이번 작품을 통해 재회했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나니 그때의 추억도 떠올라 더 반가웠어요.
고수 씨도 과거 시트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이후 설경구 선배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났어요. 그때는 둘 다 풋풋했는데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 아빠가 돼 있었어요.(미소) 뭔가 모르게 묘했어요.
배우 강혜정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후 ‘하루 엄마’로 많이 불리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계속 고민이에요.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남편과 합의를 봤어요. 딸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한 명은 밖에서 일하고 나머지 한 명은 육아를 책임지기로요. 지금은 제가 밖에서 돈을 벌고 남편이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거죠. 하하. 곧 에픽하이 앨범이 나온다고 하니 그전까지는 제가 생업을 담당해야 해요.
딸과 남편은 어떤 의미인가.
제가 존재하는 이유죠.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딸과 함께 있는 시간도 너무 좋고요. 아직은 어리고 함께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같이 즐기면서 좋은 추억 쌓고 싶어요.

엄마 강혜정의 일상은 어떻게 되나?
오전 7시 반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에 마무리 돼요. 오로지 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생활하고 있어요.
강혜정 역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중 한 명인데.
일반적인 워킹맘 보다는 저는 편한 편이죠. 작품 들어갈 때만 잠깐 집중하면 되니깐요. 일하면서 늘 드는 생각이 대한민국 워킹맘들 대단하다고 느껴요. 그럴 때마다 힘들어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혹 차기작이 결정된 것이 있나?
정확히 어떤 작품을 하겠다 결정된 것은 없어요. 현재는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걸 더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루시드 드림’ 홍보 이후 제 모습은 차기작을 준비하거나 아이의 엄마로 돌아가 육아에 전념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어떤 모습이 되든 최선은 다할 생각이에요.
앞으로의 강혜정의 계획은 무엇인가?
일, 가정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죠.(미소) 연기적으로는 할리우드 배우 리암니슨이 주연했던 ‘테이큰’ 엄마판 같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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