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귓속말’ 권율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할 시기죠”
[Z인터뷰] ‘귓속말’ 권율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할 시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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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권율이 완벽한 악인으로 변신했다. 그간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순정남’, ‘밀크남’의 이미지를 선보였던 권율의 반전이었다.

SBS 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권율은 법률회사 태백의 선임 변호사, 악인 강정일을 연기했다. 물론 권율이 맡은 강정일은 흔한 사이코패스라던가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은 아니었다. 선과 악을 오가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이유 있는 악역을 연기했다.

권율이 가진 이미지와 어울리게 반듯한 외모에 선한 인상을 겉으로 보여주면서, 속에는 악으로 가득 차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인물을 표현했다. 권율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고, 악인이었지만 강정일 캐릭터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제니스뉴스와 권율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귓속말’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이날 권율은 ‘귓속말’이 다른 주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Q. 작품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시원한 느낌이 제일 커요. 연기하는 것도, 대본을 외우는 것도, 잠을 많이 못자는 것도 힘들었는데 일단은 생각 없어져서 좋아요. 다음 주엔 시원함에서 섭섭함이 몰려오지 않을까 싶어요.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귓속말’이 많은 분들에게 회자가 됐으면 해요.

Q. ‘귓속말’ 촬영 전에 목표했던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 목표한 것을 이뤘다고 생각하나.
딱히 목표를 세우진 않았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절실하게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목표를 세운다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연기인 거 같아요.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강정일이란 역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였어요. 노력했던 것에 대해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연기적인 부분에선 늘 아쉬움이 남아요.

Q.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감정의 증폭이 워낙 컸어요. 감정을 누르기도 하고 표출하기도 했죠.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다음 계획을 도모하기도 해야 했고요. 극한 감정을 많이 치다 보니, 그 점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모습들을 예쁘게 봐주셔서,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다행히 욕은 먹지 않았구나’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특별히 강정일 캐릭터를 이렇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분노에 폭을 표현하면서도 이성적이고 누르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동물적인 감정으로 막 가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누르고, 도모하다가 터져 나오고, 다시 추스르면서 또 다른 방법을 찾는 인물이었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로만 달려가려고 하는 것에 중점을 둔거 같아요. 큰 사건에 휘말려도 강정일은 자신이 목표한 것에 수단과 방법을 달리지 않고 거침없이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어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Q. 캐릭터에 많이 몰입해서 감정 소모가 심했겠다. 이게 현실에서도 이어졌을 것 같은데.
원래는 구분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박하고 버거운 캐릭터였어요. 계속 예민해지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주위에서 조심해주고 예민한 것에 대해 이해해줬어요.

Q. 시청률이 잘나왔다. 흥행작을 남기는 게 배우에겐 남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
시청률이 20%를 넘겼어요. 가장 잘 된 작품이에요. 흥행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분들이 수치적으로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이에요. 고생에 대한 수치를 받아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대사를 잘 살렸다는 평이 많았다. 특별히 대본을 많이 연구했나.
늘 공부하는 마음이에요. ‘대본을 외운다’라는 느낌보다는, 이 장면에서 작가님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접근했어요. 앞뒤 상황을 유추해가면서 신의 정서를 보면서 찾아가고자 했어요. 감독님과 연구도 하면서 접근했어요. 어렸을 때 연극하던 마음으로 했거든요. 당시에 연극 대본을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 봤던 것처럼 했어요.

Q. 권율은 강정일을 악인이라 보나,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보나.
드라마 구조에선 악인이에요. 제가 연기함에 있어선 악인이라고만 보지는 않았어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제가 악으로 규정하고 연기를 했다면 여러 감정을 표현하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한 아버지의 아들로서, 헤어진 연인으로서, 프로패셔널한 변호사로 여러 상황에서 연기했어요. 그저 자신의 것을 계속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면 안 되고, 벌어진다면 악인임이 틀림없어요. 다만 악인이라 규정하고 연기하면 표현할 때도 한정적일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요.

Q. 악역을 연달아 했다. 악역을 하는 이유, 악역의 매력이 있을까.
처음엔 악역이 재밌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어요. 제 안에 있는 악한 본성을 막 꺼내서 힘부로 써도 됐어요. 이제 지금은 저도 감정적으로 힘든 느낌이 있긴 해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예민하게 바라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꼈어요. 미움을 받는 것보다 누구를 미워하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다시 선한 역을 하고 싶어요(웃음).

Q. 그럼 다음 작품에선 반대의 캐릭터를 보게 될까.
작품이 좋다면 악역, 선한 역할이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지금 약간은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만약에 다른 느낌의 악역이라면, 그것도 좋은 작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바꾸고 ‘이번엔 안 해’라고 하지 않아요. 이 반찬을 맛있게 먹어 봤으니 다른 음식도 먹고 하는 거죠.

Q. 본인 필모그래피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딱히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거나 하진 않아요. 그때 그때 저에게 필요하고,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해요. 좋은 대본, 좋은 제작진이라면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작품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한다면 좋은 필모로 남을 거예요. 헛으로 한다면 그게 부끄러운 필모가 되겠죠. 매번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Q.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데.
로맨틱 코미디도 좋아하죠. ‘어바웃타임’, ‘이프온리’ 같은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말랑말랑한 이야기도 오랜만에 하고 싶어요. 극한 상황에서의 액션도 하고 싶고요. 코미디도, 백수 한량 캐릭터도 하고 싶어요. 그동안 나사가 너무 쪼여 있었기 때문에, 나사가 빠진 인물도 생각했어요.

Q. 연기 외에 시간을 쓰는 게 있다면.
집 청소하고, 운동하고, 피부과를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가요. 뭐 잠시 친구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요. 막상 뭔가 많지가 않아요. 집에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요. TV는 스포츠를 많이 봐요. 농구 경기, 스포츠 경기를 많이 봐요. 저는 술은 잘 못 먹어요.

Q. 연애 소식은 들리지 않는데.
연애에 대한 마음은 딱히 지금은 없어요. 부모님도 그런 말을 하지 않으시고요. 자연적인 마음의 흐름은 막을 수 없겠지만, 지금 제가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영화 ‘명량’ 이후에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는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아직은 일에 더 목마른 느낌이에요. 그거면 충분해요.

Q. 지금은 권율에게 있어서 어떤 시기라 생각하나.
저라는 배우가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계속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5년을 주기로 잡는다면, 제 가능성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사랑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중들과 함께 기뻐하고 아파하는,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제 연기를 더 보고 싶고, 기대되고, 호감이 갔으면 좋겠고요. 지금 시기는 그런 신뢰를 쌓아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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