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영화 ‘강남 1970’(유하 감독, (주)모베라픽처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작)이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달달한 눈웃음을 보여주던 배우 이민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상남자가 되어 돌아온 그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유하 감독의 탁월한 선택은 이민호 김래원의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끝났다.
이 작품은 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무허가촌의 작은 판잣집마저 빼앗긴 두 사람은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건달의 세계로 입문한다.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그 때, 강남의 땅을 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종대와 용기의 욕망과 의리, 그리고 배신을 그린 ‘강남 1970’은 유하의 거리 3부작 완결 편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명불허전이었다. 이미 ‘말죽거리 잔혹사’(04) ‘비열한 거리’(06)를 통해 느와르를 평정한 유하는 이번 작품에서도 남다른 액션을 선택하며 처절한 그들의 세계를 보여줬다. 도끼와 삽 등 당시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연장을 무기로 사용하며 잔인함을 더했고, 거침없는 행동으로 대놓고 청불(청소년관람불가)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어차피 청불 이었기에 더욱 과감해질 수 있었던 ‘강남 1970’. 그래서 더욱 화끈했고 가슴 한편에서 뜨거운 무엇인가마저 올라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무차별 적인 폭력과 건달들의 싸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는 영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 시대를 겪었던 유하는 서울의 도시계획 이야기를 접하면서 강남에 대한 단상을 그려냈다. 산도 바다로, 바다도 산으로 만들 수 있었던 절대 권력. 또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득하려는 사람들까지. 가진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지고 싶었던 청춘들의 초상을 그려온 유하는 ‘강남 1970’을 통해 조용히, 그리고 의미 있게 거리 3부작을 마무리 했다.
남자들의 진흙탕 이야기 속에서 이민호 김래원은 더욱 빛났다. 달콤한 남자였던 이민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긴 팔과 다리로 거침없는 액션을 만들어내며 액션 연기에 대한 소질을 보였다. 깊은 눈빛은 연약함과 동시에 강인함을 발산해냈고 한 없이 동생 같았던 모습은 점점 형을 짓누르는 무기로 변해갔다. 이민호 김래원은 비슷한 이미지로 정말 친형제의 느낌을 줬고, 이는 서로를 배신할 때 강한 아픔을 주기도 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그 좋은 몇 몇 장면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동시대를 살아간 인생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공감대의 형성 아니겠는가. 영화의 힘이기도 하고. 유하가 만들어 낸 그림, 이민호 김래원이 녹여낸 그 끈적끈적한 강렬함을 맛보도록 하자. 오는 21일 개봉 예정.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5분.

사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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