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김수현이 어느덧 우리나이로 서른 살이 됐다. KBS2 ‘드림하이’의 음악 천재 고등학생으로 하이틴 드라마에 출연했던 김수현은 ‘리얼’로 액션 느와르를 연기한다. 또한 MBC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연우(한가인 분)의 손만 잡고 침수에 들던 임금이 이젠 ‘리얼’에서 최진리(설리)와 19금 베드신을 찍었다.

그렇기에 ‘리얼’은 김수현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여러 혹평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또한 성장통이다. 어쩌면 아홉수라고 해도 좋을 일이다. 누가 뭐래도 김수현은 ‘리얼’ 속에 20대에 공부했던 연기들을 담아냈고, 그걸로 30대를 열어가고 있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김수현의 연기력에 대한 물음표가 없다는 것이 그 방증일 터다.

배우 김수현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의 후기로 인해 다소 속상하기도 했을 상황. 그러나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 배우로서 홍보 인터뷰에 성실히 임했다. 마음 아픈 질문도 있었겠지만 그 또한 속으로 삼켜내고, 의연한 대답을 내놓았다. 누가 뭐래도 김수현은 한 영화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 낸, 훌륭한 주연 배우의 모습이었다.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기술시사 때 처음 봤다. 오디오나 CG가 없는 편집본이었다. 개인적인 소감으론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족도는 높다. “다시 ‘리얼’을 촬영하라”고 하면 지금보다 못할 자신만 있다.

연기적인 부분이라 말하는 건, 지금 혹평이 많기 때문일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꾸 정신이, 멘탈이 나간다. 솔직히 기사나 평을 보기가 힘든 심정이었다.

‘리얼’의 시나리오에 대해 ‘무서운 대본’이라 했다.
대본을 봤을 때 욕심 부렸던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든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본을 보고 나서 밤마다 잠자리에서 ‘장태영’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리얼’이 영화관에 걸려 있을 때 장태영이 내가 아닐 경우 서운할 것 같았다. 그러나 욕심이 나는 것과 동시에 너무 많은 숙제가 함께 있었다. 센 장면도 많았다.

맞다. 센 장면이 촬영 단계 때부터 화제가 됐었다. 부담도 됐을텐데.
제게 있어서는 미개척지여서 오히려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어렵고 낯설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너 19금도 해?”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더 도전 해보게 됐던 것 같다. 아! 베드신 덕분에 식단관리도 힘들었다.

특별히 이번 캐릭터에 끌렸던 이유가 있을까?
사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을 마치고 인터뷰를 할 때 “연기하면서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캐릭터도 제가 너무 사랑하는 캐릭터가 됐다. 언론시사 때 “’리얼’이 제 20대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얼’의 캐릭터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모조리 모아서 표현했다. 제가 할 줄 아는 걸 집대성한 느낌이다.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결국 1인2역인 셈인데, 참고한 영화가 있을까.
크랭크인에 들어가기 직전에 톰 하디의 ‘레전드’를 봤다. 인상적인 장면이 톰 하디가 둘이 따귀를 주고 받는 신이었다. 그런데 그 신은 톰 하디와 닮은 대역을 찾아서 썼다고 했다. 그런데 전 그런 대역을 못 찾았다. 하하.

‘리얼’이 난해하다는 평가가 많다.
대본단계에서는 선배님들도 많이 어려워하셨다. 덕분에 다같이 리딩할 때도 토론하듯 공부를 했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리얼’은 계속 어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에겐 숙제였던 작품이지만 관객에게 숙제인 영화는 아니다. 간단한 실타래 한 가닥만 뽑아내면 되는 게 ‘리얼’이다. 새로운 힌트나 밟으면 안 되는 함정들이 존재한다. 그 트릭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거다.

최진리, 설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설리는 현장에서 에너지가 워낙 넘쳤다.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리얼’을 처음 캐스팅 하는 단계부터 열정적으로 달려들었었다. 모르는 것에 질문도 많이 하는 편이다. ‘리얼’ 전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오디오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물론 얼굴도 아름답다.

카메오가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본인의 인맥으로 캐스팅한 배우가 있을까?
수지 씨, 아이유 씨 정도인 것 같다. 수지 씨, 아이유 씨, 박서준, 안소희 씨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리얼’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연기에 대한 기대와 비례하는 부담은 평생 있을 것 같다. 리얼을 통해서 배운 게 있다면 가면극 같은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가면을 쓰고 연기했을 대 얼마만큼 더 가감할 수 있고, 에너지 자체가 커지는 것도 느껴봤다.

이제 30대다. 변화된 지점이나 계획?
30대가 된지 6개월차가 됐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기대는 하고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연예인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가 많이 좁혀진 것 같다. 보다 인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느낌이 있다. 이대로만 발전 된다면, 소위 말하는 ‘보다 선이 굵어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