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웹툰 '샌드위치를 먹다', 순정물 NO! 삶과 닮은 치유물
[ZEN인터뷰] 웹툰 '샌드위치를 먹다', 순정물 NO! 삶과 닮은 치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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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지난 2013년 올레마켓 웹툰에서는 제1회 공모전을 개최, 뛰어난 실력의 만화가들을 불러 모았다. 좁디 좁은 만화가의 길에 ‘첫 번째’라는 영예가 더해진 이 공모전의 수상자 중 장려상을 수상한 귤소녀 작가가 눈에 띄었다. 귤소녀는 실제 귤을 좋아하기도 하고 귤 같은 피부를 지닌 단점을 극복하고자 지은 필명이다. 당선 이후 올레마켓 웹툰에서 ‘샌드위치를 먹다’를 시즌3까지 진행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그는 중학생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웹툰이 없었어요.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같은 소녀 변신물과 '드래곤볼' '란마 1/2' 같은 소년물 등 장르 구분없이 다양한 만화를 보며 자랐죠.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집 근처에 만화책 대여점이 생긴 이후에는 만화책을 많이 봤고요. 특히 제가 어린 시절 과거에 얽매여 있는 캐릭터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후르츠 바스켓'이 작품을 쓰는데 도움을 줬어요. '그 남자 그 여자'는 주인공이 본디 성격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있던 설정인데 그게 제 작품의 일부 모티브가 되기도 했죠.”

◆ 학원 연애물을 가장한 치유물

평소 치유물을 그리고 싶다던 귤소녀 작가는 그 꿈을 이뤘다. '샌드위치를 먹다'는 '학원 연애물을 가장한 치유물'임을 작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 처음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순정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세 명의 소꿉친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지만 정작 자신의 힘든 일은 털어놓지 못하는 다빈, 남자애같이 털털한 성격이지만 외로움이 많은 주리는 어린 시절과 많이 변화된 모습의 여주인공들이다. 심지어 어떤 계기들로 인해 관계도 틀어졌었다. 남자 주인공인 동하는 가장 변함이 없는 인물로, 두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리가 서서히 가면을 벗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늘 신경을 쓰고, 신경이 쓰여요. 저도 어린 시절 성격을 숨기고 마냥 밝은 이미지로만 살아왔던 걸 보면 주리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다빈이의 경우 제가 초등학생 때 학생회장이었던 친구가 모티브가 됐어요. 그 친구는 늘 밝게 빛나던 사람이었죠. 그리고 세 사람의 친구 우민이는 진정한 우정을 믿지 않아 늘 관찰자 시점으로 개입하는 캐릭터랍니다.”

◆ "결과보다 과정, 누구와 잘 되든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들은 각자 겪었던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해 서로의 우정에 공백기간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싸우기도 했으며 오해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부딪혀가며 극복을 해 나간다. 이는 많이 낯설지 않은 기승전결 구조로,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아, 젊은 피의 소유자들이기에 물론 사랑도 한다. 일부 독자는 세 명 중 누군가가 서로 좋아하게 되면 그 우정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기도 했다. 힘들게 되찾은 세 사람의 우정,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건 아닐까?

“하하. 역시 누군가는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주인공들이 누구랑 잘되든 그게 중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거에요. 저는 결과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고민하는 과정에 더욱 신경을 써서 재미있게 작품을 쓰려고 해요. 이걸 또 독자들이 즐겁게 봐주실뿐더러, 매주 한 편씩 작품이 쌓여 커다란 이야기가 된다는 게 좋아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 제가 20대 후반이다 보니 제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 장르나 판타지 장르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앞으로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저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사진=귤소녀, 올레마켓 웹툰 '샌드위치를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