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최근 다양한 장르물이 사랑을 받으면서 사이코패스가 캐릭터가 악인으로 등장해 주인공과 대립하는 일이 많았다. 그 속에서 KBS2 ‘완벽한 아내’에 출연한 배우 조여정은 ‘이은희’를 통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완벽한 아내’가 대중에게 ‘줌마미코’(아줌마+미스터리+코미디) 드라마라고 소개되고 초반에 유쾌한 모습들이 펼쳐진 것도 조여정의 임팩트에 한몫했지만, 이은희의 초반 인물 설정도 이를 거들었다. 조여정은 외모부터 재력까지 완벽한 건물주 ‘이은희’를 연기했다.
본래 선한 인상의 조여정이다. 그가 무섭도록 친절한 ‘이은희’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무섭도록 친절한 건 어떤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완벽한 아내’가 시작되고, 이은희가 진짜 얼굴을 드러내면서 풀렸다.
최근 조여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를 만났다. 무섭도록 친절한 이은희는 온데간데 없었고 “고소영 언니에게 언니라고 부를 때, 상황마다 모두 다르게 불러야 해서 고민스러웠다”라고 털어놓는 조여정이 있었다. “‘베이비시터’ 속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불친절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던 조여정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완벽한 아내’에서 이은희를 연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가진 동글동글한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은희는 표면적으로는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 이은희가 누군가를 배신하면 더욱 새롭겠다고 생각했다.
Q. 무섭도록 친절한 이은희, 어떻게 만들었을까.
은희가 극 중에서 하는 행동들이 모두 정상 범주 속의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연기를 하는 저는 이은희를 이해해야 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야, 이게 맞아’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연기하기 위해 은희의 편을 들었고, 그래서 죄의식이 없는 상태로 연기하려 애썼다.
이은희는 집착이 심한데, 저에게는 늘 이은희의 집착이 숙제였다. 뭔가에 집착해 본 적이 없어서 감독님, 작가님께 도움을 받았다. 집착과 관련한 경험담도 많이 들었지만, 이은희의 집착과는 달랐던 것 같다.
Q. 지난해 출연한 KBS2 ‘베이비시터’ 속 천은주와 비슷하지 않나.
‘베이비시터’ 속 천은주는 아픈 사람도, 가해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천은주는 사건의 피해자다. 그런데 천은주 연기를 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천은주 연기를 하지 않고 ‘완벽한 아내’의 이은희를 연기했다면 시청자들이 많이 의아해하셨을 거다. ‘베이비시터’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Q. 천은주와 이은희를 비롯해 대중 앞에서 불친절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다. 이미지가 각인될까 걱정하진 않는지.
매번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관객과 시청자를 설득시키려고 한다. 불친절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모두 조금씩은 달랐다.

Q. 뭔가에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라 이은희에게 더욱 연민이 들었을 거 같다.
이은희는 자신의 편이 없을수록 씩씩한 척을 한다. 촬영하면서 서럽다는 생각도 했고, 이은희가 참 불쌍한 인물이라고 느껴졌다. 이은희에 감정 이입하고는 속으로 여러 번 ‘내 편이 없네’라고 했었다.
Q. 극 중에서 정나미(임세미 분)를 살해했다. 정나미가 이은희가 좋아하던 구정희(윤상현 분)의 불륜녀라서 그랬던 걸까.
처음에는 정나미를 죽이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었다. 질투에 못 이겨서 정나미에 폭력을 가했던 건데 뜻하지 않게 정나미가 죽은 거다. 그래서 이은희가 정나미의 죽음에 대해 추궁을 당했을 때 더욱 차분해졌고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며 잡아뗐다. 이은희는 정나미의 죽음에 놀라긴 하지만 구정희가 자신을 떠날까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Q. 이은희는 구정희의 어떤 면이 좋았을까?
두 사람은 대학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구정희가 이은희에게 일방적으로 잘해준 건데 이은희는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해서 구정희의 호의를 확대해석했다. 이은희의 마음속이 구정희로 가득 찬 거다.
Q.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은희가 개과천선했을 법한데,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저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이은희가 치유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희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걸 다 했고, 여기서 은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그만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완벽한 아내’는 심재복(고소영 분)의 성장기다. 이은희를 연기했던 저도 심재복의 성장기가 중요했다.

Q. 구정희의 아내인 심재복과 연기할 일이 많았다. 10년 만에 복귀한 고소영과는 어땠는지.
고소영 언니와 연기할 때 정말 편안했다. 생활연기라는 말이 딱 맞다. 언니께서 “씩씩한 캐릭터는 처음 해봐”라고 하시기에 “여자들이 좋아할 캐릭터인 것 같아요. 잘 어울리세요”라고 했었다.
Q. 조여정이 느끼기에 심재복은 어떤 사람이었나.
심재복은 정말 엄마였다. 은희는 결혼도 안 해봤고 사회성도, 현실성도 떨어지는데 심재복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이은희를 구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심재복이 이은희에게 모성애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정말 따뜻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Q. 또 한 번 호평을 받았기에 다음 작품이 더욱 기다려진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다. 작품이 오길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드라마,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이 어떤 캐릭터를 보고 저를 떠올리실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되도록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고 싶다. 진짜 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Q. 도전 이야기를 하니 KBS2 ‘해운대 연인들’ 당시 구사한 부산 사투리가 생각난다.
사투리도 저에게는 시도였는데, 그땐 실패했던 것 같다.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는 안 하는 거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주눅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그래도 이번엔 새로운 시도에 성공했다. 그래서 연말 연기대상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법한데.
앞날까지 내다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중요한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 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Q. 오랜 시간 연기 생활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 같다.
최대한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연기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기본적인 게 정말 어려운데, 진심을 담아 연기하자는 생각을 한다. 캐릭터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완벽한 아내’ 촬영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20대 배우들보다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졌고 제가 설 무대도 좁아지는데, ‘완벽한 아내’를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움츠러들지 않고 연기해서 행복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잘 쉬고 싶다. 다음 작품에서 조금 나아진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여행도 다녀오고,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한 뒤에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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