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먼저 영화사에 제안했다. ‘이와 손톱’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달라고 프러포즈했다. 정말 재밌게 읽었고 구성도 탄탄했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고수가 연기한 '최승만'이 그에게 찰싹 붙는 인물이었기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했고 캐스팅에 감탄했다. 그러나 감탄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은 고수였다. 고수가 연기한 '최승만'에게선 전작의 고수도, '고비드'라는 별명을 가진 고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고수는 의문의 운전사 '최승만'으로 의뭉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최승만을 연기한 고수와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다른 의미의 의뭉스러움을 가진 고수가 있었다. 고수는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을 위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말을 여러 번 거르며 조심스럽게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Q.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 만족스럽게 봤다. 때로는 불친절하기도 하고 불편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세 개의 이야기가 한 영화 속에 있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각 캐릭터의 심리도 모두 다르고 복잡해서 아리송하고 묘한 느낌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Q. 소설 '이와 손톱'을 토대로 한 영화다. 원작은 읽었는지?
읽지 않았다. 촬영 초반 감독님께 “원작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여쭤봤는데 “굳이 안 읽으셔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소설과 시나리오를 따로 생각하고,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Q. 어떻게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출연하게 됐나?
먼저 영화사에 제안했다. ‘이와 손톱’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달라고 프러포즈했다. 정말 재밌게 읽었고 구성도 탄탄했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최승만’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그런데 정말 '최승만에게 겁도 없이 덤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정말 어려웠다.
Q. 그간 고수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얼굴, 목소리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중점을 둔 것은?
어떻게 해야 최승만의 현재 심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망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망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최승만 목소리를 만들 땐 입안의 구조를 관심 있게 보고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공부해서 목소리를 바꿨다.

Q. 고수가 생각하는 ‘최승만’은?
원래 영화의 제목이 소설의 원제인 ‘이와 손톱’이었는데 ‘이와 손톱’이 ‘처절하게, 죽을 힘을 다해서’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다. 최승만은 ‘이와 손톱’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Q. 극 중에서 마술사 연기를 해야 했다. 연습은 많이 했는지?
카드 마술과 저글링만큼은 대역 없이 했다. 사과 네 개를 가지고 저글링을 했었는데 힘들어서 결국 세 개로만 저글링을 했다. 원래는 저글링도, 카드 마술도 할 수 없었는데 영화 덕에 할 수 있게 됐다.
Q. 최근 드라마 ‘김과장’으로 주목받은 배우 임화영과 호흡을 맞췄는데.
화영 씨가 많은 부담을 안고 연기를 했었다. 큰 역할을 처음 맡고 현장에서 많이 긴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Q.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서스펜스 장르 영화라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 촬영 내내 물음표를 달고 살았다. 그 누구도 최승만이 닥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말을 해줄 수 없었고 그 상황이 명확해서도 안 됐다. 최승만이 하고 있던 고뇌를 숨기고 있어야 해서 어려웠던 것 같다.
Q. 보일러실 액션신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보다 주혁 형님께서 힘드셨을 거다. 그 장면에서 저보다 움직임이 많으시니까. 무엇보다 현장이 정말 위험했다. 좁고 바닥도 보이지 않는데 위험 요소들이 많았다. 액션신 촬영할 때 합이 잘 맞아야 했고 그렇지 못하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았다. 사고 없이 촬영 해서 다행이었다.

Q.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내공이 늘어가고 있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을 것 같다.
때에 맞는 모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그 순간에 적합한 제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궁금하다.
계속 시나리오를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촬영 때문에 여행 간 지 오래돼서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 오늘 같은 날씨에 여행 떠나면 참 좋을 것 같다.
Q. 장르물에 주로 출연해서 그런지 멜로 영화 속 고수를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제게 맞는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다. 최근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 멜로와 악역이다. '과거에 찍었던 작품 시나리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의 제가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게 될지 궁금하다.
Q. 고수에게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만나게 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어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관객에겐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될 지 궁금하다.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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