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인후’가 바라는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나아~비, 나비 될래”를 노래했던 그는 결국 고치를 깨고 아름다운 비행을 꿈꿨던 걸까?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인후다.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중화요리 전문점 ‘짜짜루’에 살고 있는 인후는 우연한 기회에 ‘뇌 활동 증진 프로그램’의 임상실험자로 선택된다. 그리고 실험을 거쳐 IQ 180의 천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펼쳐지는 인후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서적을 독파하고, 실험에 참여했던 여의사 ‘채연’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남들 보다 느렸던 뇌 활동 뒤에 감춰왔던 과거, 그리고 여전히 삐뚤어진 사회의 시선 속에 화려한 날개짓을 잠시 멈춘다.

2006년 초연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미스터 마우스’다. 그리고 그 중심엔 홍광호와 김성철이 서있다. 한 명은 국내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고, 또 한 명은 ‘스위니 토드’의 ‘토비아스’로 제 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 신인상을 거머쥔 라이징 스타다. 뮤지컬 마니아들이 ‘미스터 마우스’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 한 만큼 작품은 배우들의 장점을 십분 살려낸다. 특히 지적장애인을 표현하는데 있어 대사만큼이나 중요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하여 1열 중앙석의 가치가 더욱 높은 공연이 됐다. 또한 인후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설파할 때마다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어려운 이론과 학식들을 방대한 대사로 속사포처럼 쏟아낼 때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특히 어린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인후다. 그렇기에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이 넓고, 키의 넘김이 깔끔한 홍광호의 목소리와 잘 맞아 떨어진다. 막강한 팬덤을 가진 배우인 만큼, 그의 어린아이 연기는 그의 팬이라면 꼭 눈에 담아둬야 할 요소가 됐다. 그 연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귀엽다.

연출의 디테일은 ‘미스터 마우스’가 가진 또 하나의 힘이다. 특히 마치 ‘테트리스’를 연상시키는 블록들을 통해 직관적이고도 과감한 미장센을 구현한다. 이를테면 도서관에서는 블록으로 관련 단어를 구성하고, 명문 학교를 그려낼 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샤’라는 텍스트를 구성한다. 또한 ‘짜짜루’를 배경으로 할 때면 텍스트는 테이블과 의자로 변신한다. 배우들이 블록을 손에 쥐는 순간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된다.
곳곳에 넘치는 재기발랄 포인트도 눈에 띈다. 인후와 이누(쥐)가 대결을 펼치는 부분에서 나오는 미디 넘버는 기존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또한 인후의 실험을 후원하는 박사들이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 그리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박사로 등장하는 것도 제작진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작품 전체의 메시지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한 질문과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실존주의에 따른 메시지 등 여러 복합적인 주제들을 짧은 러닝에 담았다. 하여 여러 시퀀스들이 빠르게 전환돼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인후와 채연의 세레나데는 그 애틋한 만큼이나 오래 간직하고 싶은 여운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만큼 ‘미스터 마우스’는 여러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착한 뮤지컬을 찾기 힘든 요즘 대학로다. 그 누구보다 착했지만, 아픈 삶을 살아갔던 인후의 날개짓이 담긴 ‘미스터 마우스’. 따뜻한 봄날,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감히 추천해 본다.
사진=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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