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호연으로 조율하는 서스펜스
[Z리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호연으로 조율하는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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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빌 S.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이 해방 후 경성으로 갔다. 배경은 달라졌지만, 긴장감은 계속됐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석조저택에서 총성이 울리고, 송태석(박성웅 분) 검사와 윤영환(문성근 분) 변호사가 ‘석조저택 살인사건’ 공판을 위해 법정에 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남도진(김주혁 분)의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둘러싼 수차례의 공판, 살해당한 최승만(고수 분)과 용의자 남도진(김주혁 분)의 관계를 교차해 보여준다.

공판에서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오른손 손가락, 사체를 태운 흔적, 빗나간 총알과 송태석이 부른 증인들이 등장한다. 최승만과 남도진의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엮이는지 풀어낸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들을 투입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최근 종영한 KBS ‘김과장’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임화영이 ‘정하연’을 연기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주요 사건의 중심에 선다.

임화영이 많지 않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주연 배우들은 다 같이 영화의 무게감을 잡아준다. 그중 가장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은 단연 고수가 연기한 최승만이다.

최승만은 영화 속에서 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비열하고 치밀한 모습을 드러낸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남루한 행색에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 피에로가 된 최승만에게서는 미남의 대명사로 알려진 고수가 보이지 않는다.

남도진은 이야기를 쥐고 흔드는 악역보다 영화 속 사건에 휩싸이는 악역에 가깝다. 남도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데 거침이 없고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도진은 우아하다. 해방 후 경성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인물이다. 남도진의 우아함은 그가 저지르는 추악한 일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법정신을 책임진 송태석과 윤영환의 대립도 볼만하다. 송태석은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물들을 내놓으며 판사에게 용의자 남도진의 유죄를 주장하고, 윤영환은 송태석의 심문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윤영환은 자신을 변호인으로 고용한 남도진과 마주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챙기는 속물근성을 보인다. 정의구현을 위해 판사를 설득하는 송태석과 물질적인 것이 중요한 윤영환의 대비가 흥미롭다.

배우들의 연기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메가폰을 잡은 정식, 김휘 감독이 영화 속에 그려낸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졌다. 최승만이 남도진을 만나기 전 경성과 만난 뒤 경성의 색채 변화는 뒤에 펼쳐질 이야기들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햇볕이 따스한 경성보다 비 오는 날 경성의 모습이 더 많이 나와 관객들을 계속해서 긴장하게 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배우들의 활약과 탄탄한 전개가 특징인 작품이다. 끝까지 누군가를 의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쌓아 올렸고, 배우들 역시 영화의 긴장감을 위해 선의의 연기 대결을 펼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다가오는 5월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오는 5월 9일 개봉한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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