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우리 나이 36살의 남자 배우에게 ‘방실방실’이란 의태어가 어울리다니, 그것이 배우 김무열의 매력이겠다. 배우자이자 배우 윤승아와 보여주는 알콩달콩 사랑꾼 이미지까지 얹었다. 거기에 연예계의 성인이라는 션과 닮은 외모와 목소리 톤까지 더하면, 주변이 밝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다르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까지, 자신의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관객과 마주한다. 그 열정 만큼이나 그의 연기는 뜨겁고 의지 또한 강렬하다. 영화 ‘대립군’에서 연기한 ‘곡수’도 그랬다. 대의도 알고, 정의도 있다. 그러나 동료와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왕세자의 목에 칼을 겨눌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김무열의 이성은 더욱 강렬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넘어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엔 거침이 없다. 정치색이 강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 나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움이 없다. 연기를 할 때 원론적인 고민을 한다는 김무열. 그 고민의 시작은 현실 세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기에 그의 말과 생각들은 단단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 단단함은 연기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니스뉴스와 배우 김무열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함께했던 시간, 가벼운 농담부터 무거웠던 시국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제가 출연한 작품들엔 항상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판단은 관객들이 하시는 거다. 칼질을 하시든, 꽃을 주시든 다 좋다. 이번 ‘대립군’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립군이라는 설정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용병이라는 게 당시에도 존재했다는 게 와 닿았다. 먹고 살려고 전쟁에 참여했던 밑바닥 인생이었다. 광해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에 곡수 캐릭터가 들어왔다.
곡수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인물이다.
그게 참 좋았다. 사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담아내고 있는 것은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곡수는 마음껏 표출하다 보니 참 시원했다. 제가 사실 저의 바른 이미지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옛날엔 그런 이미지가 좋았다. 사회 생활 할 때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연기를 하다 보니 버려야 하는 지점이었다.
예전 이미지는 확실히 버린 것 같다. 캐릭터의 분장이 강해서 ‘김무열이 어디있지?’하고 찾아볼 정도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 영화에 대해 제가 건 기대가 바로 그 지점이다. 전 항상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저를 못 알아봐주길 바란다. 작품 속 캐릭터대로만 봐주면 좋겠다. 분장의 덕도 많이 본 것 같다. 배우가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족스럽다.

영화에서 감정이 가장 극대화 되는 신이 가무신과 절벽신, 그리고 성벽전투신이다. 그 세 군데 모두 곡수가 활약한다. 배우로선 복 받은 일이다.
저도 울컥한 순간이 많았다. 특히 성벽 앞에서 소리 지를 땐 정말 진심이었다. 그 촬영 날이 4차 촛불집회 날이었다. 촬영이라 참여하지 못했지만 “나오라고!”라 외치는 곡수의 외침에 제 실제 마음을 담아 소리질렀다.
세월호 생각도 많이 났다. 세월호 당시 전 군대에서 9시 뉴스로 사실을 접했다. ‘난 군인인데 이곳이 아닌 저곳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을 했었다. 촛불집회에 세월호 유족들도 나와계셨다. 제 외침이 그분들에게 들리진 않겠지만, 언젠간 이 외침을 봐주실 거라 생각했다. 전 연기를 하지만 정말 나오라는 진심을 가지고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스스로도 연기를 하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
사실 전 원론적인 것에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대립군’을 하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있지만, 거기서 캐릭터가 느낄 감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배우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현장에 가면 또 다른 감정을 만난다. 그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원론적인 것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무기와 같다.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무기가 많아진다. 배우들이 말하는 스펙트럼이라는 지점이다.
곡수는 결국 사람을 살리고픈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성벽 앞에서 “나오라고!” 소리지를 때도 ‘어차피 왕세자인데 잡혀봐야 죽이겠냐?’라는 심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전투에 앞서 동료와 백성들을 살리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정윤철 감독은 ‘곡수’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줬는지?
노래를 잘 불러달라고 했다. 곡수는 사실 원작엔 없던 캐릭터라고 하셨다. 지난 해 제가 장진 감독님의 연극을 했다. 욕을 많이 하는 터프한 캐릭터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캐스팅하셨다고 했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김무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감독님과 의논을 하며 ‘곡수’를 만들어갔다. 대사할 때마다 욕을 하는 것은 제가 낸 아이디어다.
바른 이미지가 부담이라더니, 욕을 참 차지게 했다.
대한민국 남자 라면 누구나 욕을 활용해서 많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X발”이라며 말을 맺는 느낌이 입에 참 잘 붙었다. 하하.

산 촬영이 많았다. 고생이 많았을 현장이었다.
정말 제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작품들 중 힘든 정도로는 당당하게 1위다. 다이어트나 음식조절을 해야하는 캐릭터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특히 가마 촬영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영화에는 잘 안 보이는데, 길이 아닌 산으로 갔다. 정윤철 감독님이 비탈진 산을 올라가자고 했는데, 그때 배우들의 표정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감독님도 저희의 마음을 읽었는지 저희 근처에 오지 않고 모니터만 보셨다.
가마야 평지에서 들어도 무거웠겠다만, 산 촬영은 생리현상도 큰일이다.
맞다. 소변이야 어떻게든 해결하겠는데 큰일은 정말 큰일이었다. 하하. 남자인 저희들도 불편했는데, 여성들은 더욱 고생했다. 산에 올라가면 일부러 물도 거의 안마실 정도였다.
촬영이 힘드니 배우들끼리 똘똘 뭉쳤겠다. 일종의 전우애다.
촬영 초반엔 대립군과 광해의 분조 일행이 뭔가 섞이지 않았다. 분조 쪽은 모니터 뒤 배우 의자에 앉았고, 대립군들은 아무데나 걸터 앉아 휴식을 취했다. 신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뉜 느낌? 나중엔 스태프들도 대립군을 챙기지 않았다. 하하. 그러나 촬영이 진행되면서 모두가 친해졌다. 촬영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은 전우애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최종병기 활’이 활 액션의 진수를 보였던 작품인데, 그땐 활을 한 번도 못 쐈다. 그런데 이번엔 주 무기가 활이다.
맞다. 안 그래도 그 작품에서 활에 대한 갈망이 엄청 났는데, 이번에 그 목마름을 채웠다. 그때 눈 여겨 봤던부분들을 이번 액션에 응용해 봤다. 그런데 이번엔 정재 형의 쌍칼이 부러웠다. 실제로 보면 영화보다 더 멋지다. 정재 형이 정말 칼을 잘 쓰신다. 사실 쌍칼도 옛날부터 해보고 싶었다. 영화 ‘블레이드’의 웨슬리 스나입스의 액션이나,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 액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아마 실제로 해보면 힘들 거 같다.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두고 싶다.
끝으로 가벼운 질문을 하나 해보자. ‘프로듀스 101 시즌2’ 옹성우, 그리고 지누션의 션 씨와 닮은꼴로 부상하고 있다.
하하. 옹성우 씨와 션 씨, 행여 제 존재로 인해 두 분에게 피해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옹성우 씨의 성적에 나쁜 영향이 안 갔으면 좋겠다. 션 씨는 멀리서 뵌 적이 있다. 닮기는 닮은 것 같다. 다만 그 분의 인성을 닮고 싶은 바람이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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