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사일런트 몬스터'의 은환기 대표를 만난 것 같았다. 인터뷰 도중, 배우 연우진은 "말을 길게, 오래 하는데 익숙치 않다"며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연우진의 양해는 캐릭터를 위한 노력이 남긴 후유증이었다.
연우진은 최근 종영한 tvN ‘내성적인 보스’에서 홍보회사 ‘사일런트 몬스터’의 보스인 '은환기'를 연기했다. 은환기는 겉으로 보기엔 내성적이었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이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주로 혼자만의 공간에 있었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연기를 했기에 더욱 그럴 법했다.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가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워낙 소극적이었던 '은환기'였다. 그래서 더욱 은환기와 연우진을 분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대본수정부터 시청률 부진, 연기 논란까지 잡음이 많은 ‘내성적인 보스’였다. 하지만 연우진은 차분하게 “지금의 것을 다음 작품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치 은환기와 마주한 듯한 느낌을 안겨준 연우진과의 대화 시간, 그 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여기 전한다.

Q. 살이 정말 많이 빠졌다.
드라마 하면서 이전 몸무게보다 8~9kg은 빠진 것 같아요. 은환기를 만들면서 체중을 감량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좀 썼는데, 말도 없고 예민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체형이 변했어요. 알록달록한 로맨틱 코미디에 좀 섞였어야 했는데 너무 살이 많이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Q. ‘연애 말고 결혼’ 제작진과 다시 한번 함께했다.
송현욱 감독님이 ‘연애 말고 결혼’ 당시 현장이 너무 즐거워 한 번 더 저를 믿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함께 해서 좋았지만 같은 분들과 함께하기에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래서 송현욱 감독님에게 “업그레이드된 연우진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고 매력적인 은환기 캐릭터 덕에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연우진이 생각하는 은환기의 매력은?
은환기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사람들 뒤에 늘 서 있는 아름다운 그림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은환기가 나와 한 몸이 됐을 때 더 희열을 느꼈어요.
Q. 연우진과 은환기, 비슷한 점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요. 생각 정리 뒤에는 변하려고 하고요.

Q. 내성적인 ‘은환기’, 연기하면서 신경쓴 점은?
은환기가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내성적인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고 색깔 없는 캐릭터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말과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남들을 배려할 줄 알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캐릭터일 것이라 생각했죠.
Q. 검정 후드를 계속해서 뒤집어쓰고 다녔다.
목 디스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따뜻해서 좋았어요. 사실 검정 후드는 은환기의 큰 미장센이라고 생각해서, 16화까지 쓰고다녔으면 했거든요. 근데 실제로 결말까지 이어져서 좋았어요.
Q. 채로운(박혜수 분)와의 키스신도 신경을 썼어야 할 것 같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키스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산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Q. 춤추는 장면, 만취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흥은 있는데 잘 추지는 못해요. ‘혼자서 춤을 춘다’는 지문이 있었어요. 내성적인 사람이 어떻게 춤을 출까 생각했는데 내 흥에 취해 췄을 것 같더라고요. 춤은 함께 연기한 스테파니에게 배웠어요.
만취한 장면은 술 대신 포도 주스를 마시고 연기했어요. 모든 상황이 애드리브였는데 한번 함께했던 스태프들과 촬영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애드리브를 할 때 상대 배우 리액션도 중요한데 박혜수 씨가 그 상황을 즐겨줘서 고마웠어요.

Q. 우여곡절이 많은 드라마였다.
대본 수정 때문에 큰 변화가 있었을 거라 예상하시는데 큰 변화는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기획 의도와 주제를 잘 가져갔다고 생각했고요. 오히려 대본 수정하면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결속력을 다졌어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Q. 시청률이 더 잘나왔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을 것 같다.
아쉬움을 다음 작품에 대한 동력으로 가지고 가는 편이에요. 성적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고 있어요. 내가 설정한 은환기의 모습이 올바른 게 아니었나 싶었지만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야죠.
Q. 다음 작품을 통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기에 연우진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된다.
과거에 찍었던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남은 올해 쉬지 않고 채찍질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려고 할게요.
Q. 연우진에게 ‘내성적인 보스’는 어떤 작품?
연기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었어요. ‘내성적인 보스’가 아니었어도 같은 고민을 했겠지만, 제 연기철학을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드라마를 오래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비난 받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발전이 없는 느낌이어서 심도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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