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연기완생과 정치미생의 사이
[Z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연기완생과 정치미생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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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특별시민' 속 '박경'은 정치 미생이다. 자신이 지지하던 서울 시장 '변종구'(최민식 분)의 선거 캠프에 들어가 홍보를 담당한다. 이른바 '똥물'로 표현하는 정치판에 막 발을 담근, 그런 인물이었다.

'박경'을 연기한 심은경은 사실 연기 완생이다. 일찌감치 연기를 시작한 그는 흥행력 있는 배우다. 주연으로 이름 올린 '써니', '수상한 그녀'의 두 작품을 합치면, 1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조연으로 활약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천만배우'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이제 막 스물넷을 넘긴 배우로서는 차고도 넘치는 영광의 필모그래피다.

그러나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만난 심은경의 모습은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이었다. '특별시민'에서 최민식-곽도원이라는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했던 후유증일까. 연기 완생이 아닌 연기 미생으로서, 자신의 부족했던 모습을 곱씹고 있었다. 허나 우리는 안다. 그 시간들을 넘어 심은경이 더 큰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는 걸.

'걷기왕' 때보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
요즘 발레를 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심신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나름 운동도 잘 되고, 몸의 균형이 잘 맞춰지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동작들도 익히니까 마음도 편해진다. 유연성도 조금 늘어난 것 같다.

영화를 본 소감은?
영화 자체로만 보면 굉장히 묵직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제 연기를 이야기하자면 관객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고민을 많이 하며 찍은 영화다. 라미란 선배님께서 무대인사 당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씀하셨다. “일단 재미있게 즐겨달라”고도 하셨다. 그래도 우리 영화는 현실에 빗대어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맞다. 전달이 잘 됐으면 좋겠고, 삶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연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바라는 건, 최민식-곽도원이라는 배우와 함께 하며 느낀 부분이 크기 때문일까?
이번에 함께 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연기를 준비하는 부분이다. 그냥 해도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 정말 치열하게 고민을 하며 연기를 하셨다. 그 열정을 보며 반성을 많이 했다. ‘난 아직 젊은데, 선배님들보다 힘도 넘치는데 왜 저런 노력을 하지 않을까’라는 반성이었다.

노력이라면 어떤 노력일까?
시나리오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고쳐나가신다. 그렇게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영화 전체를 보시는 거다. 그 집중력이 대단하시다. ‘평생 연기를 한다고 해도 범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길 정도다. 아마 전 못할 것 같다.

결국 반성은 자기 발전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발했다.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다 해도 일어나서 완주하려고 했다. 사실 선배님들 사이에서 기가 많이 죽었다. 그러나 그것도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기려고 했다. 아직까지도 제가 ‘박경’을 잘 연기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심을 많이 담은 캐릭터였다.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연기적인 배움이 있었다면, 정치적인 배움도 있었을 영화였다.
감독님의 말을 빌면 '박경'은 영화 속에서 정치미생이다. 저 역시 촬영 전엔 정치라는 것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정치에 대해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무렵 ‘특별시민’의 제안을 받았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정의와 선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나도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한 표 한 표가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깨달음, ‘정치 이슈를 파악하고 지켜봐야겠다’는 의무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작은 걸음부터 좋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거란 생각이 든다.

‘박경’은 권력욕에 사로 잡힌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박경으로, 또는 심은경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땠나.
사람의 밑바닥 깊은 곳엔 욕망이라는 게 꿈틀거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저 역시 그런 부분이 있을 거다. 저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아마 어느 분야에 있는 그 누구라도 그 정도의 생각은 있을 거다. 다만 욕망과 욕심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인내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특별시민’은 그것을 잘못 풀어낸 단적인 예를 드러낸 것 같다. 덕분에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큰 용기인지 느꼈다. 부족한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이 제가 나아지는 한 걸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진짜 고민이 많았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얻은 결론이 초심을 지켜야겠다는 거였다. 4개월 촬영 내내 ‘박경이 어떤 친구일까’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여유를 잃었다. 어렸을 때 연기할 땐 마냥 좋아서 저도 모르게 좋은 연기가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남의 시선, 남의 기준에 맞춰 연기를 하려고 했다. ‘완벽성’이라는 틀에 저를 가둔 거다. ‘특별시민’을 하면서 벽에 부딪히다 보니, 그걸 즐기고 있는 저를 찾았다. ‘이게 내 초심이었지’라며, ‘변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전히 나이에 생각이 깊은 배우다. 정치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 그릇이 못 된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제 주장이 강하지도 않다. 연기를 안 하면 안 했지, 정치는 못할 것 같다. 그릇이 크고 아이덴티티가 강한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연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기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다.

연기엔 언제나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본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은 일본에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그 꿈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현재 작품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싶다.

일본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아직 꾸준히 배우고 있다. 한자가 정말 어렵다. 어려운 대화는 안 되지만 여행 일본어 정도는 가능하다. 발음이 중요하다고 해서 많이 연습 중이다.

영화가 영화인만큼 무거운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끝으로 가벼운 질문을 하자면, 오랜 팬을 자처해온 서태지가 25주년 콘서트를 한다. 소감이 어떨까?
하하. 정말 감회가 새롭다. 우리 대장님은 제가 15살 때부터 좋아했던, 저의 연예인이다. 제가 24살이 되고 대장님이 25주년이 됐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좋은 곡들은 시간과 관계 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걸 느낀다. 좋은 작품도 그럴 것이란 생각도 든다. 좋은 앨범을 기다리고 있고, 공연 역시 꼭 표를 구해서 가보고 싶다.

 

사진=쇼박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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