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아가씨' 대상, 모두가 박수친 공정한 시상식(종합)
[2017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아가씨' 대상, 모두가 박수친 공정한 시상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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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절대 강자 없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정한 시상식이었다.

제 53회 '2017 백상예술대상'이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렸다. 이날 사회는 배우 박중훈과 미쓰에이 수지가 맡았다.

이날 시상식은 영화 흥행에 따른 심사도, 배우들의 인기에 따른 심사도 아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공정한 시상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지난 4월 9일 작고한 故 김영애에 대한 공로상 수상으로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고인에 대한 명복과 뜻을 기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부문 남우신인상은 '더 킹'의 류준열이 차지했다. 무대에 오른 류준열은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 마냥 행복했었는데, 해가 지날수록 작은 고민이 생겨나면서 감사하는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생에 한 번 받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상을 두 번이나 주셨다. 뻔한 말이지만 감사의 마음을 진심을 담아 전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여우신인상은 '연애담' 이상희에게 돌아갔다. 이상희는 '연애담'에서 '윤주'를 통해 '지수'(류선영 분)과 함께 여성 간의 사랑을 그려냈다. 이상희는 수상소감을 통해 "상을 주실 줄 정말 몰랐다. 부족한 제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주신 감독님과 스태프, 파트너 류선영에게 감사하다. 아버님이 아직도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고 계신다. 언제나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까지, 두 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남우조연상은 '부산행'의 김의성이 수상했다. 김의성은 "제가 당할 수 없는 멋진 배우들이 후보에 계셔서 제가 상을 받을 거라 생각 못 했다. 그래서 소감도 준비 못 했다”면서, "'부산행'으로 고생했던 이동하 대표, 연상호 감독, 배우 및 스태프와 이 상을 나누고 싶다. 집에서 지켜보고 계실 어머니, 사랑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더 킹'의 김소진이 차지했다. 김소진은 '더 킹'에서 검찰 내부의 비리를 밝히는 안희연 검사로 열연을 펼쳤다. 격양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김소진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상을 받을 거라 전혀 생각을 못 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면서, "저희 '더 킹'을 위해 많이 애써주신 모든 배우와 감독님, 스태프들, 저희 영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관객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한재림 감독님, 저의 고민에 귀 기울여주시고 마음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영화부문 인기상은 배우 도경수와 임윤아에게 돌아갔다. 도경수는 "저를 관심 있게 봐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경험해서 더 많은 행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임윤아 역시 "늘 인기상은 기분 좋은 상인 것 같다.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부문 감독상은 영화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차지했다. 대리 수상으로 무대에 오른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표는 "김지운 감독이 상을 예상 못 했다. 아무런 소감도 전하지 않고 차기작 헌팅을 나갔다. 아마 소식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 같다. 상은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은 '밀정'의 송강호에게 돌아갔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을 연기했다. 상을 받은 송강호는 "한지민 씨와 엄태구 씨가 수상하길 바랐는데, 제가 두 분을 대표해서 받게 됐다. '밀정'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아픈 일제강점기 시절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위정자가 있었지만 자신의 안위를 뒤로하고 민족과 조국을 위했던 수많은 분이 계셨던 것 같다. 그분들 덕에 저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숭고함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은 '덕혜옹주'의 손예진이 차지했다. 손예진은 "왜 이리 울컥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밝혔다. 이어 "작년 한 해 감사한 일이 많았다. 올해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덕혜옹주'는 제게 의미가 큰 작품이었다. 역할의 무게도 컸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다. 그래서 외로웠고 부담이 됐다. 배우로서 세월이 가는 게 좋기도 하지만 아쉽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부문 작품상은 ‘곡성’에게 돌아갔다. 김호성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대표는 “두 달 전에 홍콩에 갔었다. AFA에서 저희 작품들이 상을 많이 받았다. 작년 이맘때쯤 칸국제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올해도 4편 정도의 한국 영화가 칸에서 상영되는데 어떤 작품이 상을 받을지 궁금하다. 한국영화가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바로 앞에 계신 분들의 수많은 노력과 열정 덕에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 한 사람으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 많은 영화가 제작될 거고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평균적으로 5년 정도 걸린다. 5년의 시간을 정말 열심히 준비한 분들이 이 자리에 있고 그분들을 대신해 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좋은 영화 세계에 나가 부끄러움 없는 영화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영화부문 대상의 영광은 ‘아가씨’가 차지했다. 수상 무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우리 배우들이 상을 못 받았다. ‘이렇게 빈손으로 가나, 그래서 맨 뒷자리에 들러리 세웠나’라며 우리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조진웅, 하정우, 김태리 씨, (수상을) 같이 받는 것 알지? 트로피 빌려줄 테니 몇 달씩 돌아가면서 가지고 있자”면서, “'아가씨'로 상을 받는 자리니만큼 이런 이야기 한마디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취향 가지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후보, 투표할 때 여러 기준을 고려해 보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백상예술대상에선 지난 4월 9일 세상을 떠난 故 김영애에 대한 공로상 시상이 진행됐다. 시상자로 나선 라미란은 "김영애 선생님께선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연기를 위해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셨다. 그리웠다. 크고 아름다운 나무 같았던 김영애의 연기 정신 잊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동 시상자로 나선 박신혜는 "김영애 선생님을 현장에서 늘 ‘할머니, 우리 할머니’라고 불렀다. 까마득하고 대 선배님이시기보다 가족에 더 가까운 분이셨다. 후배들로 하여금 배우란 직업에 긍지를 갖게 해주신 분이었습니다. 배우에게 긍지를 갖게 하는 배우 메시지 가슴 깊이 기억하겠다"라고 전했다.

수상자로 나선 故 김영애의 아들 이민수 씨는 "직접 받으셨다면 더 좋아하셨을 것 같다"면서, "편찮으실 때 진통제까지 거부하시면서 연기하셨는데, 가시고 나셔서도 좋은 상 받으셔서 좋아하실 것 같다.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 이하 영화 부문 수상 명단

영화부문 신인 연기상: 류준열('더 킹'), 이상희('연애담')
영화부문 조연상: 김의성('부산행'), 김소진('더 킹')
영화부문 인기상: 도경수('형'), 임윤아('공조')
영화부문 감독상: 김지운('밀정')
영화부문 최우수 연기상: 송강호('밀정'), 손예진('덕혜옹주')
영화부문 작품상: 곡성
영화부문 대상: 박찬욱('아가씨')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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