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드라마 ‘또 오해영’, 그리고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서 보던 김지석과는 달랐다. ‘역적’ 속 김지석은 격한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폭군 연산 그 자체였다. 캐릭터 변신에 성공하며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김지석이 MBC 드라마 ‘역적’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조선의 10대왕, 희대의 폭군 연산이다. 김지석은 연산을 통해 섬뜩하고 광기 어린 모습부터 믿는 이들에게 배신당하는 처연함, 귀를 물어뜯기는 굴욕적인 모습 등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제니스뉴스와 김지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MBC ‘역적’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김지석은 작품을 마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분들께 너무 고마워요. 최고의 디렉션을 해주시는 감독님을 만났어요. 디렉팅에 따라 배우들의 연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 역시 제 안에 있는 몰랐던 것들을 꺼낼 수 있었고요. 이외에도 조명팀, 편집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작가님은 캐릭터 하나, 하나가 화제가 될 수 있도록 해줬어요. 처음엔 상중 선배님과 어린 길동이를, 그리고 길동이, 녹수, 가령이, 연산까지 한 명도 놓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게 해줬어요. 작가님의 대본도 늦은 적이 없어요. 쪽대본이 아니라서 감사했어요. 그런 요인들로 ‘역적’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진만 PD가 그리고자 했던 연산은 기존의 작품들이 보여줬던 연산과는 달랐다. 물론 폭군 연산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연산이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그려갔다. 이는 김지석이 ‘역적’을 선택한 이유였고, 차별화된 역산을 표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역사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라 방향을 잡은 것이, 연산을 연기하는 것보다는 연산을 저에게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왜 그렇게 됐을까’에 대한 이유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촬영 전에 막연하게 연산의 묘에도 가봤어요. 공기를 느껴보고 싶었거든요(웃음). 책도 많이 읽었어요. 연산에 대한 좋은 책들이 많았어요. 특히 연산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있었거든요. 어머니를 잃은 연산은 왜 패주가 됐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더라고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김진만 PD가 김지석을 연산 롤로 택한 이유도 이러한 캐릭터 설정에 있었다. ‘추노’ 속 김지석을 보고, ‘또 오해영’ 속 김지석을 보면서 명랑하고 쾌활한 캐릭터에 웃고 있는데 웃지 않는 얼굴을 보고 연산과 어울릴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웃음을 비틀어 광기로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에게 한방을 날릴 수 있을 것이란 감독의 확신이 있었다.
“평소 연기할 때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긴 해요. 특히나 감독님이 그걸 잘 이끌어주셨죠. 디렉션이 정말 무서울 정도예요. 그냥 툭 건들이고 가시는데 와닿더라고요. 제가 제 역랑만큼 도달하지 못했을 때, 감독님이 ‘지석아 그런데 얜 이러지 않았을까?’라고 그냥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러고 한 번 더 하게 되면, 바로 하게 되더라고요. 감정신이 정말 많았어요. 감정이 치닫게 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멋대로 하는 캐릭터가 연산이 처음이었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인 캐릭터였죠”
좋은 현장 분위기도 드라마 인기의 비결이 됐다. 감독의 지시로 모든 스태프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단다. 단순히 조명팀, 매니저로 호명하는 것이 아닌 ‘~씨’라고 이름을 부름으로써, 현장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었다.
김지석은 각 배우들간의 호흡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이하늬, 윤균상, 채수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녹수(이하늬 분)는 연산을 유일하게 보듬어준 인물이에요. 실제로도 가장 의지를 많이 했었어요. 서로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이하늬 배우는 현장을 아우르는 걸크러쉬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받기도 했죠. 길동(윤균상 분)은 제가 가지지 못한 형제, 친구, 부모님의 사랑을 다 가진 인물이었어요. 저는 아버지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어머니는 죽고, 주위에 믿을 사람이 없었죠. 그런 설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입이 되고 화가 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길동이가 미워졌어요. 실제로 균상이는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큰,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친구예요. 수빈이는 ‘발칙하게 고고’를 같이 했었거든요. 그때 저는 선생님이었고 수빈이는 학생이었어요. 그때보다 너무 성장해서 뿌듯했어요. 하늬랑 제가 균상이나 수빈이를 보면서 자극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수빈이가 정말 강단이 있더라고요. 자기가 만족이 되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한테 화도 내고 그러더라고요. 귀엽게 생긴 동생이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게 대단했어요”

‘역적’이 끝나고, KBS2에서 선보이는 ‘7일의 왕비’에도 연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7일의 왕비’에서 그려지는 연산은 만인지상 일국의 군주로 태어나 모든 걸 자신의 발밑에 두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만큼은 가질 수 없었던 슬픈 왕이다. 이를 연기하게 될 이동건과 김지석은 실제로 막역한 사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저보다 동건이 형이 훨씬 잘 어울려요. 형이 연산을 맡게 됐다고 했을 때, 제 일처럼 신났어요. 형에게 응원도 했고 팁도 줬어요. 화장실을 쓰는 방법을 알려줬거든요(웃음). 용포 입고 화장실을 가기가 정말 힘들어요. 최단 시간에 볼일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형이 어떻게 할지 너무 기대돼요. 잘될 것 같아요”
김지석과 연기 외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그에게 종종 던져지는 결혼에 관한 물음, 이에 대해 김지석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결혼을 숫자로 생각했어요. 묻는 사람이 있으면 ‘2년 안에 해야죠’, ‘3년 안에는요’ 등으로 답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이 희박해지는 것과 조심스러워 진다는 것을 느껴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하잖아요. 어렸을 때는 그냥 별을 따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직 상대방이 저의 진가를 다 알아보지 못한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에요. 주는 사랑을 좋아하고요”
‘또 오해영’에 이어 ‘역적’까지 출연한 작품이 연달아 인기를 모았다. 김지석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다양하다. 설렘을 줄 수 있는 로맨스코미디 혹은 반전을 줄 수 있는 더 광기어린 역할 등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다. 물론 다음 작품을 고르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해긴 했을 터다. 김지석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차기작을 고르게 될까.
“다음 작품이 중요해요. 그런데 저는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굉장히 심플해요. 첫째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전달하려는 화두가 무엇이냐는 것이에요. 둘째는 그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고요. 셋째는 그 캐릭터를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느냐, 역량이 되느냐예요. 딱 세 가지예요. 방향은 360도로 열려 있어요. 3개에 부합되는 것이 온다면 주연, 조연, 영화, 드라마 상관없어요”
사진=제이스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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