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그거너사' 홍서영 “늘 예뻐야 하는 채유나, 감정 연기 힘들어”
[Z인터뷰] '그거너사' 홍서영 “늘 예뻐야 하는 채유나, 감정 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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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지난해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통해 주목받은 신인 배우가 있다. 여주인공 ‘시빌베인’으로 가수 김준수와 호흡을 맞춘 홍서영이다. 홍서영은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로, 첫 뮤지컬을 통해 가창력은 물론이고 실력까지 입증했다.

그런 홍서영이 차기작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아닌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는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를 통해 최고의 솔로 여가수였으나 성대결절로 힘든 시기를 보낸 뒤 비상을 꿈꾸는 ‘채유나’를 연기했다.

드라마 속에서 늘 차가운 인상과 도도한 말투를 보여주던 홍서영이다. 하지만 실제 홍서영은 채유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 홍서영이 연기한 ‘채유나’에게서 빛이 났다.

지난 10일 홍서영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제니스뉴스를 만났다.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칭찬을 듣자 “오늘은 일기를 써야겠다”라고 말하며 연신 밝은 기운을 내뿜던 홍서영과의 기분 좋은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와 화면 안에서 하는 연기는 아주 달랐어요. 무대는 크고, 한 공간에 배우와 관객이 같이 있는 데다가 서로 에너지를 공유해야 하는데 드라마는 좀 더 사실적이고 세밀한 느낌이더라고요. 조심스럽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와 화면 안에서 해야 할 것이 달라 더욱 그랬을 것 같다.
맞아요. 무대는 어느 정도의 약속만 있으면 크게 벗어나도 상관이 없는데, 화면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만약에 물을 마시고 이 물을 어딘가에 두면, 그 행동을 다른 앵글에서도 똑같이 해야 했어요. 그리고 무대에서는 상대 배우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드라마에서는 같은 연기를 일정하게 해야 상대 배우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Q.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회사에서 “오디션을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물어보셨어요. 처음엔 뮤지컬 오디션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 오디션이어서 겁을 먹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무섭더라도 모든 것이 경험이니까 오디션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드라마 연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아. 한 번 도전해보자”라고 제안해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오디션을 보게 됐죠.

Q. 오디션을 보기 전에 ‘홍유나’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유나는 누구보다 솔직한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최대한 꾸미지 않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화면 속에서 거짓말을 하면 시청자께서 바로 알아차려요. 그래서 유나로서 울고 싶을 때, 화내고 싶을 때만 화를 냈어요. 

Q.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친구들이 대사를 보고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 감정으로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줬어요. 실제로 그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하기도 했고요.

특히 채유나의 말투를 만들 때 주변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친하게 지내는 동네 친구가 채유나의 말투와 비슷하거든요. 그 친구가 늘 이야기할 때 제스쳐를 많이 하면서 말을 하는데, 아마 드라마를 보고 ‘나를 참고했구나’ 생각했을 거예요.

Q. 채유나가 감정 소모가 많은 인물이라, 감정 표현을 예쁘게 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
극 중에서 매우 예쁘게 비춰지는 역할이다 보니까 울 때도, 화를 낼 때도 예쁜 모습을 유지해야 했어요. 그런데 솔직한 감정을 담아 연기하려니까 못난 얼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때는 이런 구도를 피해야 하는구나’, ‘카메라에 잡혔을 때 의도와 다르게 나올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표정 짓는 것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고 모니터도 계속하면서 감을 알아갔던 것 같아요.

Q. 드라마가 처음이라 현장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감독님과 이정진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이정진 선배님은 붙는 신이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구도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고 배우가 가져야 할 마인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시면서 응원해주셨죠. 거기다가 제가 많이 부족했을 텐데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감독님께서는 맞춤형 교육을 해주셨어요. 제게 상황 설정을 해주시고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감독님 말에 깜빡 속아서 연기하곤 했어요.

Q. 극 중에서 가수로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 더 수월했을 것 같은데.
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재미있었어요. 드라마 시작할 때 유나로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캐릭터에 더 호감이 갔던 것 같아요. 한림예고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다가 뮤지컬로 전공을 바꾸고 진로를 결정한 건데, 가수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니 느낌이 새로웠어요. 무대에 서는 장면이 세 번 있었는데 굉장히 행복했어요.

Q.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OST인 ‘별 헤는 밤’도 불렀는데.
처음에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생각하고 노래가 잔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녹음하고 나서 주위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차 안에서 함께 들었는데 계속 주변 분들이 ‘이 노래 정말 좋은 것 같아. 계속 부르고 있어’라고 하셨어요. 저에겐 정말 소중한 노래에요.

Q.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실제로 이뤘는지?
제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아요. 뮤지컬 하면서 아쉬웠던 게 함께 연기하는 분들과 빨리 친해지지 못한 거였어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하면서 '내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동료들과 친해져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죠. 이번엔 촬영 현장이 훈훈해서 제 모습을 빨리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채유나를 연기하면서는 보시는 분들에게 제가 채유나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그런데 친구의 지인이 “채유나가 네 친구인 줄 몰랐다”면서, “유나 캐릭터가 정말 재수가 없는데 계속 보게 된다. 네 친구 성격이 원래 그럴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라고 생각했죠.

Q.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았겠다. 자신감도 붙었을 것이고, 자연히 다른 장르 드라마에 대한 욕심도 나지 않나.
극 중 유나에게 한 살 많은 오빠가 있는데, 연기하면서 현실 남매의 이야기가 담긴 시트콤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유나와는 다른 푼수 같은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아, 그렇다고 해서 유나 같은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뭐든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 

Q.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또 열심히 할 거예요.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다음 작품 빨리하고 싶고, 소처럼 일하고 싶어요. 

Q. 홍서영에게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어떤 의미일까.
뻔하지 않은 시기에 잘 만나서 저의 시간을 완벽하게 채워준 작품이었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웠어요. 처음엔 유나를 만나는 게 낯설기만 했는데 끝나니 놔주기가 싫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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