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간신' 주지훈, 30대 배우로 살아가는 방법
[ZEN인터뷰] '간신' 주지훈, 30대 배우로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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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주지훈(33)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 같으면서도 날카롭고 광기 어린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스펙트럼이 영화 ‘간신’(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에서는 더욱 넓어졌다. 쉽지만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배우였다.

주지훈은 극 중 간신 임숭재로 출연했다. 임숭재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실존 인물로, 폭군인 연산군마저 쥐락펴락했다. 조선 각지 1만 명의 미녀들을 강제로 징집해 왕에게 바쳤던 임숭재. 왕의 총애를 얻어 권력을 탐했지만 결국 그 일로 몰락하고야 만다. 간사한 신하, 간신이자 그 중 최고인 임숭재. 그래서 주지훈의 마음이 흔들렸다.

◆ “민규동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잘 맞아”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임숭재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왕을 파멸로 이끈 인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주지훈은 임숭재를 연기해야했기에 철저하게 그의 입장에 서 있었다. ‘임숭재가 나쁜 사람일까’에 대한 질문도 많이 던졌다. 왕을 보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이다. 그는 “내가 임숭재인데 나라도 임숭재 편에 서야지”라며 크게 웃어 보였다.

“사극이 참 어려워요. 고증을 지켜야 될 때가 있고 파격을 추구해야 될 때가 있는데 민규동 감독의 디렉션은 정말 정확했어요. 그래서 민규동 감독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 나를 포기하기로 했죠. (웃음) 임숭재의 시선으로 모든 것이 그려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해야 됐어요. 김강우 씨는 애드리브를 하면 좋다고 하셨는데 전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민규동 감독과 주지훈의 인연은 깊다. 2008년 개봉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시작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시 만난 이들의 여전했다. “감정을 잡을 때도 호흡점 하나까지 다 잡아줬다. 정말 디테일했다”며 민규동 감독의 철저한 성격을 폭로했다. 투덜투덜 투덜이이지만 민규동 감독에 대한 사랑에는 또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제가 좀 손해를 보는 스타일이에요. 연기도 일상도. 할 걸 다 하고 욕을 듣는 스타일이죠. (웃음) 다른 감독들은 확실히 저를 배우로 보는데 민규동 감독은 아들로, 식구로 봐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가 없어요. 이상하다고 하면 막 삐치고.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그 특유의 스타일이 저와 맞나 봐요. 하하.”

◆ “타협하지 않아, 선택은 빠르게”

주지훈은 타협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순응도 빠르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 어떤 식으로든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30대에 들어서며 청춘의 패기가 줄었단다. 그래서 그만큼 자신의 생각이 명확하게 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했던 20대의 주지훈은 이제 해야 될 일에 대한 생각도 하는 편이 됐다. 성장했다는 말이다.

“술을 진짜 많이 먹었었어요. 그런데 서른이 넘고 보니 패기였다는 걸 알게 됐죠. 운동을 하면 하루는 컨디션이 좋아요. 완전 하루살이죠. 운동을 하는 회사원들은 정말 대단해요. 전 연예인이니까 하는 건데. 영화 ‘좋은 친구들’을 할 때는 몸무게가 13kg이 쪘는데 많이 먹으면 박수를 쳐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반대였죠. 하하.”

그렇게 주지훈은 변화하고 있었다. 점점 더 성장해나가면서 캐릭터의 범위도, 자신의 생각도 더욱 커 가고 있었다. 세상에 순응하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소신도 있다. 영화 촬영을 할 때는 감독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보는 프로 중의 프로였다. 즉석에서 무술을 주문하는 민규동 감독의 주문에도 거뜬히 해낼 정도로 말이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만 했는데 요즘은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작품도 정말 재미있지 않으면 안했었어요. 인생은 지나봐야 아는 것 같아요. 정말 잔인하죠. 언제쯤이면 완성형에 가까워질까요? 지금은 서른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지금 인생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끔찍하니까. 사람은 늘 세상에 적응해 나가잖아요. 우리에게는 그런 숙명이 있죠. (웃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