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배우 박은석이 드라마 '역적'을 막 끝낸 후였다. 거짓말처럼 미세먼지 없이 쾌청하던 어느 날 제니스글로벌 화보 촬영현장에서 박은석을 만났다.
"원래 애늙은이처럼 인생 얘길 많이 한다. 헛소리 대마왕이다"라던 박은석과의 인터뷰는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직접 만난 박은석에게선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의미의 고집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내뱉은 말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나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은석은 묵묵히, 그의 말을 빌리자면 꾸역꾸역 그걸 해내고 있었다. 바로 그게 박은석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이 아닐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의 말대로 이뤄져 갈지 궁금해진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배우 박은석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드라마와 연극 ‘나쁜자석’ 공연이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나쁜자석’은 ‘월계수’ 끝날 때부터 계속 연습은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역적’이 들어온 거다.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역적’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래도 이게 또 안 되는 게 없다.
‘나쁜자석’은 4년 전에 작품을 처음 봤다. 그때 한번 보고 ‘저기 저 무대에서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란 생각만 가지고 살다가 콜이 와서 하겠다고 했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캐스팅, 조합 상관없이 그냥 제일 먼저 가서 계약한다. 먼저 가서 딱 정해놓는다(웃음). ‘나쁜자석’도 내가 제일 먼저 계약했다.
박은석의 프레이저는 어떤 사람인가.
프레이저는 잘 사는 집안에서 부모님의 기대치가 너무 큰데 아들이 거기 못 미치니까 거기서 오는 언어폭력, 학대, 무시 당하는 결핍이 큰 인물인 것 같다. 밖에서 애들이 보기엔 부모님도 둘 다 의사고, 잘 살고, 애도 멀쩡하고 생기고… 프레이저는 집에서 못 푸는 자기의 한을 밖에 나와서 대접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실은 겁이 많다. 그걸 숨기려고 어렸을 때부터 갑옷을 두껍게 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갑옷이 두꺼워도 고든이란 인물은 갑옷이 없는 나약한 그대로 표현이 되니까 자기 모습이 투영되는 거다. 거기서 동질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 모습이 보여서 끌리면서도 나의 나약한 모습이 얘는 보이니까 미운 거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밀어낸다. 이게 자석이라는 얘기 같다. 고든을 밀어낸 죄책감 때문에 한참을 폐인으로 살았다.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랑이 많은데 표현을 못한다. 그런 면은 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여린 사람들이 오히려 갑옷이 제일 두껍다. 말 막 하고 세게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되게 여린 사람들이다. 난 안다. 누군가 나한테 막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안타깝다. 그래서 거기서 커넥션을 느끼고 싶다. 정말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 그 원천이 어딘지 알 것 같다. 프레이저는 좀 그런 캐릭터다.

'나쁜자석'도 그렇지만 연극 ‘프라이드’ 또한 마니아 극이다. 그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의 매력이 뭘까.
‘프라이드’는 굉장한 위로를 해주는 작품이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긴데 그걸 떠나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라면 어느 부분에 있어선 모두 소수자다. 모든 사람들이 그 상처는 가지고 있다. 아니면 인간이 아니지. 근데 ‘프라이드’는 성적 소수자라는 서브젝트를 가지고 공연을 하지만 모든 소수자들에 대해 위로를 해주는 작품이다.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위로를 해준다. 어제도 잠깐 연습을 했는데 위로해주는 대사들을 내가 내뱉고 있으면서도 내가 위로를 받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 지금’ 하하. 어떻게 내 말로 내가 위로를 받고 있지? 근데 그만큼 대본이 좋고 짜임새도 좋다. 그래서 하는 거다.
‘프라이드’에서 공감가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올리버가 델포이 그리스 신전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가 굉장히 소름 돋는다. 그리고 올리버니까 그런 얘길 할 수 있는 거다. 필립이니까 그 얘길 경청할 수 있는 거다. 실비아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걸 필립이 듣길 바라는 거다. 그런 관계가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이런 장면을 만들지, 작가가.
쉼없이 달려왔는데 재충전 시간이 주어진다면.
6월 초에 프라이드 7회 정도 하고 중순에 부모님 모시고 이태리 여행 간다. 그래서 그 시간을 뺏다. 호텔이나 투어나 다 예약해놨다. 비행기랑 다. 몸만 가면 된다. 그리고 갔다 와서 프라이드 5회 차 정도 마무리하고 7월엔 좀 쉬면서 자전거 타고 부산 가고 그럴 예정이다.
자전거가 도움이 많이 된다. 항상 뭔가 입력하고, 외우고, 캐릭터를 씌우고, 다가가려고 하고, 그 감정들을 막 묘사하고... 이러다 보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타면 비워지는 시간이 된다. 그냥 오로지 A to B, 100키로, 130키로 그냥 가는 거다. 정화시키는 거다. 리프레시, 좋은 거 같다.

패션 전공자다. 평소에도 옷에 관심이 많나.
많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오늘도 그렇고 옷을 입혀주고 헤어 메이크업 다 해주고 하니까. 이제는 일 안 할 때는 정말 동네 거지처럼 하고 다닌다. 밖에서 보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그냥 슬리퍼에 트레이닝 복에 모자 눌러쓰고. 거지처럼.
그래도 화보인터뷰여서 옷 입을 때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하하하. 나는 항상 모자를 좋아한다. 거의 365일 항상 모자 쓰고 다닌다. 그리고 신발에 포인트 주는걸 좋아한다. 요즘에는 점프슈트다. 위아래 붙어 있는 거. 트레이닝 복도 위아래 색깔 맞춰서 입고, 슈트도 투톤보다는 원톤으로 하고 신발 혹은 모자에 포인트 하나 딱 주면 제일 좋은 것 같다.
너무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분들이 있는데 복잡할 필요 없다. 심플한 게 좋은 거다. 진짜 멋은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옷을 잘 찾아서 입는 거다. 과감한 시도를 해도 좋다. 어울리면 됐다. 근데 안 어울리는데 꾸역꾸역 입는 건 별로다. 개성이 있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좋다.

올해도 벌써 상반기가 지났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올해는 기회가 되면 정말 영화 한 편 해보고 싶다. 아니면 쉬는 기간을 길게 잡아서 여행이라도 좀 더 하고 싶다.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 일단 제일 가보고 싶었던 이태리를 가니까. 그리스, 스페인, 호주, 런던, 파리, 아프리카 다 가보고 싶다.
역할은 아예 정점을 찍어서 소름 끼치는 싸이코패스 역할 해보고 싶다. 아니면 로코도 괜찮고. 액션 좀 들어간 스릴러도 좋겠다.
박은석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지금까진 ‘호기심이 가는 배우’라고 대답했었다. 박은석이 이 캐릭터를 맡으면 어떻게 할까? 뭐가 또 탄생할까? 이런 거. 근데 지금은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그냥 기억만 해줘도 감사할 것 같다(웃음). 연기가 좋아서 한국 와서 우여곡절 끝에 연기를 하겠다고 꾸역꾸역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고, 정말 그 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연기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딱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가족들과 화기애애하게 잘 보내고. 거기에만 집중하기에도 너무 인생이 빠듯하고 바쁘기 때문에 그 외의 것까지 다 신경 쓰면 결국에는 길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욕심 안 내더라도 그 모든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음 좋겠다. 그랬다면 연극은 애초부터 안 했을 거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다.
총괄 기획: 임유리 im@
기획 진행: 경지유 juju@
포토: 김다운(스튜디오 다운)
영상촬영: 신승준 ssj21000@
영상편집: 박수진 parksj@
장소: 티마하우스
의상 : BOB, 리바이스, 해지스, 아메리칸 이글, SIEG, 유니클로
슈즈 : 탐스, 팀버랜드, 스케쳐스, 스코노
액세서리 : LIE 아이웨어, MLB
헤어: 졸리(에스휴)
메이크업: 윤설희(에스휴)
스타일링: 오지은 oj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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