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서른 살엔 제대로 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배우 장미관은 최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자신이 연기한 ‘김장현’을 “인생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면을 쓴 김장현은 장미관을 오랜 무명의 늪에서 꺼내 준 인물이었다.
장미관은 'FW 뉴웨이브인서울 컬렉션', '서울 컬렉션' 등 많은 디자이너의 패션쇼 무대에 섰으며 화장품, 통신사 광고모델로도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JTBC '님과 함께'에 오나미의 절친한 동생으로 출연해 허경환의 질투를 유발했다. 그리고 올 초 '도봉순' 속 김장현을 만났다.
김장현은 주인공 도봉순(박보영 분)의 친구인 나경심(박보미 분)을 납치하는 등 온갖 악행을 펼친 인물이다. 말 그대로 '절대악'. 그래서일까?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을 찾은 장미관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이런 잘 생긴 배우가 가면남을 했다니. 이건 비주얼 낭비였다.
오랜 시간 기다렸을 유명세, 들뜰 법도 하지만 누구보다 차분했던 장미관. 무명배우에서 '도봉순'의 가면남으로, 그리고 이제 장미관이라는 이름으로 대중과 만나는 잘생긴 신인 배우와의 만남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힘쎈여자 도봉순’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김장현’을 연기한 장미관 씨가 화제의 중심에 섰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드라마 끝난 뒤에 밖에 나가보지 못해서 아직 와 닿는 것은 없어요. 그런데도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Q. 주변 반응도 굉장히 좋았을 것 같은데요.
연기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함께 연기하고 있는 친구들, 어려울 때 도와줬던 분들 모두 제 일처럼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셔서 뿌듯했어요. 시청자분들께서 “가면 쓴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가위눌렸다”고 이야기도 해주셔서 죄송하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고요.
Q. ‘가면남’ 김장현, 어떻게 만났나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작품을 많이 보고 그런 장르의 작품을 좋아했어요. 어떻게 사이코패스 연기를 해야 할까 연습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오디션 제의가 와서 작가님, 감독님과 만났고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어요. 떨어지더라도 감독님, 작가님께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Q. 감독님과 작가님이 장미관 씨의 ‘김장현’을 위해 팁을 줬을 것 같아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김장현의 이미지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어요. 작가님께서는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크리스찬 베일'의 광적인 면이 김장현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감독님께서는 "영화 ‘레옹’의 게리 올드만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Q. 작가님과 감독님의 팁 외에 ‘김장현’을 연기하기 위해 신경 쓴 것이 있다면?
제가 승부욕이 강해요. 어렸을 때도 운동을 계속했고 지금도 친구들과 만나면 운동을 많이 하는데 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캐릭터에 녹인 것 같아요.

Q. ‘김장현’을 연기하기 위해 민머리 가면을 썼어요.
민머리 가면을 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민머리 가면을 특수 제작했는데, 재질이 실리콘 재질이었고 얼굴이랑 머리에 발라서 쓰는 것이었고 쓸 때마다 아주 힘들었어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데 말하기도 힘들었거든요.
가면에 적응이 돼가던 찰나, 김장현이 가면을 벗는다는 사실을 알고 가면 벗는 장면을 많이 연습했어요. 범인으로서는 처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얼굴을 보여줬을 때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고요. 악역이다 보니 '가면 벗기 전과 후에 시청자들이 느끼던 공포심이 계속되어야 할 텐데' 걱정하기도 했어요.
Q. 가면을 벗고 머리를 미는 장면에서 영화 ‘아저씨’가 생각났어요.
작가님, 감독님께서 김장현의 변신을 암시하기는 하셨는데 가면을 벗고 나서 영화 ‘아저씨’를 오마주 할 지는 몰랐어요. (웃음) ‘아저씨’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보니까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걱정했지만 기대도 됐고, 제일 많은 생각이 든 장면이기도 했어요. 물론 머리 자르고 나서는 후련했죠.
Q. 김장현과 장미관은 아예 다른 사람인데, 평소와는 다른 희열을 느꼈을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 신도 많았고, 욕하는 신도 많았는데 그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했어요. 100% 희열을 느꼈다고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조금씩 김장현에 맞춰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Q. 의사로 변장해서 인국두(지수 분)가 지키고 있던 피해자를 데려간 장면은 어땠나요?
장현이가 의사로 변장해서 피해자를 데려가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이 복잡했어요. 피해자를 들어서 옮겨야 하는 것에 이어 도봉순(박보영 분)도 속여야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디테일한 것을 요구하셔서 고민이 많았는데 무사히 촬영해 다행이었죠.
Q. 기자로 변장하고 건물에 잠입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안경을 쓴 건 의도한 건가요?
작가님과 감독님의 생각이셨어요. 머리를 자르고 정장을 입고 들어가는 데 오랜 시간 가면을 쓰고 살아서 그런지 어색하더라고요. 그나저나 기자 같이 보였나요? 하하.

Q.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어요.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제가 매 신 여유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부담 없이 여러 번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셨고 방송에서는 훨씬 더 좋게 나왔어요.
Q. 인생 캐릭터, 인생 작품이라고 생각하나요?
첫 작품인데 시청률도 잘 나왔고 관심도 받게 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가면 쓰면서 ‘평생 이런 가면을 쓸 일이 생길까’ 싶었거든요. 10년, 20년이 지나도 저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Q. 인생 캐릭터라지만 ‘김장현’을 연기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나오는 신은 대부분 밤에 진행됐어요. 모두 지쳐있는 상황이었고 ‘김장현’이 ‘도봉순’ 속에서 스릴러를 담당하는 인물이라서 스태프분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죠. 스태프분들과 더 친해지지 못해서 아쉽기도 해요.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또 김장현으로서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적이라 아쉬웠어요. 가면을 써야 하니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도 신경을 쓸 일이 없었고요. 예쁜 옷을 입는 배우들이 부럽더라고요.
Q.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선 예쁜 옷을 입고 싶겠어요.
밝은 작품을 하면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작품에선 나쁜 짓 그만하고 싶거든요. 사이코패스 연기를 했을 때와는 다른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아, 학원물 한 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무서운 모습은 보셨으니까, 밝고 긍정적인 모습도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이름을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 뭘까요?
2011년에 작품을 하고 군대에 갔는데, 그때는 연기에 대해 잘 모를 때라 무엇이든지 자신감에 차서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문제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지금의 경험들이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서른 살에 제대로 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빨리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