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프리즌’ 김래원 "갓석규부터 갓웅인까지, 신들이 모인 영화"
[Z인터뷰] ‘프리즌’ 김래원 "갓석규부터 갓웅인까지, 신들이 모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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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모든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유지하며 힘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노하우가 없어 한 번에 힘을 쏟지만, 요령이 생긴 뒤에는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김래원 역시 오랜 연기 경험으로 노하우가 생긴 배우다. MBC ‘나’(1997)로 데뷔한 뒤 청춘스타로 활약하다 적절하게 힘을 분배하고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 결과 김래원은 SBS '닥터스'(2016)로 많은 사랑을 받아 2016 SAF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이 됐고, 영화 '프리즌'을 통해 감옥 속 인간 군상 중 하나로 돌아왔다.

‘프리즌’은 거대한 범죄의 온상이 된 교도소에서 교도소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액션 영화다. 김래원은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송유건'을 연기해 교도소라는 작은 사회의 왕인 '정익호'(한석규 분)와 대립한다.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래원을 만났다. 열정과 패기만 가지고 연기를 하던 과거의 김래원과 에너지를 나눠 쓸 줄 알게 된 현재의 김래원은 아주 달랐다. 경험을 통해 노련한 연기자가 된 김래원과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프리즌’에 출연한 계기가 무엇인가?
‘프리즌’의 시나리오를 받고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감독님이 쓰신 것을 그대로 전달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나를 적절히 활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

Q. 나현 감독과 처음 작업했다. 호흡은 어땠는지?
나현 감독님과 함께 작업해서 좋았다. 현장에 갔는데 나현 감독님께서 메모지를 하나 주신 적이 있다. 메모지에는 애드리브가 적혀있었다. 대사가 없는 신을 소화할 때 어떤 말이 오고 갔으면 하는지 뉘앙스를 설명해주셨는데 영화에 녹이는 데 도움이 됐다.

Q. 캐릭터를 만들면서 의견충돌은 없었는지?
‘프리즘’은 나현 감독님의 영화다. 나현 감독님이 직접 쓰시고 연출을 하시기 때문에 배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제안하셨을 때 의견이 다르다면 내가 제안한 대로 촬영하면 된다. 편집 과정에서의 선택은 나현 감독님의 몫이다. ‘프리즌’은 내가 해서 좋았던 것과 감독님이 제안해서 좋았던 것이 적절하게 섞인 작품이다.

Q. 처음 송유건과 지금의 송유건이 다르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캐릭터에 무게가 있었다. 꼴통 형사는 아니었고 악질에 부패한 경찰이었다. 그런데 캐릭터 설정이 너무 뻔하다고 느껴져서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상의 끝에 가벼운 인물로 만들었다. 나현 감독님께서 가벼운 송유건을 위해 대사도 추가해주셨다.

Q. 같은 취미를 가진 한석규와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했다.
7, 8년 전에 매니저를 통해 한석규 선배님께 연락을 받고 낚시터에서 처음 뵀는데 성향이 잘 맞아 가까워졌다. 가끔 한석규 선배님께서 낚시터에서 “우리 둘이 언제 작품 한 번 하냐”고 이야기하셨는데 이제야 만났다.

한석규 선배님은 후배들을 동료라고 이야기하시는 분이다. 현장에서도 후배인 나를 많이 배려해주셨다. 함께 촬영한 신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중요한 감정 신을 앞두고 있을 땐 바로 알아차리시고 내가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

Q. 한석규와도 함께했지만 정웅인, 조재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과 함께 촬영했다.
영화 속에서 신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갓석규부터 갓웅인, 갓재윤 등 다들 ‘갓’ 수식어 한 번씩은 얻어봤다. 좋은 연기자들과 촬영했던 현장이었다.

Q. 극 중 인물 중 가장 액션 신이 많아 힘들었겠다.
평소에 하던 것을 한 것이라 액션 신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다. 열정과 패기만 가지고 연기를 하던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해바라기’ 촬영 당시에는 몸을 더 잘 썼지만 에너지 분배를 못 해 마지막 신 촬영하고 일주일 내내 누워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에너지를 나눠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괜찮다.

Q. ‘프리즌’ 촬영 끝나고 바로 ‘닥터스’ 촬영에 합류했다.
‘닥터스’ 첫날 촬영 당시 우충환 감독님이 내게 “영화에서 바로 온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프리즌’ 촬영할 때 살이 많이 빠지기도 했고 '닥터스' 촬영장에서 가만히 응시만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눈만 보시고 재소자의 기운을 느끼신 것 같다. 몇 달을 죄수로 살면서 피범벅을 하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드라마로 넘어와서 '유혜정'(박신혜 분)과 애정 신을 촬영해야 했다.

‘프리즌’을 찍고 와서 ‘닥터스’ 속 내 분량을 몰아서 찍었다. 수술 장면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수술실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드라마에서 '홍지홍'이 수술실만 가면 소리를 질렀는데 실력이 없어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Q.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작품 선택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겠다.
20대 청춘스타 시절과 가치관이 달라졌다. 괜찮은 작품이 있으면 하는데 감독님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 나를 작품 속에서 좋은 도구로 쓰실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 작품을 선택한다.

Q. 캐릭터를 만드는 김래원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내가 맡은 인물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그 인물의 과거부터 돌이켜 생각한다. 그 뒤에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려고 한다. 현장에서 “어떤 표정과 감정으로 연기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모르겠어요” 한다. 어떻게 연기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것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완벽주의자일까?
촬영할 때 욕심이 많고 열의도 있지만 완벽주의자는 아니고 평상시에는 게으른 편이다. 완벽해지려고 하는 순간 완벽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조금 내려놨을 때 좋을 수 있어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Q. 자신의 배우 생활에 만족하는가?
개인적으로 배우 생활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근성 때문에 오랜 생활 연기자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대중들이 어떤 영화들을 많이 보는지 살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Q. 대중들이 김래원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한다.
‘닥터스’ 이후에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제안을 받아 시나리오를 읽었다. 최근에는 무게가 있는 드라마 제안이 왔는데 기획단계라 지켜보고 있다. 1년 반에서 2년 동안 안 쉬고 작품을 하다가 ‘닥터스’ 끝나고 이제 5개월쯤 쉬었는데 슬슬 작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Q. ‘프리즌’은 김래원에게 어떤 영화인가?
부끄럽지 않은 영화다. 출연했던 영화 중에 굳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데 '프리즌'은 나쁘지 않은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사진=쇼박스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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