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주인공 '예종'은 조선의 임금이다. 그리고 그를 연기한 것은 바로 배우 이선균이다. 여기서 많은 이가 물음표를 던졌다. '이선균이 사극을 한다고?' 맞다. 국내 배우 중 독보적인 목소리를 자랑하는 이선균이기에 그의 사극 연기가 쉽사리 머리 속에 연상되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지난 17일 '임금님의 사건수첩' 언론시사 당시 이선균은 "제가 사극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해준 분도 있고, '아닐 것 같다'고 하신 분도 있다. 사실 저도 사극이 불편할 것 같아 그동안 안 했던 것도 있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나 기우였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시작되고, 이선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영화와 너무 어울린다'는 느낌이 머리 속에 가득찬다. 못하는 게 없는 캐릭터에 이선균 특유의 매력을 입으니 더욱 멋진 임금님이 탄생했다. 거기에 웃음 보장 안재홍을 만났으니, 영화의 재미는 보장할 만 하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이선균이 만났다. 첫 사극을 해낸 소감과 예전부터 알고 지낸 안재홍과의 호흡 등 '임금님의 사건수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많은 이선균의 필모그래피 아래 첫 사극이다.
언젠가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 30대 때 한 번도 안 해본 장르였으니 더 그랬다. 그런데 사극이 진짜 안 들어왔다. 드라마를 트랜디한 작품을 많이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영화는 정말 안 들어왔고, 드라마는 고사를 한 적은 몇 번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극을 안 한 사람이 저 밖에 없게 됐다. 연기자로서 장르적으로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사극을 하게 된다면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드라마 사극은 왜 고사를 했을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덕여왕’ 찍는 걸 옆에서 바라본 적이 있다. 50부 짜리 작품인데 쪽대본 외워야 하지, 분장 시간도 길지, ‘난 16부작도 이렇게 힘든데’라는 두려움이 생겼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다. 어쩌면 정통 사극이 아니어서 첫 도전으로 더 용이했을 것 같다.
사극이 처음이라 여러가지가 어색했다. 다만 정통 사극이 아니기에 틀에 갇힐 필요가 없었다. 사실 임금님이 궁 밖에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가 정통이 아니다. 하하. 말이 안 되는 판타지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기에 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일단 편하게 했다.
그래도 여러 부분을 신경 썼을 거다.
정통 사극이 아니어서 “이게 무슨 사극 연기야”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의상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 용포를 입었더니 이게 참 불편했다. 세트에서 오는 거리와 공간의 어색함도 있었다. 또 사극을 많이하신 선배님들의 에너지가 참 크게 느껴졌다. 그 대사를 받아 치는 방식에 대해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대신들과 이야기할 땐 사극의 에너지로 접근하지만 자세를 삐딱하게 해봤다. 그리고 재홍이랑 할 땐 편하게 다가갔다. 현대적인 대사를 써야할 땐 코미디적인 요소를 넣었다.
캐릭터가 살아야 하는 영화다. 우선 임금님의 캐릭터부터 이야기해보자.
굉장히 멋있게 포장된 캐릭터다. 그래서 제가 건들일 부분이 없었다. 조선에서 제일 높은 임금님에다 조선제일검이라 부른다. 정말 못하는 게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좋은 옷이라고 잘 맞춰 입기만 하면 영화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보, 재홍이와 호흡이 중요했다. 코미디는 캐릭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호흡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맞다. 그래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재미있다. 그만큼 이선균과 안재홍의 호흡이 좋았다.
제가 사극이 처음이라 ‘왕이 이래도 되나?’라는 의문이 있었다. 재홍이도 처음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3회차까지는 대본 이상의 호흡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사극이라 그렇다. 제가 생각한 예종과 오보가 있고, 재홍이 생각한 예종과 오보가 있다. 그게 서로 다른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이 현대극일 땐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되는데, 사극은 호흡이 안 맞는 경우가 있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서로 불편한 걸 이야기하자”고, “서로 의지하자”고 했다. “왕도 무시하고, 사극도 무시하고 해보자”였다. 그러다 보니 5회차쯤, 제가 오보에게 “생색내냐?”라고 묻는 신을 촬영했다. 그때부터 호흡이 서로 살았다. 그 뒤로는 서로 놀면서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안재홍 씨와는 원래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다.
재홍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알았다. 홍상수 감독님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속에 제자 중 하나로 나왔다. 단역으로도 나오고 현장 통제도 하곤 했다. 그때부터 연락처도 알고 지냈던 동생이었는데, 연기에 이토록 재능이 있는 지 몰랐다. ‘족구왕’ 보고 놀랐고, ‘응답하라 1988’을 보고 더 놀랐다. 정말 정봉이의 팬이 됐다. 그래서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재홍이에게 갔다 길래 너무 기뻤다. 그런데 재홍이가 큰 영화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형도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이해한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나리오가 네게 주어질텐데…, 네가 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같이 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너무 즐거웠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재홍이는 에너지가 정말 좋다. 이름만 나와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에너지를 뿜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스크린에 얼굴만 비춰도 웃음이 난다. 기분 좋은 힘이다. 덕분에 NG가 많이 났다. 일단 얼굴만 봐도 터지긴 하는데, ‘이 타이밍에 재홍이라면 이런 대사가 올 것 같다’는 생각만 해도 웃긴다. 그렇게 제가 웃음이 터지면 스태프들도 똑같이 웃음이 터졌다.
선배인 이선균 씨가 재홍 씨에게 잘 열어줬기에 생겼을 호흡일 거다.
일단 재홍이는 만두 같고 귀엽다. 하하. 그런데 저야 재홍이가 편했지만, 재홍이는 어려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형처럼 가까이 지내려고 했다. 매번 밥도 같이 같이 먹고, 네 달 동안 친구처럼 놀러 다녔다. 지금도 연락을 계속 하고 있다.

브로맨스까지 이렇게 완벽 하다니, 괜히 ‘로맨스 하면 이선균’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닌가 보다. 40대에도 그런 평가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그냥 기존 이미지 같다. 그저 제가 여배우들과 워낙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걸 거다. 아마 제 또래의 배우 중 가장 많이 여배우들과 작업한 사람인 것 같다. 비결이 있다면, 육아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는 거? 하하. 제가 그렇다고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저희 와이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노출 되는 걸 원치 않을 뿐이다.
캐릭터가 너무 좋은 영화다. 그래서 흥행이 잘 돼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에필로그 때문에 더 그런 기대가 생겼다.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속편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캐릭터는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 오보의 초능력도 너무 아깝다. 이번에 나온 1편은 일종의 캐릭터 소개의 역할이 있다. 사건을 심화하진 않았다. 이를 발전 시켜 추리극으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의 경우 보너스트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버전을 찍었다. 지금 들어간 장면은 마지막에 급하게 생각해내서 찍은 장면이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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