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영화 개봉에 앞서 열리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그곳에서 오고 가는 배우와 감독의 수다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김남길, 천우희 주연의 '어느날'이다. '어느날'은 아내가 죽은 뒤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분)가 교통사고로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다. '멋진 하루' '남과 여'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의 감성 드라마로 기대를 모은다.
오는 4월 개봉을 앞둔 '어느날'.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 아래 7일 CGV압구정에서 오고갔던 제작보고회 현장 일문일답을 제니스뉴스가 전한다.

Q. 주인공 강수와 미소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김남길 : 강수는 '상처받은 치유자'다. 부인이 죽고 나서, 일상을 똑바로 못 보고 살고 있다가 미소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해 가면서 나와 상대방을 모두 치유하는 인물이다.
천우희 : 미소는 처한 상황이 복잡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친구인데, 사랑스럽다. 사연이 모두 나오지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밝은 친구다.
이윤기 감독 : 캐릭터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잘 설명했지만, 연기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다. 전형적인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Q. 어떻게 '어느날'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남길 : 처음엔 '어른 동화'라고 생각해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월 뒤에 시나리오를 보다가 많이 울었다.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서도 욕심이 났고, 이윤기 감독님의 팬이고 전작들을 좋아해 함께 작업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어느날' 같은 영화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천우희 : 저 역시 시나리오 읽고 못 하겠다고 했다. '간지럽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감독님을 만나 뵙고 남길 오빠와 이야기를 나눈 뒤 생각이 바뀌었다. 남길 오빠가 "한국 영화에서 허리 역할의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영화가 허리가 될 수 있는 영화고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윤기 감독 : 오래전부터 영화를 기획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제가 가진 색깔로 영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1년 이상 고민했다. 전작과의 차별점이랄 건 없다. 제가 그간 해왔던 이야기와 장르가 다를 뿐, 제가 가진 색이 어딘가엔 다 들어가 있다.
Q. 마크 워터스의 영화 '저스트 라이크 헤븐'(2005)과 설정이 같다. 부담은 없는지?
이윤기 감독 : '저스트 라이크 헤븐'과 유사한 면이 있다. 베낀 거 같이 느껴질까 봐 꺼려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주느냐의 문제다. 표현방식을 달리해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Q. 서로의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땠나?
김남길 : 좋았다. 제가 여배우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간 선배님들과 촬영을 하다가 우희 씨를 만났는데, 선배님들 못지않게 연기를 잘했다. 그 나잇대 여배우 중엔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천우희 : 비슷한 나이의 배우를 만나는 게 처음이다. 선배님들이라고 해서 어려웠다거나, 불편했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지만 남길 오빠 같은 경우는 특히나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연기할 때, 집중하지 못하게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Q. 서로를 만나기 전 느낌, 만난 뒤 느낌 어땠나?
김남길 : 이윤기 감독님의 경우, 어두운 분이실 줄 알았는데 밝은 분이셨다. 현장에서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천우희 씨와는 처음 보고 3초간 얼었는데, 여자 김남길인 줄 알아서였다. 저는 평상시에 트레이닝복을 자주 입는데, 천우희 씨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도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같은 부류인가 생각했다.
천우희 : 현장에 촬영하러 가면, 꾸미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가서 내가 맡은 배역을 입는 거다. 그래서 그 미팅도 편하게 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솔직할 것 같아서 그렇게 갔는데 남길 오빠가 편안하게 상·하의를 세트로 맞춰 입고 오셨다. 이윤기 감독님은 섬세한 부분이 있지만, 시크하신 분이다.
이윤기 감독 : 두 분의 영화를 보고 제가 느낀 선입견은 두 사람 모두 무게가 있고 생각이 깊어서 말을 잘 안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차가워 보이기도 하는데, 만난 지 1분 만에 환상이 다 깨졌다. 말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어떻게 좀 벗어날 수 없을까 생각 할 정도로 말을 많이 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것이 이상하진 않았는데, 그 이후로 두 배우는 옷이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Q. 극 중 영혼이 된 미소는 강수에게만 보인다.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남길 : 같이 연기할 때는 저에게만 보이는 거니까, 시선을 의식하거나 주변 분들을 의식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혼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수월하겠지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천우희 씨가 있는 척 연기할 땐 민망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우스꽝스러워서 만족했다. 강수가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다가 넘어지는 것 역시 나중에 보니 재밌었다.
천우희 : 판타지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 속 이야기와 현실이 부딪혀 오류가 생겼다. 현실을 담고 있지만, 판타지가 허용된다는 것을 깨닫고, 판타지를 편안하게 이용하려고 했다.
Q. 사실상 1인2역에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다.
천우희 : 1인2역 할 때 감정 연기는 어렵지 않았는데, 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웠다. 연기하고, 제가 연기했던 것을 또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미리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리허설이 쉽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의 상상과 가늠이 필요했다. 어두운 면도, 밝은 면도 모두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인데 밝은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즐겁게 촬영했다. 내가 나를 너무 각박하게 생각했다고 느꼈고, '나도 이런 거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Q. 만약 미소처럼 영혼이 돼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다면?
김남길 : 가고 싶은 곳은 없다. 슬픈 이야기지만 세상을 알아가면서 현실적인 생각들을 하게 돼서 그렇다.
천우희 : 집에서 편하게 있는 것처럼,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외출을 맘껏 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처럼 한 명만 나를 알아보는 것은 괜찮다.
Q.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김남길 :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천우희 : 저도 그렇다.
이윤기 감독 : 반반이다.
Q. 살면서 가장 특별했던 어느 날이 있다면?
김남길 :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만,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영광도 좋지만, 지금이 가장 특별하다.
천우희 : 손에 꼽기 쉽지 않은데, 현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한다는 거다. 여우주연상 받던 날을 비롯해 배우로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하다.
이윤기 감독 : 과거의 어느 날은 기억나지 않지만, 앞으로 다가올 어느 날에 특별한 날이 있을 것 같다. 미래의 내가 예상치 못할 어느 날은 끔찍할 수도 있지만 지루한 삶 속에서 새로운 활력이 될 수도 있다.
Q.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천우희 : 촬영 당시의 기억들이 이제야 떠오르는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영화를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보는 분들의 상황이 모두 다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김남길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 남겨진 분들이 와서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천우희 씨와 함께 전달하려고 하는 감성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윤기 감독 : 영화 후반부에 건물 내부에 걸린 플래카드가 등장하는데, '치유와 희망'이라는 말이 쓰여 있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치유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어느날'이 관객들을 치유해주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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