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김래원 아닌 여배우였다면?”
[Z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김래원 아닌 여배우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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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초심을 유지하되 타성에 젖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새로움이 없다면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말기 때문이다. 생기를 되찾기 위해 한 번쯤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한석규에게 ‘프리즌’은 도전이었다. 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했고, 작품에서도 선한 역을 맡아왔던 한석규다. 하지만 한석규는 ‘프리즌’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프리즌’은 거대한 범죄의 온상이 된 교도소에서 교도소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액션 영화다. 한석규는 교도소라는 작은 사회의 절대 권력인 ‘정익호’를 연기해 전직 경찰 ‘송유건’(김래원 분)과 대립한다.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석규를 만났다.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악인 익호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한 한석규. 관객에게 조금 낯설을 악역을 연기한 그와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프리즌’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현 감독과 2013년에 함께 작업했었고 1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프리즌’ 시나리오를 받았다. 익호 역을 제안하기에 “왜 나요?” 물어봤더니 1년간 함께 지내면서 익호의 모습을 봤다는 대답을 들었다. 배우로서 기쁜 일이었고 기분 좋은 말이라 출연을 결정했다.

Q.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관객들이 내가 만든 익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해 부담이 있었다. 나현 감독에게 “맞지 않는 옷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나현 감독이 “한석규 배우만의 익호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나현 감독이 생각한 익호와 내가 생각한 익호가 같았다.

Q. 20대에 읽었던 ‘군주론’을 다시 읽었다고 들었다.
과거에 왕 역할을 많이 했을 때 ‘군주론’ 책을 선물 받았고 ‘군주론’을 보면서 느꼈던 권력과 인간에 관한 생각을 녹여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프리즌’ 출연 제안을 받았다. ‘군주론’ 책 속에 ‘영원한 제국’이라는 소제목을 다룬 이야기가 있는데 ‘영원한 제국’이 ‘프리즌’의 주제인 것 같다.

Q. 어떻게 정익호를 만들었는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맞추기보다 인물을 보고 이 인물과 내가 무엇이 비슷한지 생각하고 그 인물을 들여온다. 익호의 극악무도함, 잔인함, 교활함 등 성품들 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익호의 특징을 부풀려서 만들었다.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 연기한 적은 없다.

Q. 익호의 외형도 의도했는가?
다른 작품에서 다리를 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면 절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걸어서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걷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Q. 정익호는 극 중 교도소라는 사회의 왕이다.
정익호는 보통 재소자들과 다른 인물이다. 다른 재소자들은 빨리 교도소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익호는 그렇지 않다. 교도소에서 자신을 내쫓는 것은 권력을 건드리는 것과 같고, 교도소 안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으므로 교도소 밖을 나갈 필요가 없다.

정익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다. 돈을 버는 재미보다 사람을 지배하는 재미가 더욱 컸던 인물이라 돈을 돈으로 보지도 않는다.

Q. 언론시사회 당시 나현 감독이 김동인 작가의 소설 ‘붉은 산’의 주인공 이름을 따왔다고 말했다.
‘붉은 산’의 ‘삵’과 정익호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전사가 없다. 어디서 왔는지 근간도 알 수 없고 사연도 없다. 정익호는 교도소가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교도소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면서 삶이 완성된 것 같다.

Q. 사연이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기에 ‘프리퀄’로 익호의 이야기를 다뤄도 재미있겠다.
오히려 송유건의 후일담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익호가 탄생할지 모른다.

Q. 김래원에게 ‘프리즌’을 함께 찍자고 프러포즈했다.
누구를 감독에게 추천하는 타입은 아니다. 작품을 함께 했을 때 좋은 점이 많은 배우가 있고 나쁜 점이 많은 배우가 있는데 김래원은 좋은 점이 더 많은 배우였다. 취미생활을 함께했고 고민거리도 많이 이야기해서 정서적으로 교감한 상태였다. 그래서 김래원과 내가 유건과 익호로서 좋은 타이밍에 만났다고 느꼈다.

그런데 유건이 김래원이 아닌 여배우였어도 재미있었겠다. 영화 속에서 유건과 익호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배우였다면 느낌이 달라졌을 거다.

Q. 김래원 못지않게 액션 신이 많았다.
영화 속 액션 신 하나를 사흘에 걸쳐 찍었다. 첫날은 할만했고 전투력도 있었다. 하지만 사흘째는 삭신이 쑤셨고, 마지막 날에는 마지막이기에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몸 상태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촬영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Q.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썼겠다.
평소에 하던 대로 했다. 10여 층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 많이 걸어 다녔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으로도 건강을 챙겼다. 함께 연기한 후배들에게도 연기자가 몸을 쓰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건강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배우들이 다치는 것을 정말 많이 봤다. 촬영하다 다치는 것도 보고, 취미 생활하다 다치는 것도 봤다. 다쳐서 연기자의 꿈을 접는 것도 봤기 때문에 건강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다.

Q. 오래 연기를 했는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유독 박한 것 같다.
배우라면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할 거다. 그래서 과거에 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을 했다는 것을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선배님들 나이가 돼 보니 그분들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하셨던 분들이었다.

Q. 그래도 이제는 연기에 대해서는 알 것 같은데.
최악의 몸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결과물이 좋을 때 연기에 대해 알 것 같기도 하다. 연기하는 것이 오묘하고 재미있다. 답도 없고 괜찮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Q. 연기자로 살면서 직업에 매력도 느끼지 않나.
그렇다. 연기자의 매력이 나이를 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직업이라는 거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아지고 있는 것도 있고, 쓸만한 배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있는데 그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복이 많은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진=쇼박스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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