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싱글라이더' 안소희, 이젠 당당해도 괜찮아
[Z인터뷰] '싱글라이더' 안소희, 이젠 당당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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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쩌면 결연한 출사표였을 것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영화 ‘싱글라이더’의 인터뷰를 통해 제니스뉴스와 마주한 배우 안소희의 이야기다. 잔뜩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가던 안소희에게 “이렇게 말 잘하는 배우가 왜 그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건넸다. 

그만큼 영화 인터뷰를 통해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배우 안소희다. ‘부산행’이 지난해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가 됐을 때도 그와 인터뷰는 요원했다. “준비가 덜 됐었나봐요”라고 답하는 안소희를 보며, 이젠 작품과 함께 대중 앞에 떳떳하게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을 외쳤던 안소희였다. 대중들과 평단은 ‘뜨거운 것이 좋아’로 연기 호평을 받았던 터라 그의 선언에 박수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작품들에서 혹평을 받으며 다소 격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그간 인터뷰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도 작품 속 비중을 넘어, 자신을 향한 자책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안소희는 대중 앞에 떳떳하게 나섰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 안소희다. 하지만 배우 안소희의 태세전환이 느껴지는, 하여 결연한 출사표라 느껴졌던 제니스뉴스와 안소희의 만남을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 봐버렸다. 지나는 지극히 평범한 10대를 보내고, 호주로 워홀을 간 21살의 여자다. 제가 또래 친구들과 다른, 평범하지 않은 10대를 보냈기 때문에 ‘공감이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저도 원더걸스하면서 미국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서 지나가 보냈을 외로운 시간에 공감이 많이 됐다. 그리고 활동할 때 저도 지나처럼 정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지나의 전사가 자세히 그려지진 않았는데, 캐릭터 구축을 어떻게 했나
지나는 재훈과는 다르게 호주에 2년간 보낸 시간이 있다. 호주라는 공간에 한국인이 있는 것이 이질적으로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에겐 호주가 나름 익숙한 공간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호주에 적응된 편안함을 그려내고 싶었다. ‘부산행’ 때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을 당한다. 그래서 액션이나 제스처가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일상적인 행동, 말투 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근깨도 지나를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농장에서 2년 동안 일을 한 친구다. 그 속에서 얻게 된 주근깨를 표현한 거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제 얼굴이 너무 하얀 편이라 농장에서 2년간 그을린 피부를 표현하기 힘들었다. 백인들을 보면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빨갛게 익기만 하고 주근깨가 생긴다.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감독님하고 이병헌 선배님도 해보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소희가 저렇게 주근깨가 많았어?’라 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표현됐다. 
막상 분장을 하려니까 제 얼굴에 어울릴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분장팀이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 선배님 주근깨를 표현해주신 팀이었다. 또 효진 언니도 ‘미스 홍당무’에서 주근깨를 먼저 해봤다. 그래서 조언도 많이 해줬다. 그렇게 주근깨를 그리니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오히려 제 실제 주근깨로 알까 봐 걱정도 됐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뭐였을까? 특히 강아지 ‘치치’가 소희 씨를 엄청 싫어했다고 들었다.
모든 장면이 어려웠다. 그래서 고민도 많았다. 치치와의 촬영은 제가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신이 있다. 바로 지나가 재훈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다. 지나와 재훈의 동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촬영 초반이라 긴장도 많이 했던터라 더욱 어려웠다. 생각처럼 표현이 잘 되지 않았다.

그 부담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이병헌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지나가 재훈의 등을 향해 도움을 청하는 신이었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내가 진짜로 돌아볼 수 있게 불러.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로도 돌아보지 않을 거야”라고 하셨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연기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러고는 카메라 밖에서도 계속 연기를 해주고 계셨다. 그 때 제 마음은 지나의 마음 반, 실제 제 마음 반이었다. 이병헌 선배님께 도와달라는 심정으로 선배님을 불렀다.

공효진 씨와 함께한 것도 의미 있었겠다.
공효진 언니 보면서 부럽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와 대기할 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집중력 있게 몰입하셨다. 그게 정말 효진 언니의 장점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또, 정말 친언니처럼 대해줘서 많이 의지했다. 촬영 끝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언니와 함께 보냈다. 먼저 밥 먹자고도 해주셨고, 같이 시내투어도 하고, 테니스도 쳤다. 촬영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줬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연기 잘하는 선배와 함께 해서 좋은 지점도 있겠으나 부담도 많이 됐겠다. 
맞다. 작품에 대한 부담보다 선배님들과 호흡에 더 긴장하고 신경을 썼다. 영화를 선택할 때도 ‘내가 해도 될까. 민폐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함께한다는 소식에 “대박”이라고 소리쳤다. 그저 신나고 즐거웠다. 물론 촬영 날이 다가오면서 걱정은 됐지만,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부담과 기대의 비율을 따져보자면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주영 감독과는 어땠나?
감독님은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이야기하신다. 지나의 행동 보다는 지나의 감정에서 시작하라고 하셨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지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연기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가 개봉 후 큰 산을 넘은 느낌이겠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 중 하나가 ‘시원하다’였다. 여러가지 감정들의 시원함 이었다. 끝냈다는 시원함과 영화 속 호주의 풍광이 시원하게 다가왔다.

‘부산행’과 ‘싱글라이더’, 어쩌면 한국영화에서 하기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 ‘부산행’은 천만 영화, ‘싱글라이더’는 호주 로케이션이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신기하기도 하다. 한국 영화인데 호주가 배경인 작품은 흔치 않다. 그 부분이 신선했다. 사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두 작품 모두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다. 선택해 주신 감독님과 제작사 분들께 감사하다. 하하.

배우로서 10년 전 ‘뜨거운 것이 좋아’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오래 전부터 연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있었다. ‘뜨거운 것이 좋아’ 때는 그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고 나서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책임감이다. 잘 해내고 싶다. 배우로 전향해서 연기만 하겠다고 했다. 거기에 따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수 활동이 연기에 도움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 추는 것 모두 감정을 담는 과정이다. 박진영 PD님도 노래도 하나의 글이고 스토리라고 조언했다. 그걸 표현하는 직업이 가수다. 분명 배우와 공통점이 있고,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원더걸스 멤버로 7~8년 정도 활동을 했다. 지금 당장은 음악 활동에 대한 계획이 없다. 하지만 작품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OST 등에도 참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요즘 ‘라라랜드’처럼 음악영화도 인기가 있다. 언젠가는 꼭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제가 해본 것이 적어서 그런지 지금은 막연하게 전부 다 해보고 싶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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