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고아성이다. 한동안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고아성이 '자체발광 오피스'를 통해 관객이 아닌 시청자들과 만났다.
고아성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계약직 사원 '은호원'을 맡았다. 그는 은호원을 통해 취업 준비생부터 시작해 비정규직의 마음, 직장인들의 고충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 1997년 CF 아역 모델로 데뷔한 고아성은 2006년 영화 '괴물'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로도 고아성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동을 펼쳤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작품 속 여러 캐릭터를 만나 연기했으며, 이번 '자체발광 오피스'로는 첫 단독 주연을 맡으며 또 한 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됐다.
고아성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나, '자체발광 오피스'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을 제가 객관적으로 보긴 힘들긴 한데요. 지금 시점에서는 만족스러워요. 연기를 오래했지만, 한 작품에서 제가 가진 끼를 다 펼칠 수 있었던 작품이 없었어요. 이런 기회가 드물다는 것을 알아서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고아성이 가진 끼를 다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일 터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고아성이 맡은 '은호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물론 이로 인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았다.
"부담감은 있었어요. 평소에 제가 밝은 사람이 아니예요. 그래도 은호원으로 살면서는 제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쾌활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3개월 가득 은호원의 대사 덕분에 밝은 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이 작품도 시작하기 직전에 어떻게 캐릭터 연구를 새롭게 할까 고민했어요. 근데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어떤 연기를 하던 내가 아닐 수는 없다'고,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요. 최대한 제 안에서 밝은 모습을 꺼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아성의 성격은 은호원처럼 큰 소리를 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스타일이 아니란다. 하지만 최대한 은호원의 마음에 이입해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직장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배우로서 겪었던 비참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평소에 목소리를 작게 내는 편이에요. 누구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은호원의 상황들이 어색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은호원의 문제 해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은호원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개연성을 만들어서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했어요"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상사에게 혼났을 때, 서러운 감정이 폭발해서, 자신이 시한부라는 착각에 좌절했을 때 등. 은호원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함께 공감했다. 신이 끝나고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고아성이 가장 몰입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사내 메일을 전체로 보내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하고, 회사를 나가게 됐던 장면이 있어요. 엘리베이터에 있는데 다른 직원분들이 '계약직이 완전 사고 쳤대'라고 말하고, 그걸 제가 듣고 있었죠. 그러던 상황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거리면서 멈췄었어요. 그때 같이 타고 있던 직원이 '죽을 뻔 했네'라고 했는데, 당시에 은호원은 자신이 시한부인 줄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화를 내면서 '저는 진짜 죽거든요'라고 말하고, '저는 못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 거예요.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거예요'라고 소리쳤어요. 그 대사를 하고서 너무 서러웠어요. 그렇게 우는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엄청 울면서 찍었어요"
서우진 역을 맡은 하석진과의 러브라인도 관전 포인트로 작용했다. 비중이 많게 다뤄지진 않았으나,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극에 신선한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사이에서 은호원과 서우진의 사랑은 조금씩 커가고 있었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케미킹'으로 불리는 하석진과의 호흡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우선 러브라인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은근한 비중을 잘 조절해주신 것 같아요. 하석진 오빠와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게 시작했어요. 회사 스토리가 메인이라 정통 멜로는 아니었어요. 거기서 오빠가 멜로를 잘 꺼내준 것 같아요. 균형을 잘 잡아준 느낌이랄까요"

은호원을 필두로 장강호(이호원 분), 도기택(이동휘 분)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했다. 일명 '계약직 3인방 은장도'는 처절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서로를 위로하며 돈독해져갔다. 고아성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호원, 이동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예감이 좋았어요. 셋이 재밌는 조합이겠다 생각했죠. 촬영을 하면서 기대 이상이었어요. '은장도'의 관계가 너무 애잔했잖아요. 벼랑 끝에서 한강 다리에서 만나 서로 가장 밑바닥의 모습을 봤어요. 그리고 한 회사에서 만나 동료로 이어가는데, 그 상황을 연기하니 극에서 돈독했던 관계가 현실로도 이어지더라고요. 서로에게 힘이 많이 됐어요. 이런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어요. 계속 배우 활동을 하면서, 이 관계가 저를 든든하게 해줄 것 같아요"
배우들, 스태프들의 노력에 비해 시청률은 아쉽다. 이에 대해 고아성은 "아쉽지만 현실적인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했다"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아성은 '자체발광 오피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동안 진중하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작품에서 이렇게 까불었던 적이 처음이거든요. 연기를 오래했고, 많이 알려진 사람인데도 이런 직접적인 즐거움을 드린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저는 우선 즐거웠고, 제 마음이 전달됐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로 삶을 보내고 있다. 큰 공백 없기 연기를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고아성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고아성의 답변이 너무도 참신했다.
"음... 혁오? 요즘 혁오 노래에 빠져있거든요.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앨범에 상응하는 작품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자극이 됐어요. 저는 뮤지션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연기자는 감독님, 작가님이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도와주는 역할이 잖아요. 그런데 뮤지션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기 손으로 만드는거라 부러웠어요. 항상 저를 자극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책에서 자극을 받을 수도 있고요. 지금은 혁오인 것 같아요(웃음)"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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