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아제모’ 황동주 “공백 3년, 나를 내려 놨던 시간”
[Z인터뷰] ‘아제모’ 황동주 “공백 3년, 나를 내려 놨던 시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호탕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황동주.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특유의 웃음소리로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그 웃음은 인터뷰 내내 끊이질 않았다.

이전 작품에서 불륜남, 마마보이 등을 연기한 황동주는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제모')’에선 지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캐릭터 황성식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성식은 집안의 사고뭉치, 마누라의 골칫거리, 밉상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했다. 작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황동주는 ‘아제모’를 통해 ‘국민 찌질남’에 등극했다. 마냥 좋지만은 않은 수식어임에도 황동주는 “뭐든 특화되면 좋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기뻐했다.

황동주와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지앤지빌딩에서 만나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제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디어 50부작 드라마가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아직 끝난게 실감이 나질 않아요. 이번 드라마가 이상하게 여운이 많이 남아요. 캐릭터 때문일까요. 워낙 시끄럽게 떠들고 사건 사고도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어요. 아쉬움도 많고요. 이 여운이 오래가지 않을까 싶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운가.
연기는 항상 아쉬워요. 매주 방송을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죠. 그런 아쉬움 말고도 이번 작품을 촬영할 때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젊은 친구들과 화합도 잘 됐고요. 그런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이 커요. 또 개인적으로 한성식이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많이 갔었거든요. 고민도 많이 하면서 연기 했고요. 그래서인지 아직 더 한성식으로 살았으면 싶은 마음도 있어요. 지금 이 팀과 시즌2를 하고 싶을 정도예요.

Q. 함께한 배우들과 촬영 외에 추억도 많았겠다.
정말 형, 동생 느낌으로 지냈어요. 저희가 롯데월드도 같이 다녀온 적이 있어요. 녹화를 마치고 수경, 연아가 롯데월드에 가려고 한다더라고요. 말이 나온 김에 시간이 되는 사람을 같이 가자고 해서 함께 다녀왔어요.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정말 쉬지 않고 타고 놀았어요. 다음날이 촬영이 없어서 다행이었죠(웃음).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가 단체 메시지방이 있거든요. 거기서 이야기를 나눠요. 계모임도 하자고 하고 있어요.

Q. 웃음소리가 정말 호탕하다.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서로 웃으면서 밝게 인사하면 기분이 좋잖아요. 촬영장에 가면 제가 항상 먼저 웃어요. 사실 저는 ‘라디오스타’ 출연 전까지는 제 웃음소리가 특이한 줄 몰랐어요(웃음). 소리가 큰 줄만 알았어요. 한동안 웃는게 어색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웃고 있어요. 촬영장에서 제가 웃으면, 제 웃음소리 때문에 다같이 웃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힘들 때 같이 농담도 하면서 웃으면 더 기운이 나요. 웃다가 NG나는 경우도 있었죠.

Q. 드라마 촬영 현장은 힘들다고 하더라. 무려 50부를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지치진 않았나.
긴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요. 일이 없을 때 체력관리를 많이 해두는 편이에요. 운동도 하고, 몸에 좋은 약도 무지하게 먹죠(웃음). 촬영을 하면서 중간 중간 고충도 있고 스트레스도 있지만,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기운이 없다가도 현장에 나오면 기운이 나더라고요. 유독 이 작품이 더 분위기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Q. 이번 작품으로 ‘국민 찌질남’에 등극했다. 이전 작품에서도 불륜남, 마마보이 등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캐릭터를 계속 하는 것이 불편하진 않았나.
지질한 캐릭터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쨌든 들어오는 역할들을 우선으로 해야하니까요. 예전에는 지질한 캐릭터라도 멋있게 보이려고 하고 수위를 좀 낮추면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었거든요. 그게 훨씬 연기자에겐 마이너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질한 캐릭터던, 불륜남이던 그 캐릭터에 충실한게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뭐든 하나로 특화되는게 영광이죠.

Q. 자신을 내려놓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공백을 깨고 나온 다음부터였어요. 제가 3년반 정도를 쉬었거든요. 이전에는 착한 역할만 했어요. 한 사람만 바라보고, 키다리 아저씨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캐릭터요. 착한 선생님 캐릭터도 했었고요. 공백을 깬 후에 사기꾼, 불륜, 마마보이를 하게 됐어요. 일 자체에 대한 감사함이 많이 생겼어요.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죠. 그래서 멋있는 역할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게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 이후론 큰 공백 없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Q. 그런 캐릭터를 많이 해서 본인만의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다.
연기는 아직 배워야할 점들이 많아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제가 얻어가는게 많아요. 그래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복이죠. 모니터도 많이 해요. 제 연기를 보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의 다른 캐릭터의 모습도 보면서 연습해요. 그리고 초반에 캐릭터 연구를 정말 많이 해요. 말투, 걸음, 목소리 톤까지 다 신경 써요. 녹음도 해보고 거울 보면서 연습도 하고요. 이번 작품의 경우 대본에 워낙 잘 표현이 돼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Q. 알아보는 사람은 많아 졌나.
사실 안경을 벗고 나가면 잘 못알아 보세요. 안경 벗고 모자쓰고 구석에 앉아 있다가도 제 웃음소리를 듣고 다들 쳐다보시더라고요(웃음). 제 웃음소리가 특이해서요. 어떤 면으론 그게 감사해요. 같이 따라 웃어주시고, 남에게 웃음을 줄 계기가 돼서 좋아요.

Q. 데뷔 작품이 ‘요정 컴미’다. ‘컴미’ 시절 이야기도 해달라.
처음 ‘컴미’에 캐스팅 됐을 때 계약은 6개월이었는데 무려 2년 동안 했어요. 시청률이 너무 좋았거든요. 선생님도 1년을 하고 바뀌어야 하는데 작가님이 알아보시곤, 반을 그대로 이어가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식으로 해서 제가 끝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땐 성실히,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어요. 당시에 근석이가 어린 아이였거든요. 정말 귀엽고 착하고 예쁜 아이였어요. 그러고 성인이 돼서, 아시아 프린스로 알려지고 난 후 저한테 연락이 왔었어요. 술을 사달라고 하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근석이가 잘돼서 좋아요.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Q. 최근 지앤지프로덕션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어떤 계기로 옮기게 됐으며, 지금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지금 회사에 있고요. 여기로 오게 된 계기는 우선 ‘아제모’의 제작사가 지앤지프로덕션이에요. 일을 할 때 좋은 분들과 일하는게 중요하잖아요. 여기 분들이 너무 좋아요. 심형탁 그 친구 외에도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있어요. 앞으로 좋은 분들과 즐겁게 일 하고 싶어요.

Q. 배우로서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드라마만 해서 영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새 회사에 둥지도 틀었고 하니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사악한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배우로서의 목표라면, 저는 연기자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저도 현장에 나가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덧 선배더라고요.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선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할 때 더 많이 연습하고 고민하려고 하고요. 소극장에서 연극도 했던 적이 있는데요. 다시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하고 싶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