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월계수' 이세영 "아츄 커플이 비지니스 관계라고요?"
[Z인터뷰] '월계수' 이세영 "아츄 커플이 비지니스 관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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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인터뷰 전, 그의 앞에 놓여있는 노트에 빼곡하게 뭔가가 적혀있기에 노트의 용도를 물었다. 그러자 이세영은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와 기자의 이름을 직접 정리했다”며, “계속된 인터뷰 속에서 적절한 대답을 하기 위해 해주신 질문들을 정리해뒀다”고 설명했다. 그의 기록은 인터뷰 중에도 계속됐다.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기록하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한 이세영은 빛을 볼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이세영은 20년 전 아역배우로 데뷔해 올해 벌써 21년 차 배우지만 학창시절엔 학생 이세영으로 살았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뒤에야 성인 연기자로 다시 얼굴을 비쳤고, 이세영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자신의 인생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세영은 최근 종영한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패션 기업 '미사 어패럴'의 둘째 딸 '민효원'을 연기했다. 방송 초반, 철부지였던 민효원은 강태양(현우 분)을 만나면서 성숙한 사람이 됐고, 강태양과 마음이 통한 뒤에는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보여줬다. 또 집안에 위기가 닥치자 엄마 고은숙(박준금 분)의 마음을 다독이는 속 깊은 딸로 거듭났다.

드라마 종영 뒤, 제니스뉴스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세영을 만났다. 겸손한 마음과 좋은 욕심을 지닌 이세영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라마가 끝났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르는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함께한 모든 분이 제 식구였어요. 헤어져서 아주 아쉬워요. 특히 현우 오빠는 촬영할 때만 태양이와 효원이지 촬영하지 않을 땐 그냥 오빠라서 더 아쉬움이 커요.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연말에 주신 베스트커플상도 감사해요. 

Q. 아츄커플(현우, 이세영)이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았어요.
그 사랑 덕분에 분량이 늘어났죠. 태양이와 효원이가 커플이 되고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푸는 역할을 맡긴 했지만, 분량이 많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Q. 많은 관심과 사랑에 부담은 없어요?
부담을 느낀다거나, 떨쳐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우리가 실제 연인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커플 연기로 사랑은 받은 적이 처음이에요. 그 감사함 때문인지 현우 오빠와 다른 작품에서 친구나 남매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태양이와 효원이의 관계는 남겨두고 싶고, 색다른 연인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바람이에요.

Q.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애드리브도 많았을 것 같아요.
촬영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효원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어요. 뽀뽀를 애드리브로 하는 것은 어렵지만, 효원이가 오랜 시간 구애를 하다 커플이 됐으니 계속 태양이 손을 잡고 싶을 것 같아서 손도 잡았어요. 

현우 오빠와의 호흡은 극 중 태양이가 효원이에게 마음을 열면서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현우 오빠가 애교가 많은데, 극 중 태양이가 효원이를 거절할 때는 성격을 다 드러내지 못했대요. 그런데 효원이와 태양이가 커플이 된 뒤에는 둘 다 신나서 연기했어요.

Q. 그런데 방송에 출연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비즈니스’라고 표현했어요.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했다가 현우 오빠와의 관계가 비즈니스가 된 것 같은데, 사실 현우 오빠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해요. 저와 가장 많이 촬영한 분이라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친근했어요. 대본에 없는 것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편하게 대해줬어요. 손발도 잘 맞았고요.

Q. 커플 연기가 아니라 민효원을 준비할 땐 어땠어요?
오랜만에 공중파에 얼굴을 비춰서 부담이 컸어요. 민효원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많이 예민했고 스트레스도 받았고요. 부정적인 스트레스는 아니었지만 응원해 주신 분들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식상한 게 싫어서 표현 방법도 연구하고 작은 것까지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연기하는 순간엔 스트레스없이 재밌었고요.

Q. 민효원 연기를 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효원이에 대한 애정은 커요. 그런데 효원이를 완벽하게 보여드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이제 감독님보다 효원이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한 대로 다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워요. 현장 상황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소소하게 떠오르는데,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는 적절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Q. 만족스럽게 연기한 장면이 있다면?
효원이가 태양이에게 기습키스를 하고 울면서 고백해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울면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감정을 잡고 하니까 연기가 잘 되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민효원을 연기한 게 아니고 그냥 민효원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Q. 기억에 남는 칭찬 있어요?
목요일마다 드라마 세트장에 놀러 가면 양복점 식구들을 만나요. 오현경 선배님께서 “세영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해주셨고, 엄마로 나오시는 박준금 선배님이 “너희 커플, 사람들이 예뻐해 준다”고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감독님 역시 현우 오빠와 제가 나온 장면이 분당 최고시청률을 찍었을 때 많은 칭찬을 해주셨어요. 대본과 캐릭터, 함께하는 배우들 덕분이에요.

Q. 성인 연기자가 된 뒤 그야말로 '열일' 중이에요.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촬영하느라 성적이 안 나오는 건 핑계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도 했고요. 제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요. 지는 것도 싫어하고, 승부욕도 강하거든요. 인간의 욕구 중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버킷리스트 있어요?
개인적인 버킷리스트와 배우로서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이와 별개로 재단을 만들거나 사회에 이바지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20대 이세영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외국인과의 프리 토킹이에요. 아직 미국을 한 번도 못 가봐서 여행도 가고 싶어요.

Q.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도 섭렵했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왔어요. 이제 정말 '믿고 보는 배우'네요.
아직 저도 저 자신을 믿지 않아요. 갈 길이 먼데, 잘하고 열심히 해서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30대가 되고 연기를 더 잘하게 되면 저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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