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불한당’ 임시완 “칸 진출, 연기 초장에 운 다 쓰는 것 같아”
[Z인터뷰] ‘불한당’ 임시완 “칸 진출, 연기 초장에 운 다 쓰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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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반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줘 실제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 속엔 반듯함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현수’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더 많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 액션 드라마로,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임시완은 극 중 순수한 얼굴의 불한당 ‘현수’를 연기한다.

극 중 현수는 파격적인 인물이다. 현수는 영화 속에서 소화하는 다양한 옷에 맞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임시완 역시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부터 개인적인 기호에 관해 이야기할 때까지 새로운 눈빛을 보여줬다. ‘이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지만, 임시완의 현수는 그와 많이 닮았다.

최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현수’를 연기한 임시완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시완과 이야기한 ‘현수’, 그리고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작품을 작품으로써 못 보고 제가 연기하는 것만 봤어요. 저는 집에서 술 마시면서 꺼내볼 것 같은 영화고, 관객들에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해요. ‘불한당’이 가진 젊고 세련된 분위기, 만화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 처음으로 촬영한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 가게 됐다. 소감은
얼떨떨해요. 과연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임시완에게 어떤 미래를 제시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딱 17년 전에 영화 ‘박하사탕’으로 칸에 가셨던 설경구 선배님의 모습과 지금의 제 모습이 같은 것 같아요.

Q. 그런데 아직 일정 조율중이라고.
칸에 가고 싶어서 촬영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어요. 드라마 작업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므로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서요. 만약 칸에 가게 된다면 국내에서 체력 보충을 충분히 하고 설경구 선배님 뒤를 졸졸 따라다닐 거에요.

Q. 칸에서 먼저 인정받은 만큼 흥행을 기대하기도 하겠다.
영화 흥행은 소수의 사람이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결과물의 완성도와 타이밍, 홍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충족이 됐을 때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다만 ‘불한당’이 85개국에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죠.

Q. 그간 임시완의 이미지와는 다른 작품을 선택했는데, 걱정은 없었나.
걱정했다기보다 ‘내가 이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불한당’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어서 출연하고 싶었는데 ‘몇 년 뒤에 들어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들어왔으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선택했을 거예요.

Q. 임시완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 연기가 진짜로 보일까, 가짜 같을까’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보는 분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이냐, 아니냐’는 논외였던 것 같아요.

Q. 영화를 위해 몸을 만들기도 했는데.
몸 만드시는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몸 만들면서 뜻깊고 보람차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술자리도 못 하고, 매번 닭가슴살만 먹다 보니까 ‘불한당’ 촬영할 때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감독님께 “저 먹고 싶은 것 먹고, 연기 연구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Q. ‘현수’를 연기하기 위해 변성현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겠다.
감독님과는 초반에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현수와 감독님이 생각했던 현수 사이에 갭이 있어서 그걸 줄이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이제까지 출연했던 작품 중에 가장 감독님과 덜 소통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조금 특이하신 분이라 놀라기도 했고 불신도 있었는데,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난 뒤에는 즐기면서 촬영한 것 같아요.

Q. ‘현수’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현수는 그리 뚜렷한 목표가 있는 친구는 아니에요. 사회에서 소모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동력 때문에 움직이는 인물이더라고요. 현수의 원동력에 관해 계속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리고 현수의 감정이 단순하고 명쾌해서 감정을 숨기기보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감정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임시완 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임시완 존’이라는 말은 설경구 선배님께서 지어내신 거예요. 제가 쉬는 시간에 스태프, 동료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감정 연기를 해야 하는 신을 찍어야 하면 준비를 하기 위해 구석으로 가는데, 그 모습을 보신 설경구 선배님이 “저기 ‘임시완 존’이니까 가까이 가지 마”라고 하셔서 탄생하게 된 거예요. 후배를 위해 배려해주신 거죠. 선배님께 감사해요.

Q. 현수는 재호(설경구 분)에게도 감정을 쏟았어야 하는 인물이다. 현수의 재호를 향한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재호와 현수 사이에 끈끈한 의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수에게는 자신의 민낯까지 보여준 재호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언론시사회 당시에 재호와 현수의 관계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표현하셔서 많이 놀랐어요.

Q. 극 중 액션 신이 많았는데.
물리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촬영할 때 늘 ‘다치지 말자’라고 다짐했어요. 영화 ‘오빠 생각’ 찍을 때 손가락이 꺾여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상대 배우에게도,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에게도 피해를 주게 돼서 ‘다치지만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다행히 누구도 다치지 않고 마무리했어요. 감독님 배려 덕에 지치지 않고 잘 찍었던 것 같아요.

Q. '날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기면서 촬영한 것 같다.
촬영장에 가는 게 즐거웠어요. 쾌감을 느끼는 신들도 있었고요. 이전에는 어떤 신을 촬영한다고 하면 준비하고 어떻게 리액션 해야 할지 생각하고 촬영장에 갔을 텐데, 이번 작품 하면서는 현장에서 즐기는 법을 알게 됐어요. 

Q. '해품달'을 통해 처음 연기를 시작했고, 연기한 지 5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진출작을 필모그래피에 올린 배우가 됐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스스로 기가 막힌 행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제게 맞는 것인가 싶었고 초장에 운을 다 쓴 것은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역량에 비해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이런 상황에서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다녀 왔을 때 연기에 대한 감이 반으로 줄어들까봐 걱정돼요. 그러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곳에 가니까 입대를 통해 어떤 정서의 변화가 생길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요. 혼자 오랜 시간 숙제를 미뤄둔 것 같아서 이제라도 빨리 숙제를 하려고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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