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완벽한 아내’ 고소영 “남편과 싸움? 실제로도 유치해”
[Z인터뷰] ‘완벽한 아내’ 고소영 “남편과 싸움? 실제로도 유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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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KBS2 ‘완벽한 아내’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나 최근 늘어난 장르물 드라마들이 방송되던 월요일과 화요일 10시에 자리했다. 가족극을 주말이 아닌 평일 오후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색달랐지만, 배우 고소영의 10년 만의 복귀작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고소영은 영화 ‘언니가 간다’(2007) 이후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선택해 억척스러운 주부 ‘심재복’을 연기했다. 처음에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고소영과 억척스러움을 매치하는 데 쉽지 않았으나, 고소영이 그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도록 호연을 펼쳤다. 

고소영에게 ‘완벽한 아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작품이 거둔 성적은 아쉬웠지만,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작품의 성적은 그야말로 하늘에 맡기는 것이기에, 다음 작품은 고소영과 더욱 합이 잘 맞길 바랐다.

고소영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만났다. 멋진 아줌마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고소영의 그동안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마지막 작품이 ‘언니가 간다’(2007)였다. 10년 만에 대중 앞에 섰는데.
연기를 아예 안 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오래 공백이 생길 줄 몰랐다. 워낙 늦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게 우선이었고, 모유 수유하고 다른 가족들이 하는 것을 다 해보느라 바빴다. 남편과 제가 연예인이라고 해서 아이와 놀이동산도 못 가면서 살고 싶진 않아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지냈다.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성숙해졌다.

Q. ‘완벽한 아내’ 현장에서 10년 전과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첫 테스트 촬영 당시에 저만 의상 준비를 안 해왔고 다들 캐릭터에 맞는 헤어와 의상을 준비해서 온 것을 봤다. 저는 헤어와 메이크업만 된 상태였고, 심재복의 옷을 입지는 않았다. 그걸 보고 ‘아 우리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 싶었다. 그래서 바로 심재복의 옷으로 갈아입고 테스트 촬영에 임했다.

Q. ‘완벽한 아내’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최근에 걸크러쉬에 빠졌다. 시원시원하고 멋진 게 좋았다. 요즘엔 "예쁘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을 듣는 게 좋은데 심재복이 참 멋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몰입도도 남달랐고, 심재복에 대한 애정도 많았다.

또 ‘완벽한 아내’가 미니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깬 것 같았다. 가족극은 늘 주말에 방송됐는데, ‘완벽한 아내’는 그 주말 시간대를 피해 월요일과 화요일에 시청자를 만났다.

Q. 그런데 심재복의 캐릭터가 후반부에 변화했다. 
보통 드라마는 초반부에서 캐릭터를 잡으면 그 캐릭터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심재복은 감정 변화가 많았고, 이걸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생각했던 심재복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캐릭터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육아하기 참 힘든 환경이다. 도와주는 분이 있어도 힘든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심재복이 더욱 씩씩하고 독립적인 여성이길 바랐다. 심재복을 통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또 초반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유지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Q. 반대로 심재복 연기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심재복이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 고소영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남편과 저 모두 까다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털털하게 지내는데, 심재복을 통해 저의 털털함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렸던 것 같다. 심재복 덕에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Q. 두 아이의 엄마이니만큼, 실제 경험을 심재복 연기에 녹였을 것 같은데.
사실 감정신이 너무 많아서 걱정했다. 그런데 큐 사인이 나자마자 눈물이 났다. 재복이도, 저도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재복이 감정에 더욱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 만약 아이들이 없었다면 가짜 상황을 만들어서 연기해야 했을 거다. 또 심재복이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와 유치하게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저도 실제로 남편과 유치하게 싸운다.

Q. 후배 배우 성준과의 호흡은 어땠나. 두 사람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성준 씨가 배려심도 있고 의젓하다. TV로 볼 때와 현장에서 볼 때 아주 달랐다. 현장에서의 에너지가 방송을 통해 더욱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울린다고 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사실 봉구와 재복의 관계도 예쁘게 그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Q. 남편 구정희를 좋아하던 이은희(조여정 분)를 보면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은희의 행동에는 명분이 있었다. 가는 길도 정확하고 목적도 있어서 완성된 캐릭터가 있어서 부러웠다. 심재복도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를 끝까지 가지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 포커스가 심재복에서 사건으로 옮겨가면서 심재복이 가진 개연성이나 주체성이 사라진 것 같다. 

Q.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촉박했지만 공들여 연기하고 찍은 느낌이 났다.
촬영할 때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배우들과 친하게 지냈고, 스태프들과도 돈독해서 그런지 드라마 끝나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보던 남편도 “빨리 한 작품 더 해”라고 할 정도였다. 좋았던 분위기가 시청자에게도 잘 전해진 것 같다.

Q. 오랜만에 작품을 해서 스태프들이 더 많은 배려를 해줬을 것 같은데.
‘완벽한 아내’ 촬영하면서 10년 전에 작품을 함께 했던 조명팀을 만났다. 서로 “변한 게 없다”라며 농담하고 촬영했는데,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감사했다. 또 촬영 감독님께서도 저와 눈을 맞추시면서 호흡을 맞췄는데 팬심으로 촬영하고 계신다는 게 느껴졌다. 중요한 신 촬영할 때 배려도 많이 해주셨고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연기할 수 있도록 계속 신경 써주셨다.

Q. 아쉽게 작품을 마무리한 만큼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차기작은 성숙한 멜로를 하고 싶다. 유쾌함과 희로애락이 공존하면 좋겠다. 카리스마 있는 여성을 연기할 수 있어도 좋겠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내용과 구성이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났으면 좋겠다.

Q. 우먼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고소영을 기대한다.
요즘은 100세 시대다. 그런데 결혼한 여배우들은 갈 곳이 없다. 로맨스는 어느 연령대에나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게 아쉽다. 한국 드라마도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을 보고 기혼 여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연나경 기자
연나경 기자

adore@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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